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하트우드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 비룡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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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집트 거리의 어느 집에 몸 대부분이 도자기로 된 토끼가 살고 있었어요."...13p


토끼는 몸 대부분이 도자기로 만들어졌지만 각 관절은 철사로 이어져 쉽게 구부리고 움직일 수 있었다. 귀는 진짜 토끼털로 만들어졌는데 구부러지는 철사가 들어 있어 기분을 나타낼 수 있었고 꼬리도 진짜 토끼털로 만들어져 아주 예뻤다. 이 토끼의 이름은 '에드워드 툴레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름을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잊고 있었더라도 어디선가 들어봤다는 생각이 들거나. 맞다. 한 드라마에 나오면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던 책이다. 나 또한 그때 이 책을 알게 되었고 동화책이라 우리집 식구 누구라도 읽겠다 싶어 바로 구비했던 책이다. 어쩌다 보니 오랜 시간 책장에 꽂힌 채로 잊혔다가 이제야 (종이색이 누렇게 변한 후에야) 그 진가를 보여주게 되었다. 


어쩜 이런 책이 있을까. 읽은 후로 계속 가슴이 울렁거린다. 조금 큰 판형에 200페이지의 책이지만 정말 금방 읽어버렸다. 손을 놓을 수도 없었고 읽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아렸다. 이대로 끝나버릴까 조바심도 내면서. 


에드워드 툴레인은 자신을 애지중지하는 애빌린의 사랑을 받으며 자신은 다른 "인형"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가식적으로 자신을 대하는 어른들을 무시했고 자신을 제대로 대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면서. 어느 날, 에드워드를 만들어 애빌린에게 선물한 펠리그리나 할머니에게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공주 이야기를 들은 후 에드워드는 애빌린 가족과 함께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배에서 아이들의 장난에 바다에 가라앉게 된다. 애빌린과 헤어짐을 슬퍼하기보단 자신의 회중시계가 없어졌음을, 모자가 날아가버림을 더 슬퍼하면서. 이제 에드워드의 여행이 시작된다. 


그대로 바다에 빠져 끝나버릴 것 같은 에드워드는 한 어부 부부에게로, 그 딸에 의해 쓰레기장으로, 한 개에 의해 구해져 방랑자와 여행을 하기도 하고 허수아비를 하다가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주는 사라 루스를 만나 진정한 행복을, 하지만 루스의 죽음으로 너무나 아픈 이별을 겪기도 하며 점점 성장해 나아간다. 


"에드워드 역시 그 질문의 답을 알고 있었어요. 그건 바로 에드워드가 애빌린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죠."...87p


사랑받을 줄만 알았던 에드워드는, 자신은 고귀하고 함부로 대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던 에드워드는, 더러워지고 버림받고 다시 소중히 여겨지고 진정한 친구가 되고 사랑을 받으며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랑을 잃게 되면 더없는 고통으로 인해 모든 것이 절망으로, 더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어지지가 않는다. 


"넌 날 실망시키는구나. 날 아주 실망시켜. 네가 사랑하거나 사랑받을 생각이 전혀 없으면 어떤 여행도 무의미해."...189p


작가 케이트 디카밀로는 <생쥐 기사 데스페로>의 작가이기도 하다. 주저없이 사랑하고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렇게나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냈다.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 자주 꺼내 읽고 더없이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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