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저녁] 서양 철학 들여다 보기

철학이 있는 저녁 - 서양철학 50 ㅣ 철학이 있는 저녁
리샤오둥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래타임즈 / 2018년 9월

철학은, 학교 다닐 때부터 가장 싫은 분야였다. 도무지 잘 이해도 안되고, 이름조차 외울 수 없는 철학자들만 잔뜩 있는가 하면 서로 대립되는 주장, 이론이 있어 이게 도대체 뭐 하는 학문인가 싶었던 거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생각이 많아지면서 철학이 왜 살면서 중요한 학문인지 조금씩 깨닫게 된다. 철학 자체만 놓고 보면 직접적으로 끼치는 영향은 없을지라도 철학자들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하는 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생긴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많은 철학자를 다 알아야 하는 건지, 우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론부터 파고들어야 하는 건지, 알아야 하는 개념, 정의 등은 또 왜그렇게 많은지! 처음부터 제대로 해보려고 하면 시작도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늦더라도 편하게 가보려고 했다. 관심이 있다면 관련 책을 뒤죽박죽이라도 읽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내 안에서 자리잡지 않을까...하는 바람.

<철학이 있는 저녁>은 서양 철학자 50인과 함께 그들의 주요 명제들을 쫓는 책이다. 각 철학자마다 부제가 있다. 기분이나 생각에 따른 부제를 붙이고 그 주제에 맞는 철학자들과 명제가 잇따른다. 철학자는 역사순으로 되어 있고 처음 만나는 철학자는 "나를 찾고 싶을 때"의 탈레스이다. 길지 않은 설명과 주제가 확실히 정리되어 있어 아주 짧게 조금씩 철학자들을 훑어볼 때 아주 좋다. 명제를 들이파는 설명이 아니라 철학자의 생애와 함께 간단하고 쉽게 명제를 설명하고 있어 가볍게 접할 수 있어 좋다. 

처음부터 읽다 보니 궁금한 점이 생겼다. 앞부분에 그리스 철학자가 유독 많이 소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흔히 아는 몇 명을 제외하고도 이렇게나 많은 그리스 철학자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그리스 시대에서 중세 사이에는 소개되는 철학자가 별로 없다. 갑자기 시대를 훅! 뛰어넘은 느낌이다. 원래 그때에는 철학을 많이 하지 않던 시대였는지, 중요 철학자들이 없기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너무 급진전된 느낌 때문에 좀 아쉬웠다. 

한 철학자의 소개가 끝나면 뒤쪽에는 그 철학자의 명제와 관련된 사색거리를 소개한다. 철학이 과거에 묻혀있는 것이 아닌, 현재와 연결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아 좋았다. 철학 공부는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다 보면 조금은 쉬워질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