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오랫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었다. 한때 그의 작품들을 찾아 읽던 때가 있었는데 워낙 다작 작가이기 때문인지 첫 <용의자 X의 헌신>의 감동만큼 와닿지 않았다. 어떤 작품의 경우에는 너무 대강 쓴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주의를 기울이고 한 번쯤 찾아보게 되는 건 그 와중에 반짝이는 작품들이 때론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여러 작품들 중 가장 내 취향의 작품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잔잔한 듯 감동도 있고 궁금하게 만드는 책. 그렇지만 전체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놓고 봤을 때 오히려 이 작품은 외도 같은 느낌이 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대게 아주 평범한 미스테리 스릴러 추리물이니 말이다. 


이번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일반적인 특성을 지닌 책이다. 그가 꾸준히 등장시켰던 가가 형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가가 시리즈를 통해 유추할 수 있었던 가가 형사의 몇몇 이야기가 완성되는 작품이다. 너무 많은 작품을 산발적으로 읽어서인지 사실 어떤 가가 시리즈를 읽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앞 편의 가가 형사 이야기를 읽지 않아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로 존재한다. 


이야기는 한 여성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정을 버리고 도망쳐 온 이 여성은, 아무 힘 없이 하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세월이 흐르고 그녀에게도 사랑이 찾아온 듯 싶었지만 아픈 날이 많아지다 사망한다. 그녀를 한 가족처럼 여기던 그녀의 사장은 그녀가 사랑했던 이에게 연락하지만 그는 그녀의 아들을 연결해주곤 사라진다. 그렇게 가가가 등장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앞부분은 무려 가정을 버렸던 가가 형사의 어머니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흐른다. 한 여성이 자신의 터전이 아닌 곳에서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고 그 사건을 수사하던 마쓰야마 형사가 가가 형사에게 조언을 듣던 중 가가 형사는 그 사건이 자신,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와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수사에 함께 뛰어든다. 


책은 무려 3/2가 지나도록 어찌된 일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계속해서 수사를 좁혀나갈 뿐이지만 수사에 진전은 많지 않다. 다른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멋인는 해결 같은 건 없다. 그보다 진짜 우리 경찰들이 하듯 하나하나 지워나가고, 한 명 한 명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이야기를 맞춰나갈 뿐이다. 그래서 가가 형사의 존재는 중요하다. 이 이야기 중심에 가가의 어머니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의 추리는 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힘이 된다. 


아주 많은 페이지가 넘어가도록 뭔가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 은 있었지만 오랫만에 히가시노 게이고다운 작품을 읽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가 형사 시리즈의 마무리여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백야행>처럼 어둡지도 않고 <용의자 X의 헌신>처럼 시원스럽지도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현실적이고 가가 형사라는 인물에 대해 마무리되는 작품이라는 느낌이다. 매 순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즐거움의 재미를 아주 오랫만에 느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