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좀 예민해서요 - 감각 과민증 소유자의 예민하고 예리한 일기
이현동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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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곤란하다. 

최근 "예민"이니 "까칠"이니.. 하는 주제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것을 보면서 현대인들이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일도 아니어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었다.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곰" 스타일이고 둔감한 편이지만 내 배에서 태어난 두 아이는 많이 예민한 편이다. 아직 어린 둘째보다는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첫째가 훨씬 심하다. 

 

처음에는 그저 청소년의 특성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 정도가 많이 심했다. 특히 청각이 그렇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청각이 좋아서 공부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며(딴 생각을 하면서도 선생님 말씀을 놓치지 않았고 그냥 흘려들은 것들도 다 기억하고 있었다) 장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온갖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참을 수 없어 한다. 그래서 찾아봤다. 이 아이를 데리고 신경정신과라도 가야 하나 해서. "청각과민증"이라는 증세가 있었고 역시나 현대인의 스트레스 때문이란다. 지금은 가급적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한다(본인은 언제 그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좀 예민해서요>를 선택한 건 부제인 "감각 과민증 소유자의 예민하고 예리한 일기" 때문이었다. 이런 증세가 인터넷에 쉽게 검색될 정도라면 우리 아이만 그런 건 아닐테고 그런 비슷한 증세가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공감하면 아이도 좀 편안해지지 않을까... 해서. 책은 아이에게 건너간 지 이틀만에 돌아왔다. 다 읽어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 못 읽겠단다. 왜? 라는 질문에 "여기도, 여기도... 여기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여기저기 지적한다. 음... 역시 우리 애가 예민하구나, 생각했다. 

 

자, 이제부터는 내가 읽은 감상이다. 

난 의사도 아니고 예민한 타입도 아니다. 그러니 함부로 이분의 증세에 대해서 "그건 아니에요"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분, 감각과민증은 아닌 것 같다. 누구나 여러 감각 중 한두 가지는 좀 더 발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 경우는 청각과 후각, 촉각이 많이 발달했다. 둔한 나도 시각과 후각이 발달되어 있다. 100미터도 훨씬 앞에서 피우는 담배 냄새도 귀신같이 찾아낼 수 있다.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도 중요하다. 내가 어린 시절에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들을 탐구했는지에 따라 성인이 되어서도 그것들에 남보다 더 많이 알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을 굳이 감각과민증으로 포장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냥 "예민함"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에만 집중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남에게 최대한 피해를 안 주고 싶다고, 그래서 나도 피해 받는 것이 싫다고 작가가 말했다. 그래서 남에게 대놓고 지적질 하지 않고 속으로만 한다고. 애정하는 사람들에게만 거슬리는 것을 지적질 한다고.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인 것을 안 사람들은 이미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나의 기준을 남에게 적용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방해받는 것이 싫으니 내 구역에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대신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는 건 어떨까. 너무 뻔한 문장이지만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쓰고 나니 꼰대 같아서 좀 짜증나지만, 나는 그렇다는 거다. 뭐, 아니면 할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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