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장 희순 - 노래로, 총으로 싸운 조선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정용연.권숯돌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광복절은 코로나로 인해 예년처럼 역사를 되새기고 훌륭한 독립운동가들을 기념하는 일이 조금은 퇴색된 느낌이다. 그러다 흔치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만나 반갑다. 아이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그래픽 노블로 장단하고 너무나 멋진 표지 속 포즈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냥 독립운동가가 아니다. "최초의 여성 의병장"이다. 세상에. 의병장이라니~!


1961년 서울 청계천에서 독립운동가의 후손 이야기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시대를 거슬러 1935년의 조선독립단의 이야기로, 다시 1910년의 고향 이야기를 거쳐 1935년으로 돌아가 이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글을 쓰는 희순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목차로는 들어가며와 제 1화까지의 이야기지만 여기까지가 사실 프롤로그가 아닌가 싶다. 문학적으로는 뛰어난 도입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째서 윤희순 여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곡기를 끊고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일생록>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픽노블이기에 사실 읽는 사람으로서는 여기저기 시대를 넘나드는 이야기에 조금 정신이 없었다. 




윤희순은 조선이 가장 어지러웠고 외세에 휩쓸려가던 1860년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새어머니의 장례 때 온 손님이 눈여겨보고 마찬가지로 유학자인 외당 유홍석의 장남 유제원과 16세에 혼인하여 춘천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남편은 글공부 가고 시아버지는 개항 반대 상소로 집을 비우기 일쑤였던 이때부터 희순은 야무지고 당차게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여자라 해도, 아무리 남녀가 유별하다 해도 들어야 할 때가 오면 들어야지. 총이든 칼이든."...84p


외당 유홍석과 의암 유인석은 유학자로서 개항을 반대했다. 시대가 더욱 혼란스러워짐(을미사변, 을미개혁으로 인한 단발령)에 의병단을 구성한다. 한동안 윤희순은 그렇게 나라를 위해 싸우는 남성들을 위해 가정을 돌보았다.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하지만 점점 의병들의 성과가 나아지지 않음에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된다. 처음엔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동네 아이들, 아녀자들에게 가르쳤다. 하지만 직접 의병을 돕는 모금을 하러 다니는가 하면 없는 살림에도 의병들을 돕는다. 




더 나아가 "아녀자 의병단"을 만들어 훈련시키고 시아버지를 따라 간도로 옮긴 이후에는 독립운동가를 육성하는 노학당의 교장이 되는가 하면 시아버지와 남편이 죽은 이후는 남은 의병들을 찾아다니며 조선독립단을 조직하여 무장 투쟁에 가담한다. 


"항일 인재란 단순한 싸움꾼이 아니다. 신구 학문을 아우르는 문화 지식이 있고, 스스로를 넘어서려는 노력에 국권 회복을 위해 복숨을 바칠 각오까지 장전한 사람들이다."...330p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어떤 교육을 받았든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항상 감동을 준다. 특히 의병장 윤희순의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뛰어나다.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가부장적 환경에 익숙할텐데도 옳지 않은 모습을 보고 그대로 참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일 게다. 


"부디 기억해다오. 좋은 옷, 기름진 음식, 푹신한 잠자리에 입히고 먹이고 누이진 못했으나 우리는 너희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는 것을."...412p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제목이 <의병장 희순>인 만큼 희순만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한 여성이 여성이 활동하면 안 되었던 조선 시대에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의병장이 되었는지 의병장이 되어서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는지(물론 필요하긴 하다) 희순의 이야기보다는 시대적 배경의 설명과 그녀의 주변 인물들(대부분 시아버지)의 의병 활동 이야기가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나 싶다. 그분들이 돌아가시고 그녀 혼자 활동했던 이야기는 뒷부분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버려서 많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독립운동가.. 하면 유관순만 떠올리는 우리에게 더 많은 여성들이 있었노라고 알려주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