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어떤 이들에게 글쓰기란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과제 같은 것이기도 하겠지만 많은 이들에게 글쓰기는 나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치유의 힘을 얻기도 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읽기에서 쓰기로 이어지는 이 자연스러운 과정은 쉽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라이팅 클럽>은 글을 써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살에 자신을 낳고 친구네 부부에게 딸을 맡겨놓은 뒤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가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나타난 영인의 엄마 김작가는, 모성애라고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 같은 사람이다. 스스로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김작가를 애증의 눈으로 바라보는 딸 영인은 엄마와 별개로 책을 항상 손에서 놓지 않으며 등단했지만 주류 작가가 되지 못한 엄마와는 또다른 글을 쓰고자 한다. 


"문제는 나였다. 나 스스로 어떤 정리가 필요했다. 정리를 하지 않으면 연둣빛 봄이 오기 전에 자살이라도 할 것 같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애 통산 두번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91p


첫사랑에 실패하고 대학 진학에 실패하는 등 인생의 고비마다 주인공은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린다. 때로는 좋은 문장인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때로는 미친 듯 글을 쏟아내며 한 권다운 글을 써내기도 하지만 그렇게 빠져 쓰고 나선 다시 쓰레기라며 집어단지곤 한다. "배고픔과 분노"가 바탕이 되어 쓴 글은 이후에도 그녀의 감정의 배설물처럼 어떤 고비마다 그녀 곁에서 함께 하고 그녀는 다시 "쓰기" 시작한다. 엄마인 김작가도 마찬가지이다. 작가로서 생계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그녀는 근근이 글쓰기 교실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지만 그마저도 사랑에 실패하고 나선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김작가가 꾸준히 해낸 것 하나는 바로 계동 여성들의 글짓기 모임이다. 주변 여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인생에서부터 시작하여 자신만의 글을 써나가는 모임. 영인이 보기엔 그저 수다나 떠는 모임으로 생각했지만 아이들에 남편에게 시달리고 "자신"을 찾지 못했던 그녀들이 자신을 찾아나가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소설은 크게 김작가와 모녀 두 사람에게 글쓰기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처음엔 영인에게 글쓰기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묻는 것 같지만 책의 뒤편으로 갈수록 영인의 뒤에 없는 듯 지키고 있던 김작가의 글쓰기가 자리를 잡으며 서로 다른,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글쓰기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독서력과 필력이 그대로 나타나는 소설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책들이 반갑기도 하고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기도 하고 사람마다 중요한 시기에 영향을 끼친 책은 서로 다르겠지만 그런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오랫만에 가슴 벅찬 한국 소설이었다. 내 이야기를 쓰며 치유의 글쓰기가 되든 새로운 창작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든 글쓰기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다신 한 번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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