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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마법사입니다
아이나 S. 에리세 지음, 하코보 무니스 그림, 성초림 옮김 / 니케주니어 / 2020년 4월
평점 :
나는 사실 책을 읽을 때 그림을 유심히 보는 사람이 아니다. 주위에서 활자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그림보다는 글이 우선 보인다. 때로는 한참 책을 읽으면서 상상한 등장인물의 성별이 그림에 나와있었는데도 인지하지 못한 채 한 권을 읽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예쁜 일러스트의 책을 보면 저절로 끌린다. 컬렉션을 만들 정도로 일단 손에 쥐고 가끔 쓰다듬으며 꺼내보고 꺼내보고. 나처럼 글이 우선인 사람도 예쁜 그림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또 한 권의 정말 맘에 드는 책을 만났다. <식물은 마법사입니다>라는 다소 과학책 같은 제목의 이 책은 우리가 아주 잘 아는 동화 속에 담긴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식물의 실제 역할과 주변 이야기까지 아주 많은 이야기로 확장된다.
처음엔 원래 이야기를 간단히 들려준다. 그러고 나면 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준다. 그 부분이 아주 신선했다. "헨젤과 그레텔"의 경우 마녀의 빵과 케이크로 지은 집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다 짓고나서는 어떻게 생각이 바뀌었는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므로.
그러고 나면 그 달콤한 집 속 사탕과 빵, 그 속에 들어가는 재료로 확장된다. 때문에 마녀가 처음부터 아이들을 꾀기 위해 사탕으로 만든 집을 만든 것이 아니라 그 시대적 배경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새로운 시각도 생겨난다.
책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왜 헨젤과 그레텔의 집에 그렇게 기근이 계속되었는지로 이어지며 1815년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을 다루며 또 한 번 확장된다. 아이와 내가 가장 좋아했던 페이지는 직접 만들고 실험해 볼 수 있는 마지막 페이지. "헨젤과 그레텔"에선 생강 쿠키 만들기였는데 "생강"이 들어가므로 "만들어보자!"라는 말을 듣지는 않았지만 이 작품 이외의 페이지들은 따라해보고 싶은 것들이 곧잘 있었다.
"백설공주" 이야기에선 독사과와 마법 거울로 확장되고 "신데렐라"에선 호박과 요정 할머니로, "빨간 모자"에선 염색과 늑대 등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굉장히 많은 영역으로 확장된다. 그 소소하고 자잘한 이야기들이 어찌나 매력적인지~! 그런데 이런 배경지식뿐 아니라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할 수 있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