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Book 핑크북 - 아직 만나보지 못한 핑크, 색다른 이야기
케이 블레그바드 지음, 정수영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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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핑크색 물건들이 많은 편이다. 한창 자기가 예쁜 줄 알고 사는 7살짜리 여자아이가 있기 때문인데, 그나마 한창 때인 3-4살이 지나서 반 정도 줄었다. 그 3-4살 때에는 큰 애와 내가 얼마나 이 핑크에 질려했는지~. 우리 집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유난히 예민한 나와 큰 아이 때문에 가능하면 다양하게 접하게 해주려고 했다. 그럼에도 스스로 생각할 나이가 되니 핑크만 찾는 둘째를 보며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때쯤이면 어린이집을 다닐 나이이니 그곳에서 학습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와 언니의 영향력도 무시하지 못할텐데 어쩌면 그럴까~, 핑크를 좋아하는 것은 타고나는 것인가를 두고 큰 아이와 토론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핑크만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금도 아빠가 붉은 계열의 옷을 입거나 하면 아이는 질색팔색을 하며 말린다. 그런 건 여자가 입는 색이란다. 엄마와 언니가 그럼 파란 계열은 남자 색이냐, 그럼 우리는 이런 색도 못입겠다 하면 그건 또 아니란다. 그럼 그건 역차별이다...(우린 참 둘째를 많이 괴롭히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그래도 아빠는 안 돼"로 마무리 된다. 


핑크가 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일까. 언제부터 핑크는 이렇게 많은 고정관념을 달고다니게 된 걸까. 


<핑크북>은 이런 의문에서부터 시작하는 책이다. 일러스트레이터 겸 디자이너인 작가가 다양한 색을 사용하며 유독 핑크색에만 덧씌워진 편견이나 느낌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느끼고 알게 된 점들을 자신의 일러스트와 함께 담았다. 제목이 <핑크북>인 만큼 책 전체가 핑크색이다. 핑크라고 해도 정말 다양한 핑크가 있는데 책은 너무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차분해지는 핑크색이 주를 이루고 때문에 눈이 피로하거나 질리지 않고 편안하게 작가와 함께 생각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핑크가 사랑과 젊음을 상징한 지는 훨씬 오래된 반면, 여성성을 표현한다는 인식은 복잡한 과정을 거친 후 비교적 최근에야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았다."...10p


사실 다른 색은 학교에서 배우듯 삼원색이나 무지개 색 등 자연에서 비롯된 색이라고 생각되는 반면 핑크는 당연히 인공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봄이 되면 만발하는 꽃들 속에서 다양한 핑크를 접할 수 있는데도 이상하게 색으로 보게 되는 핑크색의 이미지가 그렇다. 


그런데 핑크도 원래의 어원이 존재한다는 사실(동사로 찌르거나 구멍을 뚫는다는 뜻이라고 한다)과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핑크로 명명된 것들을 보자니 이 색에 대해서도 많은 고정관념이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지 않을 수가 없다. 작가는 핑크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개념과 어원, 역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핑크색을 한 다양한 사물들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 핑크가 가지는 이미지와 의미를 설명한다. 


굉장히 폭넓고 다각적이다. 그게 좋았다. 그저 단순히 핑크에 대한 색 이야기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 사회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한 장 없이 자신의 일러스트를 곁들였기 때문에 때론 인터넷을 통해 직접 찾아보는 수고를 더하기도 했지만 그 과정조차 즐거웠다고 해야겠다. 이 세상엔 아직도 내가 모르는 많은 진실과 의미가 있구나~싶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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