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병동 졸업생 - 설암을 진단받고 절반의 혀를 가지게 된 한유경 에세이
한유경 지음 / 캐모마일프레스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펼쳐 끝까지 읽은 당신은 암병동에 대해서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거나, 또는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일 거라 짐작해봅니다."...268p 에필로그 중


나도 그렇다. 작년 5월 이후 지금까지 "암"은 이제 남 얘기가 아니다. 내게 그런 일이 닥칠 거라고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왠지 치매는 익숙했고 경험도 있었기에 감당할 수 있다고 다짐하고 준비하며 지냈는데, 암은 그렇게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너무 당황했다. 우리 가족 모두가 그랬다. 그래서 올해 엄마를 떠나보내고 너무나 많은 후회를 했다.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저렇게 했어야 하는데.... 하고.


엄마의 일이 없었다면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책이다. 작년 엄마의 병명을 알고 내가 너무 모르는 것이라 책부터 구입했다. 치료법이나 병 자체에 대한 책과 사례가 담긴 책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례, 후기담은 찾기가 힘들었다. 이미 지난 지금, 이 책을 선택한 나는 아직도 엄마를 보내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0대 후반에 암이라니. 나보다 훨~씬 당황했을 그녀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와 닿는다. 엄마를 간병하고 옆에서 지켜보는 내내 그 이야기를 어딘가에 풀어놓고 싶었는데 결국 못했다. 글을 쓴다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한 일인데, 나는 당시 1인 4역을 하고 있었기에 그럴 시간에 차라리 휴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한유경 그녀는 이 글쓰기가 그녀를 잡아준 하나의 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업무는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일이다."...9p


한유경 작가. /사진=캐모마일프레스 제공


처음, 자신의 병을 알고 죽음을 선택했던 그녀의 마음도, 이후 수술을 받기로 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그녀의 이야기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무엇보다 병원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가족들에게 느꼈을 다양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공감됐다. 정말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그녀를 통해 엄마를 이해해 본다.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날 이렇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간단한 것조차 통하지 않는데 어찌 내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을까. 세상에 나 홀로 이 아픔을 지닌 채 남겨진 것 같았다. 외로웠다."...131p


엄마는 뇌종양이셔서 처음엔 운동 능력이 상실됐지만 곧 언어 능력도 상실되었다. 점점 짜증이 많아지는 엄마를 보며 받아줄 수밖에 없지만 가족 또한 힘들어지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어쩌면 엄마는 더 외로웠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번에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 혼자 있고 싶지만 보호받고 싶기도 한 이중적인 감정들.


엄마를 보내고 생각해 오던 것들을 한유경 에세이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그녀가 살기로 작정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음 좋겠다. 앞으로 더 건강해져서 핸디캡 같은 거 따지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제일 중요한 건 다시는 그런 나쁜 병에 걸리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은 가을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암병동졸업생 #설암 #한유경에세이 #완치를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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