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 라임 청소년 문학 32
자나 프라일론 지음, 홍은혜 옮김 / 라임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작년 8월, 신문과 뉴스를 통해 한 난민 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몇 년 전의 엄마의 감성을 울렸던 세 살 베기 아이의 사진만큼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제 정치적 억압에서 벗어나 민주적으로 나아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욱 그랬다.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핍박과 억압에서 어떻게 살안가야 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들은 그렇게 폭력으로부터 다른 나라로의 이주를 시작하고 아직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떠돌며 "자유"를 꿈꾼다.

 

<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그동안 잊고 있던 그 뉴스가 다시 생각났다. 작년만 해도 떠득썩하던 사건이었는데 어느새 매스컴에서도 조용해지고 너무나 심각하다고 생각했던 내 머릿속에서도 잊혔다. 내가 일상의 행복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동안 그들은 끝도 없는 불행 속에서, 주위의 죽음을 견디며 살아가야 했을텐데 말이다.

 

로힝야 민족은 미얀마 한 지역에 머무르는 이슬람교 소수 민족이다. 불교를 믿는 미얀마 국민과 다른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아주 오랫동안 차별받아 왔다. 그랬던 것이 작년 8월엔 서로의 감정이 극에 달했고 미얀마 당국에 의해 불법 이민자로 분류되어 인정 청소가 자행되고 있다. 두려움에 많은 로힝야족이 도와줄 수 없는 방글라데시로, 보트를 타고 또 다른 나라로 피하고 있다. 피신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도 이들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은 바로 이 로힝야 민족 난민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빠가 체포되고 엄마와 누나는 난민이 되어호주의 난민소에 머무르고 있다. 수피는 바로 이곳에서 태어났다. 한 번도 난민 수용소를 벗어난 적이 없는 수피로서는 누나와 친형 같은 엘리 형이 하는 말을 잘 이해할 수가 없다. 항상 배가 고프고 경비원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그런 세상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피, 언젠가는 말이야. 언젠가는 우리도 어딘가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들 알게 될 거야."...44p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불현듯 슬퍼졌다. 사람은 다 평등한데 누군가에게는 왜 그렇게 못되게 구는 걸까? 잘못된 건 줄 알면서도 왜 아무도 바로잡지 않는지 화가 났다....115p

 

그저 아빠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매일 잠만 자는 엄마가 미소지어주길 기다리며 살아가던 수피가 조금씩 자라며 주위를 바라보게 된다. 책은 분명 소설이라 전부 사실은 아니지만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고 했다. 그들에게 처절했던 외침이 지금은 바깥 사람들에게 와 닿았을까? 아닐 것 같다. 나부터도 뉴스에서 주기적으로 보도되지 않으면 또 잊어버리고 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로만 세계화니, 지구촌이니 하는 마을 하면서 정작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더 큰 것, 더 가치있는 것을 놓치고 만다.

 

수피의 성장이 참으로 마음 아팠다. 내 아이가 어른이 되는 세상은, 진정한 지구촌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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