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사냥꾼의 노래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65
알렉스 쉬어러 지음, 윤여림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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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쉬어러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이 벌써 10년 정도 된 것 같다. 맨 처음 읽었던 책은 중학년 도서인 <13개월 13주 13일>이었는데 당시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굉장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스케일도 크고 이야기 자체도 우리와 다른 문화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기존에 읽던 책들과는 무척 달랐다. 그 이후 이 작가의 책은 꾸준히 읽어왔다. 지금까지 최고는 단연 <아이를 빌려드립니다>이다. 재출간 전의 제목인 <쫓기는 아이>때부터 아이가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서 읽어봤는데 알렉스 쉬어러 작품이었고 가독성도 좋지만 무엇보다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알렉스 쉬어러는 다작 작가이다. "미래인"에서 이분의 작품을 꾸준히 출간해 주어 정말 감사하다. 워낙 다작이다 보니 간혹 그냥 그런 작품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모두 분위기가 다르고 놀라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작품은 <구름사냥꾼의 노래>이다. 구름사냥꾼이라니, 제목부터가 SF, 판타지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책의 시작은 아주 평범하다. 여느 학교처럼 한 친구가 전학을 온다. 그런데 이 아이는 얼굴에 독특한 흉터가 있다. 이 흉터는 사고로 생긴 것이 아닌 "구름사냥꾼"의 표식이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저 그 세계에 대해 묘사한다. 폭발해버린 지구. 핵은 존재하지만 땅이 흩어져 각각의 섬으로 둥둥 떠 있고 물이 극도록 부족한 미래 세계. 물을 얻기 위해 여기저기 떠다니며 물을 모으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꼭 필요로 하면서 섬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을 그저 이방인으로만 받아들인다. 나,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보이는 모습이 과격해서, 행동이 거칠어서 그들은 우리랑 다르다고 말이다. 


크리스찬은 그런 제닌과 제닌의 하늘 배, 제닌의 엄마 칼라를 동경한다. 구름 수색꾼 카니쉬는 좀 무섭지만 그럼에도 그들과 함께 떠나 모험하기를 고대한다. 특히 제닌과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섬의 아이인 크리스찬은 구름사냥꾼 제닌의 가족과 함께 하루, 그리고 방학 기간 동안 모험을 떠난다. 


알렉스 쉬어러의 작품은 가독성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하거나 생각도 못해봤던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실제로 벌어지는 것처럼 묘사하기 때문에 한참 빠져서 읽다 보면 끝이 나곤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가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가 꼭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그저 재미있다고 막 읽어버리고 끝내면 안 된다. 


"인생에는 두 가지의 비극이 있는데 하나는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라고 한다."...175p

"이렇게 보면 사람 사는 모습이란 어디나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는 건 왜일까? 왜 사람들은 그토록 믿음을 가지고 싸우는 것일까?"...203p

"왜 왼손잡이들은 환영받을 수 있는 왼솝잡이만 사는 섬으로 가지 않는 걸까? 마찬가지로 오른손잡이들은 왜 오른손잡이만 사는  섬으로 가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아름이 인정되는 곳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211p


<구름사냥꾼의 노래>는 크리스찬이라고 하는 아이의 모험과 첫사랑, 이별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하지만 그 속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다투고 망가뜨리고 복수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도 담겨 있다.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성장하게 한다고 말이다. 책은 굳이 행복한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처음, 제목이 주었던 그저 환상적인 느낌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만이 지니는 외로움과 쓸쓸함, 고독함이 함께 느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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