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2 : 해학 - 본성에서 우러나는 유쾌한 웃음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2
최광진 지음 / 미술문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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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 미술 역사에서 "해학"이라 하면 대부분 조선 후기부터 시작된 민화를 떠올린다.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 해학>의 표지도 마찬가지다. 우리 민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호랑이 그림이 아주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에 예상한 책 내용도 민화에 대한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물론 책에는 민화에 대한 설명도 있지만 그 외에 우리 미술 역사에 해학이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를 아주 잘 설명한다. 


해학은 익살스럽고도 품위가 있는 말이나 행동이라고 한다. 잘 생각해 보면 해학은 대놓고 비웃는 행동도 아니고 교묘히 풍자하면서 그야말로 품위있게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해학은 우리 민족의 정서에 아주 잘 맞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해학이 그저 조선 말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먼 그 옛날부터 우리 민족은 곳곳에 해학으로 심각하거나 우습거나 화내야 하는 상황에 한 걸음 떨어져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 같다.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민속신앙 속에 담긴 해학의 정서를, 2장에선 조선의 풍속화 속에 드러난 해학의 모습을, 3장에선 해학이 극대화된 민화를 통해 어떻게 요소요소 드러나 있는지를 살펴본다.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의 이 해학적인 요소가 현대미술에선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도 잘 설명하고 있다. 


한국 미술 속의 해학은 삼국시대의 기와 귀면 기와에서부터 시작한다. 도깨비 얼굴을 나타낸 이 기와는 악귀를 물리치는 역할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얼굴을 해야 하지만 우리 기와 속 도깨비 모습은 차라리 귀여울 정도이다. 무서워야 할 모습이 웃기기까지 한 이 모습이 바로 해학이다. 또한 "선악을 이분법적으로 분별하지 않고, 악을 징벌하면서도 포용하려는"...26p 한국인의 정서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천왕상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불교를 믿지는 않지만 유명한 절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나에겐 이 절들이 마치 관광지 같은 느낌이었다. 각 절을 들어갈 때 문을 지키는 사천왕상이 있다. 어린 아이들은 때로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천왕상은 화려한 색감과 유독 귀여운 얼굴을 자랑한다. 그런 모습을 그저 바라만 봤을 때는 재미있기만 했는데 책 속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사천왕상을 비교하는 사진을 보니 무척 극적으로 느껴졌고 우리 민족이 얼마나 해학예술을 잘 표현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풍속화나 민화에 대한 설명도 작가가 그저 우리나라 풍속화나 민화를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비슷한 소재의 유럽이나 다른 나라의 그림과 비교 설명하고 있어 아주 쉽게 우리의 해학 미술을 이해할 수 있다. 


책의 장점은 그 무엇보다 이해하기 쉽게 많은 그림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과 비교 분석한 내용이다. 이건 이렇다,라고 단순히 설명하면 잘 이해되지 않는 것도 다른 내용과 비교하여 설명해주면 잘 이해된다. 사실 아주 많은 관심이 있지는 않았던 우리 미술에 대한 이야기였다. "해학"이라는 주제가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다른 주제로 설명하는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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