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
신유경 지음 / 사람in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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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초등학교부터 영어를 배운다지만, 나는 중학교때부터 영어를 배운 세대이다. 지금보다야 조금 느리긴 하지만 중학교3년, 고등학교3년의 교과과정을 지나 영어 안하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대학4년까지 영어를 했다고 계산하면 도합 10년이 넘는 시간을 영어라는 과목에 투자를 한것이 되는데, 이 영어라는 언어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학교 다닐땐 문법은 어려우니까 던져버리고 독해만 해댔고, 대학 들어가 뒤늦게 문법 좀 해볼려고 했더니 이제는 실생활에 필요한 회화가 대세라고 한다. 영어도 분위기를 타는지 매번 바뀌는 중요포인트 때문에 매번 헛갈리긴 하지만, 회화라.. 사실 그건 정말 중요한것 같긴 하다. 10년을 영어공부를 하고도 여전히 외국인이 길을 물으면 말이 나오는게 아니라 단어들만 머리를 돌아다니는 실정이니, 10년 배운 영어, 토익 토플 점수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한번 써먹어보려면 실제 상황에 어울리는 실전회화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는가?


당신이 지금 당장 뉴욕으로 가야한다면?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는 바로 이 당신이 지금 당장 뉴욕으로 가야한다면이라는 상황의 설정으로부터 시작하는 회화책이다.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가기 위해 미국땅에 첫번째 발을 내딛은 그 장소, JKF공항에서 수화물을 찾고, 짐을 옮겨야 하는 당신이 처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상황까지 말 그대로 시뮬레이션으로 설정하여 그 상황에서 당신이 구사할 수 있는 영어를 시범적으로 먼저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말 그대로 현장 적용 실전회화가 바로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이다.


뉴욕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즐기게 해주는 영어

자! 이제 뉴욕에 발을 내딛었다면 호텔에 짐을 푸는 것 부터 하여 당장 밥을 먹는 것까지 모두 영어로 해야한다. 기왕 뉴욕까지 왔으니 여행을 즐겁게해줄 볼거리와 먹을 거리들을 찾아나서는 것 또한 뉴욕에서 해야할 일이다. 뉴욕을 즐기기 위해 가방 가득 여행 가이드북을 챙겨오지 못했더라도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를 챙겼다면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길을 묻고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질문들 이외에 뉴욕! 바로 그곳에서는 꼭 보아야 할 것들과 먹어야 할 것들 또한 이 한권의 책에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는 뉴욕을 여행하기 위한 맞춤 회화책이기도 하다. 한권의 책에 간단한 영어회화는 물론 뉴욕이기 때문에 특별이 더욱 신경써서 골라야 하는 쇼핑의 거리와 먹을 거리 그리고 볼거리들을 찾기 위한 안내와 영어들도 가득히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로 먼저 경험하는 뉴욕 여행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의 가장 큰 특징은 말 그대로 시뮬레이션화 되어 있는 상황 설정들에 있다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것처럼 생동감 있고 현실적인 상황들의 설명을 쭉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레 뉴욕에서 맞딱드릴것 같은 상황들에 부딪히게 되고 그 상황에서 내게 필요한 영어회화들이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패션의 도시 뉴욕에서 쇼핑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옷을 골라 들고 피팅룸에서 직접 옷을 착용하기 위해 피팅룸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옷의 수가 제한되어 있다거나 도난 방지차원에서 행해지는 특수한 그들만의 방법들을 소개하고 이런 순간에 맞딱드렸을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대화들을 구성하여 페이지의 마지막에 시뮬레이션으로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활용도 면에선 아주 효과적인 문장들이니 실제 뉴욕에 갔을때 어마어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 권의 책으로 여행과 영어를 모두 정복하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의 도시, 그것도 언어에 자신이 없는 곳이라면 내가 챙겨야 할 짐가방 속에는 옷과 생필품보다 회화책과 여행가이드북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사할때 짐 싸본 사람들은 모두다 아는 사실, 책이 얼마나 무거운가? 즐거운 여행을 무거운 책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준비가 중요하겠지만 아무리 준비를 해도 낯선 나라 여행에는 늘 여러 불안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당신이 뉴욕을 간다면, 그런데 더도 덜도 말고 딱 한권의 책만 들고 갈 수 있다면 어쩌겠는가? 나라면 바로 이 책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를 추천할 것 같다. 뉴욕이라는 한정된 도시에서 반드시 맞딱드릴것 같은 현장의 대화, 그리고 그곳에서 꼭 보고 듣고 먹고 와야할 정보들이 한 권에 모두 들어있으니 말이다. 여러모로 참 요긴하지 않을까? 앞으로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를 시작으로 세계 유명 여행지의 여러 언어와 여행 가이드북이 시리즈로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드는건, 생각보다 알차고 요긴해보이는 바로 이 한권의 책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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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1주

 겨울 극장가는 유난히 화려하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따뜻한 실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인지 유난히 극장에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겨울엔 그만큼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개봉하는 영화들의 화면은 그만큼 더 다채롭고 풍부한 색감으로 채워진다. 블록버스터나 유명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대작들도 겨울방학을 앞두고 앞다투어 개봉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다양하고 풍성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어 좋지만 그만큼 영화간의 경쟁이 치열한 계절이 또한 겨울이기도 하다. 11월4째주에 개봉한 영화들부터 겨울을 알리는 그런 화려한 영화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눈길을 끄는 영화가 있다. 화려한 CG를 앞세운 블록버스터라고 하기에도 조금 무리가 있고, 젊은 관객들이 이름만 들어도 눈을 돌릴만한 티켓파워의 배우들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무리가 있는 배우들이 모인 영화. 그러나 기대이상의 선전을 거두고 있는 영화. 바로 홍길동의 후예이다. 
홍길동의 후예 - 개봉 09.11.26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다던 홍길동, 탐관오리를 혼내주고 그들의 재물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었다던 의적 홍길동. 그 홍길동의 자손들이 대대손손 가업으로 도둑질을 하며 현재까지 그 의적활동을 멈추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영화 홍길동의 후예, 대학강단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아버지와 평범하고 꼼꼼한 손길로 가족들을 위한 식탁을 준비하는 어머니, 그리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큰 아들과 아직 고등학생인 작은 아들이 이루고 있는 이 가정에는 홍길동의 제17대손과 18대손이 살고 있는 집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현직에서 물러서 현장을 지휘감독하고, 어머지는 주변을 살피는 보안을 해체시키며 큰아들은 직접 홍길동으로 분해 잘못된 방법으로 부를 얻어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이정민의 재산을 꾸준히 훔쳐낸다. 작은 아들은 아직 미성년자라 현장에 투입되지 않는다-_-;; 18대손으로 현장에서 홍길동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홍무혁에게는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연인 송연화가 있는데 알고 보니 이 연화의 오라버니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열혈검사였다. 의적 홍길동과 의적도 도둑이니 잡아넣어야 한다는 검사형님. 그리고 그들의 공공의 적 이정민이 엮어내는 즐거운 영화가 바로 홍길동의 후예이다. 

화려한 캐스팅과 엄청난 블록버스터가 아니라도 많은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증거가 되는 영화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겨울에는 과속스캔들이 그랬고, 올 상반기에는 7급 공무원이 그랬다면, 올 겨울에는 아마 홍길동의 후예가 그 뒤를 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 개봉한 이 영화는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잘 알려진 영웅담을 현재라는 새로운 배경에 맞게, 그러나 너무 과장되거나 동떨어진 모습이 아닌 정말 우리들 중 누군가는 그런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서민적인 모습과 평범한 설정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이범수나 그의 가족을 연기하고 있는 박인환, 김자옥등의 중견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도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아마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조금씩 조금씩 어느새 여기까지 온 배우 성동일의 연기가 아니었을까? 토박이 전라도사람인 내가 들어도 (나는 전남 목포 출신이고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광주광역시이다.) 너무 리얼한 전라도 사투리, 그것도 토박이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엑센트와 느낌들을 너무도 잘 살려 말 한마디로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그의 연기는 인천 출신이라는 그의 출신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고, 성동일 하면 떠오르는 나긋나긋하고 능청스러운 특유의 분위기가 이 영화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음에는 아마도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인지도면에서 그보다 단연 우위에 있었던 이범수, 김수로보다 성동일이라는 이 조연전문배우에게 더욱 눈길이 갔던, 바로 그를 위한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덧붙여본다. 홍길동의 후예가 최근 좋은 흥행성적을 거둠으로써 속편제작에도 들어갈 계획이 생겼다고 하니 다음편 홍길동의 후예에서는 또 어떤 즐거운 연기로 이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해보아야 겠다. 

현대판 홍길동인 홍길동의 18대손 홍무혁 역에는 온에어와 킹콩을 들다로 최근 많은 사랑을 받은 이범수, 홍길동과 이정민을 모두 잡아넣고 말리라는 집념을 불태우는 열혈검사 송재필에는 성동일, 갖은 비리와 만행으로 홍무혁과 송재필의 공공의 적으로 지목된 이정민 역에는 역시나 특유의 연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코믹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힌 김수로, 무혁의 여자친구이자 재필의 여동생인 연화 역에는 이시영이 출연한다.  



 
국가대표 - 개봉 09.09.10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대한민국 스키점프 대표팀이 급조된다. 기반시설도 없고 선수도 없었던 이 스키점프 대표팀을 만들기 위해 수소문된 선수들은 모두 한때는 스키를 탔지만 어느 한명도 스키점프를 전문으로 하던 선수가 아니라 그저 한 때 다른 종목의 스키를 타본 경험을 가진 이들일 뿐이다. 게다가 모두 현재까지 스키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웨이터로, 고기집 심부름으로 각자 다른 일들을 하고 있다. 그저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목적 하나로 대충~ 만들어진 국가대표 스키 대표팀. 출신도 다르고 고향도 다르고, 스키를 타는 이유도 다들 다른 이들이 모여 만든 국가대표 스키 대표팀은 좌충우돌 사고만 치지만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스키를 사랑했던 한때의 마음들을 서로를 통해 되찾아가게 되고, 국가대표라는 이름에 책임을 지기 위해 어느틈엔가 국가대표라는 이름의 꿈을 가지기 시작한다. 

국가대표는 해운대와 함께 09년 하반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극장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으로 꼽혔던 작품이다. 물론 관객면에서는 해운대에 밀렸으나 개인적으로는 해운대보다 좋은 느낌으로 관람을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주연배우인 하정우 이외에도 국가대표팀으로 구성되는 일원으로 출연하는 김지석, 김동욱, 최대환등의 배우들에게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했던 작품이며, 방코치역의 성동일 역시 서서이 그 특유의 연기가 눈에 확연히 드러나며 작품의 중심을 잡게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입양아와 비교적 비인기 종목으로 구분되던 스키점프를 재조명하는 작품이라는 작품자체의 자칫 무거워질뻔한 분위기를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진지하게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며 조절하던 성동일의 연기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성동일표 연기가 빛을 발한 또 하나의 영화.  

입양아이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부모님을 찾으며 국가대표 스키점프 선수로 뛰게된 주인공 차헌태 역에 훈남 하정우가, 그리고 대충 얼기설기 만들어놓은 팀을 존속시키고 그들을 국가대표로서 그 자리에 세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방코치 역에 성동일이 출연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 개봉일 -08.01.31

암울했던 일제시대, 수 많은 사람들이 동방의 빛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거대한 보석을 차지하기 위해 눈독을 들인다. 같은 목적으로 같은 도둑질을 계획하는 사람들 중에는 보기엔 번듯해 보이지만 사실을 뛰어난 사기꾼인 오봉구와 뛰어난 미모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받는 재즈 가수 춘자가 있다. 하나의 보석을 차지하기 위해 사사건건히 부딪히는 두 사람, 그리고 일제치하라는 시대적 배경이 맞물리며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진지하게 시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사실 크게 흥행 성적 자체가 좋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론 꽤 괜찮았던 영화였다. 그저 웃기는데 혈안이 되어 원초적이고 말초적인 웃음을 자극하는 당황스런 요소들을 배치하기 보단 적절하게 당시의 무게감을 너무 무겁지 않게 웃음으로 넘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는 심각하게 당시의 시대상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꽤 많이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늘 소심하고 진지했던 배우 박용우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만큼 이전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박용우의 모습과 아름다운 배우 박보영 이외에도 자신의 이름인 성동일보다는 빨간양말로 유명했던 고정화된 캐릭터 대신 성동일표 연기를 자연스럽게 보였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 특히나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혹은 그저그런 조연으로 묻힐 수 있는 역할을 가장 기억에 남는 연기와 배역으로 만드는 성동일만의 능력이 빛을 발한 작품이기도 하다. 

동방의 빛을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사기꾼 오봉구는 박용우, 춘자는 이보영, 위장독립군 역으로 대박 웃음을 던저준 배우는 성동일이다.  

 

 
미녀는 괴로워 - 개봉일 06.12.14

엄청난 몸무게를 자랑하지만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여자 강한나, 그녀는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이지만 육중한 몸과 볼것없는 외모로 인해 다른 가수의 립싱크만을 하는 일명 립싱크전문 가수이다. 늘 무대에 올라가지 못하고 무대위의 다른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를 무대 뒤에서 부르는 한나, 그래서 늘 삶이 어두운 그녀이지만 그녀에게도 한가지 희망이 있으니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그 음반사의 기획자 한상준이다. 그를 사랑하는 한나는 그도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믿지만 어느날 그가 자신을 그저 돈벌이에 필요한 립싱크 가수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되고 자신의 모습을 모두 바꾸어 그에게 나타나기로 결심한다. 

미녀는 괴로워는 일본의 원작 만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한국에서 재탄생된 작품이다. 원작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전신성형을 통해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가 아름다운 여인으로 거듭나 자신이 원했던 것들을 얻어간다는 설정.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한 사랑을 원했던 자신의 꿈의 장애가 되는 자신의 비밀때문에 발목이 잡힌 다소 비현실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시대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개봉당시 주인공을 맡았던 김아중이 실제 엄청난 무게를 가진 강한나로 분하기 위해 했던 특수분장이 이슈화 되었고 개봉후에는 김아중의 상상이상의 노래실력이 주목을 받으며 각종 음악차트에서 그녀가 영화에서 부른 곡들이 1위를 탈환했을 정도로 관심을 받았던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흥행성적도 무척 좋았다. 과속스캔들이 개봉하기 전까지는 코믹장르의 영화중 단연 최고의 흥행성적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김아중이라는 새로운 배우를 주연급 배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하기도 했고 주진모의 잘생긴 외모가 한껏 빛을 발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성동일은 음반기획을 하는 한상준의 선배로 모회사에서 자금을 연결해주는 회사의 자금담당이사...쯤? 모회사 회장의 아들이기도 한 역을 맡아 출연한다. 표준어를 구사해도 어딘지 구수하고 사투리스러운 너무나 서민적인 성동일의 매력이 십분 발휘된 배역이고, 늘 유쾌하고 비굴하지만 초라하지는 않은 그만의 연기내공이 영화에서 시작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주인공인 강한나 역에는 김아중이, 그녀의 사랑인 한상준은 주진모, 음반사의 사장이자 한상준의 선배 역할에는 성동일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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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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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도 이별을 피해갈 수는 없다. 물론 사람에 따라 더 많은 이별을 경험하고 더 적은 이별을 경험하는 횟수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가족간의 이별이든, 연인간의 이별이든, 동료간의 이별이든..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어떤 이유에서건 이별을 경험한다. 이별은 아픈 상처이지만 그 상처는 누군가와의 관계의 증거이며 내 마음에서 넘쳐났던 애정의 표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별을 어떻게 겪어내느냐가 그 다음의 관계와 그 다음의 나의 마음을 다듬는 또 하나의 연장이 되기도 한다.

좋은 이별이란게 있긴 하니?

<좋은 이별>은 사실 제목만으로는 뭔가 미심쩍은 느낌을 전달한다. 이별은 분명 상처이고 아픔인데 그런 이별이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는가. 아무리 좋아도 이별은 이별일 뿐이고, 결국 좋은 이별이란것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제목. 그래서 <좋은 이별>은 어딘지 모르게 조금은 먼듯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가 될 것 같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좋은 이별>을 펴들기 전 <좋은 이별>의 첫인상이었다. 약간의 호기심과 약간의 반감, 그리고 그안에서 어쩌면 정말 좋은 이별을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아주 약간의 기대를 안고 책을 펴들었다.


이별에서 나를 구해내라.

<좋은 이별>은 이별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전한다. 그리고 한 두 번의 이별을 경험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별을 충분히 잘 겪어내고 난 다음 이별 뒤의 나의 모습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을 안내하기 위해 쓰여진 안내서이다. 술픔을 내색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이겨내는 것이 사실은 이별을 잘 겪어내는 것이 아니며 그러한 잘못된 이별의 경험은 훗날 당신의 감정을 굳게하고 상처를 향해 고개조차도 돌리지 못하게 한다고 <좋은 이별>은 말한다. 그러니 당신은 당신의 이별을 잘 겪어내고 그 이별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인생의 한 고비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 바로 <좋은 이별>이다. 물론 따지고 보면,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책들은 많았다. 하지만 <좋은 이별>이 조금 다른 이유는 짧은 몇줄의 말로 이별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슬픔은 창피하지 않다. 아플때에는 아프다고 말하라 등의 그저그렇고 뻔한 이별에 대한 충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같은 이별을 똑같이 경험하고 때로는 더욱 큰 상처로 남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이별을 돌아보고 나는 어떤 경우에 속하는지 진단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데에 있을 것이다. 너의 지나간 이별에는 신경쓰지 말고 이제부터 잘하라는 막연한 말이 아닌, 너의 이별이 이런 모습은 아니었는지를 먼저 묻고, 그것은 너만의 아픔이 아니며, 그보다 더 깊게 아팠던 사람들도 있었노라고, 그러니 그 이별의 상처를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마주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별의 모습을 마주보고 그 이별을 충분히 겪고 난 다음에야 당신은 그 이별을 조금은 더 침착하게 마주 볼 수 있을것이라고 말이다.


좋은 이별을 충분히 겪기 위해 나를 찾는 것 부터 시작하게 한다.

<좋은 이별>안에 담긴 무수히 많은 이별의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실제로 그 안에서 나의 모습도 발견했다. 이별을 겪어낼 자신이 없어 스스로의 감정을 무덤덤하게 만들고 그 이후에는 이별이 될 수 있는 것들에게 감정을 나누어주지 않는 모습, 그리고 언젠가부터 무슨일에나 눈물이 없어, 친구들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 그런것들이 모두 책 속의 누군가에게 있던 나의 모습들이었다. 아마 수 많은 <좋은 이별>속의 이별의 모습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이별을 맞딱드렸을때 보였던 이별의 후유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들이 후에 나에게 어떤 모습이 되어 딱지가 되어 버렸는지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부터 <좋은 이별>은 시작하라고 했다. 내 모습을 그 안에서 찾았다면 이제 그 안에서 해야할 일은 그들에게 내릴 저자의 작은 처방들을 읽어볼 차례이다. 물론 책을 한 권 읽는다고 해서 오랜시간 외면했던 이별을 겪는 나의 행동습관이 한순간에 확 바뀌지는 않을 테지만 적어도 한가지는 달라지지 않을까? 바로 그런 나의 모습이 나에게 옹이가 되어 오랜 흉터로 남는 다는 것 말이다. 아마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은 이별>을 겪어내는 첫 단계를 순조롭게 밟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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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에트가 케렛 지음, 이만식 옮김 / 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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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 못하는 작가의 책을 선택할 때 나는 가끔 책의 안과 바깥을 덮고 있는 짧막한 추천사들을 참고하곤 한다. 때로는 국내의 저명한 인사, 혹은 세계적인 인사들이 먼저 책을 읽고 추천하는 한마디의 말이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매체들에서 책을 소개하는 글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그 책의 수상경력이 되기도 하는 짧은 말들.. 그 글들을 통해 책의 느낌을 먼저 느끼고 내용을 짐작해보는 것으로 책을 맛보기 하는 것이랄까? 그래서 이 책을 만났을 때 나는 사뭇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한 복합적인 느낌의 이미지와 칭찬을 넘은 극찬과 칭송의 한마디 말들을 보며 에드가 커렛이라는 작가의 글들에 대해 엄청난 기대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반전으로 시작하다.

이 책을 집어든 또 하나의 이유를 들어보라 한다면 나는 아마 이 책의 제목을 언급할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꾸었던 미지의 존재가 되는 꿈, 그 꿈을 꾸었으나 현실에서는 버스 운전사인 누군가를 말하는 것만으로 이 작가의 글 안에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미래의 나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공감되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책을 펴들어 첫번째 이야기를 만났다. 바로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의 첫 이야기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였다. 여기서부터 바로 이 책의 반전이 시작된다. 책의 소개글에서는 단편이란 말이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은 22편의 단편소설 모음집니다. 그래서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의 길고 긴 인생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는 처음부터 당황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제목의 이야기가 달랑 3페이지 분량의 짧아도 너무 짧은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이야기라는 것이 너무 오묘하다. 엄청난 칭송으로 가득찬 추천사에서 기대하게 했던 위대한 천재성이라기엔 뭔가 애매했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몇개의 단편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해서 나를 뭔가 석연치 않게 만들었다.


환상에 대해 이야기하다.

내내 석연치 않던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던 내가 이 단편들이 가지는 하나의 일관된 느낌을 부여잡은 것은 책의 중반즈음이 되어서였던것 같다.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로 시작되는 여러개듸 짧디 짧은 단편들은 그저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을 것 같은 장면을 포작하여 그 장면 속에 들어있는 사람들의 내면을 이끌어낸다. 때로는 어린날의 꿈을 이야기하고, 때로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이야기하며, 때로는 사형수를 이야기하고, 때로는 지옥을 말하는 이야기들, 누구나 처할 수 있지만 혹은 누구나 스쳐지나갔지만 한번도 그곳에 나를 대입시켜본적이 없는 그 장면들에 들어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끌어내는 능력으로 사람들의 가장 아래에 깔려있는 환상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반전을 꾀하다.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의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이야기는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단편 크넬러의 행복한 캠프생활자들이다. 자살한 사람들의 세상에 떨어진 모두가 자살한 사람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로, 그들이 그들만의 세상에 떨어져 현생에서와 같은 모습으로 다시 삶을 살아간다는 설정부터 신선했던 이야기인데다, 그 실감나는 자살하여 죽은 자들의 생활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가끔은 이들이 죽은자들이라는 생각조차 잊게 하는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자들이 떨어지는 구역, 그리고 그곳을 살아가는 주인공들, 메시아로 불리운다는 J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이지 기상천외하다 싶을만큼의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읽고 나면 그때서야 책의 추천사들이 조금은 공감이 가기 시작한다. 아.. 이래서 그가 천재성을 지닌 작가라 칭송을 받는구나..하고 말이다.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은 분명 일반적인 구성을 가진 이야기 모음집은 아니다. 다소 황당하고 다소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 그리고 도대체 이 이야기를 왜 썼을까 싶은 이야기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 이야기되는 인간의 상상력과 어린날의 환상을 만나게 된다면 애드카 커렛이라는 이 작가의 이름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 이유가 황당함이든 감탄할만한 천재성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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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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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살아간다. 눈을 뜨고, 깨어나고,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어디론가 향하는 발걸음을 내딛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걸음을 내딛는 그 힘을 더해 속도를 더하고 끝내는 달려나가기를 바람한다. 앞으로 내달리는 삶만이 의미있는 것이라고 등을 떠미는 세상에 밀려, 덩달아 내딛는 걸음의 의미도 잘 알지 못한채 말이다. 앞으로 나아가기만을 원하는 세상은 그래서 뒤돌아보거나 멈추어 서 있는 누군가를 향해서는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지도, 그 이유를 묻지도, 손을 내밀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뒤돌아보고 멈추어 서 있는 사람들을 잊어간다. 누구나 한때는 그렇게 뒤돌아보고 멈추어 서 있던 시기를 지나왔음에도 말이다.



<공무도하>가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날 밤, 목요일과 금요일을 이어주는 새벽시간에 방송되는 책 읽는 밤이라는 프로그램에는 <공무도하>의 작가 김훈이 출연하고 있었다. 건조하다 싶을만큼의 짧은 말들로 <공무도하>를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저렇게 무심하고 건조한 말을 지닌 작가가 써낸 사람의 이야기는 어떤 느낌일까 하염없이 궁금해했었다.


강의 이쪽에 남아있는 자들의 이야기.

<공무도하>는 과거에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그들을 퇴행적이라고 표현했었다. 시간을 넘어 과거로 향하는 낙타처럼 오랜시간을 과거에 매여 현실에 살면서도 현실을 살아가지 못하는 퇴행적인 사람들의 이야기. 무슨 이유에선지 강을 걸어 건너고자 하였으나 끝내는 건너지 못하고 강에 휩쓸려 간 남편을 향해 건너지 말라던 경고를 듣지 않고 건너려다 세상을 떠났다는 비난과 원망, 그리고 애통함을 내뱉는 살아남은 여옥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공무도하>의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저 강가에 서서 서성일 뿐이다. 강을 건너고 싶은 욕망, 물살에 휩쓸려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강 이쪽의 지루하고 별볼일 없는 곳임에도 자신의 과거가 묻어 있는 시간에 대한 미련들이 어지럽게 더하고 뭉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한 없이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이야기다.


다른 것 같지만 모두 한 곳에 있는 것들에 대하여..

<공무도하>에는 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신문사의 기자인 문정수, 출판사의 편집자 겸 디자이너인 노목희, 한때 노학연대의 운동을 했던 장철수, 서울에 두고 아이가 개에 물려 목숨을 잃은 오금자, 딸 아이를 방조제 공사장에서 잃은 방석천, 전직 소방대원 박옥출, 그리고 베트남 여인 후에..이들은 모두가 조금은 다른 시간들을 살아왔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노목희는 서울에 살고 있지만 얼마전 홍수로 돌아갈 고향이 사라졌고, 그녀의 대학선배인 장철수는 한때 노학연대의 운동을 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지만 검거된 후 함께 운동을 하던 사람들의 행적을 넘기는 댓가로 구속을 면하고 고향인 창야를 떠난다. 서울에 아이를 남겨둔채 고향인 해망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오금자는 아이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해망에서 종적을 감추고, 공사용 차량에 딸을 잃은 방석천은 마을 사람들이 반대하던 위자료를 남모르게 수령해 고향인 해망을 떠난다. 소방대원 박옥출은 오랜시간 일해온 소방대원으로서의 일을 버리고 서울을 떠나 해망으로 향하고 베트남 여인인 후에는 지참금을 받고 결혼해 베트남을 떠나 한국으로 와있다. 그리고 문정수는 그들의 이야기에 얽혀 서울을 떠나 해망에 머문다. 모두가 과거의 시간 한 덩어리를 떼어낸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무언가를 버리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다시 시작해야하기에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세상과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수를 통해서는 각자 처절한 고통을 가지고 있지만 기사거리가 될 것인가와 아닌가에 의해 가치 있는 것과 아닌 것으로 구별되는 세상의 무관심함을, 목희를 통해서는 개인의 이야기를 기사거리로 취급해야하는 자신의 위치와 스스로의 감정사이에서 시달리는 정수를 위로하는 그럼에도 존재하는 인간애와 그럼에도 자신의 갈길을 떠나는 사람의 냉정함을, 동료를 고발하고 자신의 안전을 도모했던 철수를 통해서는 양심과 자기 중심의 인간의 모습을, 아이들을 잃은 오금자와 방석천을 통해서는 혈연마저도 자신의 삶 앞에 벗어야하는 냉정함을, 후에의 모습에서는 타인에 대한 이유없는 애정을 말한다. 한가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끊없이 말하고 끊없이 찔러대며 끊없이 약을 뿌리는 이야기. 그래서 한번 걸리면 여간해선 떨어지지 않는 지독한 무좀같은 삶의 끈적댐과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내뱉는다. 그것이 강을 건너지 못한 사람들의 머뭇거림 바로 그것이라는 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조금씩은 움직여 나간다.

과거의 시간을 떼어내기 위해 해망에 모이거나 해망을 떠난 사람들은 시간이라는 흐름에 그저 자신을 내던진다. 거센 물살을 이겨내고 불굴의 의지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대신 현실 앞에 순응하고 끊임없이 좌절을 반복하며 시간만큼 더디게 그저 흘러가기만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조금의 변화는 일어난다. 각자의 갈길을 정해 어딘가로 흘러가는 아주 더딘 움직임만은 그들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물살에 몸을 맡겼으니 어딘가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저 자신들의 시작점이 달랐듯, 경유지도 도착지도 다른 것 뿐이다. 신문기자 문정수는 늘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고 벌어지지만 그것조차 일상이 되어버린 자신의 삶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서울로 돌아갈 것이고, 출판사에서 일하는 노목희는 어린시절 자신이 극복하지 못했던 그림에 대한 두려움에 맞서볼 시도를 하기 위해 유학을 떠날것이다. 고향인 창야에서 도망나온 장철수는 이제 반쪽남은 신장처럼 예전의 것들이 잘려나간 창야의 새로운 땅에서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이고, 아이를 잃고 해망에서 사라졌던 오금자는 다시 해망으로 돌아와 노을마을이 아닌 다른 해망의 땅에서 새로운 일을 하며 아이의 그림자를 벗어던질 것이다. 해방에서 딸 아이를 잃은 방석천은 딸 아이를 해망에 남겨두고 그 아이의 목숨값으로 어딘가에서 삶을 연명하고, 소방대원 박옥출은 못쓰게 된 자신의 신장대신 다른 사람의 신장을 다른 누군가의 것으로 값을 치룬 후 새 일과 함께 남은 인생을 살고, 베트남 여인 후에는 자신이 떠나온 베트남도 시집온 한국땅도 아닌 해망에서 자신의 고향 베트남에서와 같이 자유롭게 물질을 하며 살것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다른 모습으로 과거에서 조금씩 멀어져 남은 삶을 꾸역꾸역 살아갈 것이다. 방조제로 물이 막혀 갇힌 갯장어가 살기 위해 설명불가한 힘으로 방조제를 뛰어넘어 제 살길을 찾아 갔듯이 그들도 그렇게 남겨진 삶에 또 다시 생존 방법을 찾아낼터이니 말이다.

사람의 일상, 그 자체를 그린 이야기.

이 이야기는 다른 책에 다 있는 목차도, 소제목도 없다. 사건도 없고 이 사람이다 싶은 주인공도 없다. 등장하는 주요인물은 있지만 그저 적당한 때에 나타나 적당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전해주고 적당할때 사라진다. 그리고 그저 원래 그랬던 것 처럼 흘러갈 뿐이다. 매일매일 사건이 벌어지지만 별로 달라질 것 없이 흘러가는 사람들의 인생과 세상처럼 말이다. 때로는 내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그저 조연이나 엑스트라로 살아가야 하는 보통 사람들의 머뭇거림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더욱 가슴저리고 소름이 돋을만큼 현실적인 이야기를 너무도 건조한 문체로 이야기하고 그 문체마저 우리의 삶인것처럼 느끼게 했던 이야기가 바로 <공무도하>가 아닐까. 작가가 출현했던 목요일 밤의 그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작가는 그들의 그 다음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 강가에 서서 강을 건너지 못하고 지지리 궁상맞은 현실을 벗어나는 것도 버거워 주저하는 사람들, 그들이 살아야 하는 삶의 슬픔과 절망, 그리고 좌절을 이야기 했으니 이제 그 다음에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작가가 언급한 그 다음의 이야기가 무엇이 될 것인지는 사실 잘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역시나 그 이야기에는 강을 건너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이 그려질 것이다. 강 이쪽에 남아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절망과 좌절 이후의 삶의 또 다른 모습 말이다. 그 삶이 아름답고 희망에 찬 이야기가 될 지, 아니면 더 깊고 더 어두운 나락으로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그것 또한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 세계의 삶의 모습이라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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