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현욱 옮김 / 밀리언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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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이 좋다. 처음 이 작가에게 빠진 건 <상실의 시대> 덕분이었다. 그 이후 한동안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라든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꼽으라면 언제나 <상실의 시대>였다. 하지만 이후 몇 권의 소설을 더 읽고 차곡차곡 수필도 따라 읽다 보니 그냥 옆집 아저씨가 이야기하듯 술술 읽히는 하루키의 수필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젠 소설 줄거리조차 잘 생각도 안 나는데 하루키의 수필은 읽으면서 킬킬거렸던, 뭔가 공감되었던, 놀라운 생각에 탄식하던 기억들이 가끔씩 생각났다. 그래서 읽었던 수필을 읽고 또 읽게 된다.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배우는 '맛있는 문장' 쓰는 47가지 규칙"이라는 소제목을 가진 만큼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 속에 담긴 문장의 규칙을 파헤쳐 배울 수 있도록 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어느 날 갑자기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써지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 내가 예상했던 대로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을 분석하고 해석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을 논한 책이다. 


제 1장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을 33가지 작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수수께끼 같은 긴 제목을 붙인다거나 구체적인 연도를 쓴다거나 잘 이어지지 않는 말을 이어본다든가하는 식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다 보면 만나게 되는 문장들을 일종의 법칙으로 만들어 설명한다. 제 2장은 하루키식 문체의 힘을 설명한다. 각 작품 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특징들을 뽑아 설명한다. 앞의 33가지 작법과 문체의 힘 14개가 합쳐져 47가지 규칙이 된다. 


1장을 읽다 보면 중간 중간 하루키의 작품에 대한 서평이 있는데 이 부분은 한국 출판사에서 따로 담은 것이라고 한다. 사실 난 이 서평을 더 재미있게 읽었다. 읽은지 오래 되어 생각이 나지 않기도 했고 내가 읽은 느낌과 다른 곳은 어딘지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비교해 볼 수도 있었다. 


"'세상에는 이런 일도 있다'라는 말을 소설가의 입장에서 하기 위해선 적은 편견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적어도 하루키의 '소설가'는 그렇다. 과학자라면 '세상에는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어!'라는 말을 가끔 할 수도 있고, 철학자라면 '그런 일은 인간에게 별로 의미가 없어'라고 할 수 있지만, 소설가는 판단을 내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189p


하루키의 수필이 더 좋았던 건 어쩌면 그저 영화 보듯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의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물론 그 몫은 독자의 것이지만) 그의 언어유희라든가 폭 넓은 지식(클래식, 영화, 음악, 미술, 문학 등)을 을 나도 갖춰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혼자 의아해 하다 뭔가 깔끔히 해석하지 못하면 그 찜찜함을 혼자 감당해야 하기에. 그래서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됐다. 읽고 있다 보니 다시 하루키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퐁퐁 솟는다. 결국 한 권 먼저 구입! 나의 20대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하루키의 매력에 빠져볼까 한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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