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2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 지음, 방교영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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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 하면 떠오르는 몇몇 특정 작가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작품은 단편들조차 쉽지 않아 러시아 전체 문학에는 "어렵다"라는 편견 아닌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러시아 문학이다. 이번에 만난 러시아 문학은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 번역하여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 문학 작가의 작품을 출간한 "한.러 <5+5> 공동번역 출간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서정적인 단편을 주로 썼다는 카자코프의 대표 단편선을 읽을 수 있는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이다. 


책 제목인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는 14편의 카자코프 단편들 중 한 단편의 제목이다. 책의 제목인 만큼 카자코프 문학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작품일 거라고 생각해 본다. 다른 단편들보다 훨씬 짧지만 그 짧은 내용 안에 "현대인의 무관심과 권태...(역자의 말)"가 잘 드러난다. 자신의 행복한 캠핑과 낚시에 빠져 있느라 미처 옆 좌석의 미인의 보내는 어떤 신호를 감지 못한 코지모프는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야 자신의 무관심을 한탄한다. 어쩌면 역자의 말에서처럼 이 작품은 "개인만의 행복을 추구하다가 주위에게 무관심하게 되고, 무관심은 인간관계로부터 멀어지게 하...(역자의 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여자는 정말로 이 남자에게 추파를 던진 것인지', '어쩌면 인간적인 관심을 통해 자신의 우울을 극복하려 했던 것을 아닐지', '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면 안 되는 것인지', '정말 남성의 입장에선 다 이런 건가...'...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사실 전체 작품들 중 이해되지 않는 작품이었다.


그 외 작품들은, 정말 좋았다. 특히 앞부분에 위치한 단편들인, 첫사랑을 다룬 <파랑과 초록>이나 눈 먼 개의 이야기 <사냥개, 푸른 별 아르크투르>, 서커스 곰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테디> 등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테디>는 읽는 내내 <야성의 부름>을 떠올리게 했는데 카자코프를 서정적인 작가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해되는 작품이다. 광활한 대지와 숲, 주인공 테디의 생각을 따라가며 "자연"을 떠올리게 한다. 러시아 문학에서만 볼 수 있는 특성일 것 같다. 


모스크바라는 도시가 배경일 때도 있지만 그 때에도 주인공들이 모스크바 도시를 걷거나 다른 곳으로 떠난다. 그 떠나는 목적지는 결국 숲이다.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를 통해 내내 "자연"이 생각 난 이유다.


어릴 적 딱 4년 동안 시골 비슷한 곳에서 산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은 아직도 날 행복하게 한다. 누구의 묘인지도 모르는 무덤을 뛰어다니며 반달곰을 잡겠다고 산 속을 헤매고 시냇물에 발 담그고 친구들과 물장구를 쳤다. 이 단편선을 읽으며 한 편 한 편이 의미있게 다가오고 책장을 덮고 나서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런 자연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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