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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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턴...하면 <순수의 시대>가 먼저 생각난다.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군중 속에서 화면을 바라보는 강렬하고 아름다운 위노나 라이더 모습의 잔상이 떠오른다. 그것 만으로도 익숙한 작가였다. 아직 우리나라에 번역된 적 없는 그녀의 단편 4편을 담은 <올드 뉴욕>이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에서 아름다운 표지로 출판되었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꼭 읽고 싶은 작품이다. 게다가 최초 번역에 단편집이라는 매력이라니~! 읽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막상 페이지를 펼쳐들고 20~30 페이지를 읽는 동안은 너무 힘들었다. 그 짧은 페이지를 읽는데 무려 일주일이나 허비했다. 기대도 많이 했던 작품이고 특별히 읽는 데 어려운 작품도 아닌데 왜 그런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되었는데 느닷없이 시작하는 인물 소개나 가문의 소개, 이해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행동 등이 낯설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조금 익숙해지고나니 오히려 푹 빠져들었다. 잠깐 손을 놓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게 아쉬웠고 방해받는 것이 짜증날 정도로. <올드 뉴욕>에는 총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헛된 기대", "노처녀", "불꽃", "새해 첫날"로 제목처럼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 뉴욕 상류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귀족이나 상류층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유럽, 특히 영국이나 프랑스의 이야기를 기준으로 삼기 마련이다. 올드 뉴욕도 결국 유럽에서 와 미국에 자리잡은 사람들이므로 유럽 그대로의 상류층 분위기를 풍긴다. 이디스 워턴은 그런 상류층의 위선을 꼬집고자 하지 않았나 싶다. 새로운 곳에서 불평등 같은 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사람들조차 그들끼리 가문을 일구고 자신들과는 다른 생각이나 삶을 배척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 와중에 희생당하고 배척당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헛된 기대", "불꽃) 그들만의 형식에서 어긋남을 인정하지 않아 자신들의 사랑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사는 여성들("노처녀", "새해 첫날")도 있다. 


심리 묘사가 무척 탁월하다. 갈등 상황이 극에 달하는 상황 묘사에는 함께 숨을 쉴 수가 없고 간절해진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인물들의 상황과 인물들의 고민에 공감하게 되고 빠져들 수밖에 없다. 딱 닫힌 마무리까지 읽고 나면 더없이 행복하다. 그들의 삶에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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