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나라 - 오래된 미래에서 페미니스트의 안식처를 찾다
추 와이홍 지음, 이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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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땐, 남녀차별이 심한 시대였다. 내 어머니 시대보다야 조금 나아졌겠지만 생활 곳곳에서, 사회 곳곳에서 차별은 만연했다. 무엇보다 안좋은 건 스스로 차별받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였다. 대학교에 들어가 교양으로 여성학을 들으면서 페미니스트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당연한 권리였는데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무척 충격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꿈꿨다. 내 아이들 시대에는 더 나아진 모습으로 좋은 나라가 되기를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에 "페미니스트"는 왠지 위험한 말처럼 들린다.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과열 현상이 일어나더니 급기야 뜻 자체가 변질된 것이다. 급기야 성 대립 구조로 이어지며 학교에선 남학생이 페미니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여학생을 발길질 했다는 이야기도 기사를 통해 보았다.

 

진정한 평등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완력이 센 남성이 세상을 지배해 온 것이 사실이고 무엇보다 진정한 평등이 이루어져야 서로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나라>는 이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모계사회인 모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곳에서의 삶에 편안함을 느껴 지금도 1년의 반은 이곳에서 삶을 이어나간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극도로 가부장적인 중국인 사회에서 자란 작가는 이곳에서야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아주 편안함과 휴식을 얻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모쒀족은 결혼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한다. 모든 것이 어머니쪽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시집을 간다거나 하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 가족의 개념도 어디까지나 어머니가 낳은 아이들만 해당된다. 삼촌도 장가를 가지 않고 어머니 아래 살면서 누이의 아이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듣도 보도 못한 개념이라서 처음엔 어리둥절하면서 무척 신기했다.

 

"비록 가모장제이기는 했지만, 모쒀 여성들은 전통 중국문화에서처럼 성별 간에 우열을 두는 것이 아니라 성평등의 세계에서 살았다. 이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바라보노라면, 가부장제 사회에서보다 권력구조가 더 균형 잡혀 있는 예를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 177p

 

대부분의 여자 아이들은 "이러면 안 돼!", "저러면 안 돼!" 하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다. 부모가 의식이 깨어 그렇게 교육하지 않았더라도 학교에 가면, 사회에 나가면 다시 듣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집에서 제대로 교육 받아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이 그런 사회에 부당함을 말하면 이상한 아이로, 시끄러운 아이로 치부된다. 모쒀인의 삶에 가장 부러운 점이 바로 이런 점이었다. 가모장제이므로 여성으로서 말, 안할 말이라는 것이 없다. 해서는 안 될 행동도 없다. 그저 윗사람에 대한 예절과 서로에 대한 배려만이 있을 뿐이었다. 작가도 아마 이런 모쒀인의 생활에 감동받을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여자에게 너무나 부당한 세상임에도 얼마 전부터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 이 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천천히라도 제대로 맞게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다음 세대에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꿈을 접거나 입 다물고 있기보다 자신의 능력대로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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