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책 제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도 많이 들어서 당연히 내가 읽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책들처럼. 하지만 막상 줄거리라도 기억해 볼라치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당연하다. 읽지 않았으니까. 나 또한 몇 년 전부터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어보겠노라고 다짐했었지만 쉬이 기회가 나지 않았다. 이제 읽는 거라면 편집본이 아닌 제대로 된 완역본으로 읽고 싶었고 제대로 정독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아무리 청소년에게 권장되는 책이라고 하더라도 19세기를 이해하며 어른의 시각으로 읽기엔 많은 시간이 소비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로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는다. 지금까지 접했던 아이들이 쉽게 읽기 좋은 책이 아니다. 각 챕터를 소개하는 듯한 본문의 요약문이 챕터 제목인 것도 신기하고(이미 <피노키오>를 통해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목은 만날 때마다 신기하고 어색하다) 19세기 날것의 문체도 짜릿하다. 무엇보다 다소 처음 접하는 것 같은 이런 분위기에도 금새 끌어당기는 흡인력에 다시 한 번 찰스 디킨스의 능력에 놀라게 된다. 구빈원이니 교구위원이니 낯선 단어들 사이에서도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이야기가 눈 앞에서 펼쳐진다. 


우리나라 고전 소설처럼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현대 소설과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 속 인물들은 무척 사실적이고 입체적이다. 무엇보다 그저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엄마가 어디 출신인 줄 모른다는 이유로 거리에 내팽개쳐진, 나라의 아이가 된 올리버의 인생 역경에 함께 공감하고 걱정하고 안타까워 한다. 주변의 나쁜 놈들이 어떻게 이렇게 나쁠 수가 있는지 치를 떨어보지만 그 또한 지금 우리 사회 속 어떤 인물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200년 전의 이야기여도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위대한 작품임을 깨닫는다. 


당시의 사회상, 특히 신 구빈법을 극렬하게 풍자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이 작품은 올리버를 통해 얼마나 부모 없는 아이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사람 취급 받지 못하며 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뿐 아니라 하층민들의 삶도 올리버가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드러난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작가의 위대함이 아닐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