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돈 몰아주기 내기 어때? ㅣ 읽기의 즐거움 37
이수용 지음, 이갑규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어린 시절, 친척 어른들께 용돈을 받으면 대부분 엄마 지갑으로 직행했다. 아마 그 시절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외에 몰래 생긴 용돈들도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그 돈이 없어졌는지(엄마와 동생이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썼다) 말았는지 별 상관을 안했다. 그런데 이런 습관이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지금도 난 지갑에 얼마가 들었는지 자주 잊는다. 열심히 가계부를 쓰고 특별히 신경쓰고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용돈을 주기 시작했다. 직접 관리하고 실패도 해보고 모으는 기쁨도 느껴보고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해서다.
<용돈 몰아주기 내기 어때?>는 초등학교 2,3,4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읽으면 아주 좋을 경제 동화이다. 요즘 아이들은 모든 것이 풍족해서 소비에 익숙하다. 미디어 매체도 자주 접하다 보니 광고에 익숙하고 꼭 필요한 것, 없어도 되는 것, 갖고 싶은 것, 필요없는 것과 상관없이 무조건 갖고, 사고 싶어한다. 그런 아이들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사 줘!" 한 마디에 아주 쉽게 내어주는 것을 자주 봤다. 그런 아이들과 만나고 오면 또 다른 집 아이들도 부모를 조르기 일쑤다.
한결이와 은비는 쌍둥이다. 한결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 전집이, 은비 또한 원하는 레고 시리즈가 있다. 용돈은 한 달에 2만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용돈으로 사려면 너무 많은 시일이 걸린다. 그래서 둘은 내기를 시작한다. 한 달 동안 열심히 돈을 벌고 더 많이 번 사람이 다른 사람이 번 돈과 세 달 치의 용돈도 갖기로. 둘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고 누가 이기게 될까?
아이들이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기껏해야 집안일을 하고 받는 적은 액수의 용돈 정도. 이마저도 나처럼 집안일은 집안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하는 일이므로 집안일로는 용돈을 줄 수 없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결이와 은비 또한 엄마와 아빠를 통해서는 쉽게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른 방법을 모색한다. 장터에 팔 만한 물건을 가져가서 팔아보기도 하고(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 선정에 실패!) 제일 돈이 많은 곳이 은행이라는 것에 착안해 직접 은행을 운영해보기도 한다.
" 근데 이건 내 돈이 아니잖아. 하지만 지금 내 손안에 돈이 있기는 해. 이걸 돈을 벌었다고 할 수 있을까? 나중에 돌려주면 되니까 그때까지는 내 돈인 건가?"...63p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물건을 빌려주고 팔면서 돈을 벌어보려고도 했으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이제 고2가 된 큰 딸은 초 1부터 꾸준히 용돈을 주고 전혀 간섭을 하지 않았다. 적은 용돈 이외 친척들의 용돈을 열심히 모았다. 중간에 덕질을 시작하며 그동안 한 번도 쓰지 않고 모으기만 했던 용돈을 왕창 써보기도 하고 좌충우돌 하더니 지금은 아주 잘 관리하고 있다. 둘째는 이른반 물욕의 화신이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기도 했지만 원래 욕심이 많다. 설득되지 않는 3-4세 시절을 꿋꿋하게 버텼더니 이 아이 또한 절제를 할 줄 알게 되었다.
<용돈 몰아주기 내기 어때?>가 읽다 보면 아이들이 너무 물욕적인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인 걸로 보인다. 한 권을 모두 읽고 보면 은행의 역할이라든가 아이들의 실수를 통해 알 수 있는 것들(돈보다 중요한 것이 훨씬 많다)이 많다. 그저 "사 줘!"라는 말 한 마디보다 자신 주위를 챙길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면 좋겠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