"이 책을 펼쳐 끝까지 읽은 당신은 암병동에 대해서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거나, 또는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일 거라 짐작해봅니다."...268p 에필로그 중
나도 그렇다. 작년 5월 이후 지금까지 "암"은 이제 남 얘기가 아니다. 내게 그런 일이 닥칠 거라고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왠지 치매는 익숙했고 경험도 있었기에 감당할 수 있다고 다짐하고 준비하며 지냈는데, 암은 그렇게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너무 당황했다. 우리 가족 모두가 그랬다. 그래서 올해 엄마를 떠나보내고 너무나 많은 후회를 했다.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저렇게 했어야 하는데.... 하고.
엄마의 일이 없었다면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책이다. 작년 엄마의 병명을 알고 내가 너무 모르는 것이라 책부터 구입했다. 치료법이나 병 자체에 대한 책과 사례가 담긴 책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례, 후기담은 찾기가 힘들었다. 이미 지난 지금, 이 책을 선택한 나는 아직도 엄마를 보내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0대 후반에 암이라니. 나보다 훨~씬 당황했을 그녀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와 닿는다. 엄마를 간병하고 옆에서 지켜보는 내내 그 이야기를 어딘가에 풀어놓고 싶었는데 결국 못했다. 글을 쓴다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한 일인데, 나는 당시 1인 4역을 하고 있었기에 그럴 시간에 차라리 휴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한유경 그녀는 이 글쓰기가 그녀를 잡아준 하나의 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업무는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일이다."...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