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1주

 겨울 극장가는 유난히 화려하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따뜻한 실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인지 유난히 극장에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겨울엔 그만큼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개봉하는 영화들의 화면은 그만큼 더 다채롭고 풍부한 색감으로 채워진다. 블록버스터나 유명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대작들도 겨울방학을 앞두고 앞다투어 개봉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다양하고 풍성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어 좋지만 그만큼 영화간의 경쟁이 치열한 계절이 또한 겨울이기도 하다. 11월4째주에 개봉한 영화들부터 겨울을 알리는 그런 화려한 영화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눈길을 끄는 영화가 있다. 화려한 CG를 앞세운 블록버스터라고 하기에도 조금 무리가 있고, 젊은 관객들이 이름만 들어도 눈을 돌릴만한 티켓파워의 배우들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무리가 있는 배우들이 모인 영화. 그러나 기대이상의 선전을 거두고 있는 영화. 바로 홍길동의 후예이다. 
홍길동의 후예 - 개봉 09.11.26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다던 홍길동, 탐관오리를 혼내주고 그들의 재물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었다던 의적 홍길동. 그 홍길동의 자손들이 대대손손 가업으로 도둑질을 하며 현재까지 그 의적활동을 멈추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영화 홍길동의 후예, 대학강단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아버지와 평범하고 꼼꼼한 손길로 가족들을 위한 식탁을 준비하는 어머니, 그리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큰 아들과 아직 고등학생인 작은 아들이 이루고 있는 이 가정에는 홍길동의 제17대손과 18대손이 살고 있는 집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현직에서 물러서 현장을 지휘감독하고, 어머지는 주변을 살피는 보안을 해체시키며 큰아들은 직접 홍길동으로 분해 잘못된 방법으로 부를 얻어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이정민의 재산을 꾸준히 훔쳐낸다. 작은 아들은 아직 미성년자라 현장에 투입되지 않는다-_-;; 18대손으로 현장에서 홍길동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홍무혁에게는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연인 송연화가 있는데 알고 보니 이 연화의 오라버니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열혈검사였다. 의적 홍길동과 의적도 도둑이니 잡아넣어야 한다는 검사형님. 그리고 그들의 공공의 적 이정민이 엮어내는 즐거운 영화가 바로 홍길동의 후예이다. 

화려한 캐스팅과 엄청난 블록버스터가 아니라도 많은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증거가 되는 영화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겨울에는 과속스캔들이 그랬고, 올 상반기에는 7급 공무원이 그랬다면, 올 겨울에는 아마 홍길동의 후예가 그 뒤를 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 개봉한 이 영화는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잘 알려진 영웅담을 현재라는 새로운 배경에 맞게, 그러나 너무 과장되거나 동떨어진 모습이 아닌 정말 우리들 중 누군가는 그런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서민적인 모습과 평범한 설정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이범수나 그의 가족을 연기하고 있는 박인환, 김자옥등의 중견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도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아마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조금씩 조금씩 어느새 여기까지 온 배우 성동일의 연기가 아니었을까? 토박이 전라도사람인 내가 들어도 (나는 전남 목포 출신이고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광주광역시이다.) 너무 리얼한 전라도 사투리, 그것도 토박이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엑센트와 느낌들을 너무도 잘 살려 말 한마디로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그의 연기는 인천 출신이라는 그의 출신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고, 성동일 하면 떠오르는 나긋나긋하고 능청스러운 특유의 분위기가 이 영화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음에는 아마도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인지도면에서 그보다 단연 우위에 있었던 이범수, 김수로보다 성동일이라는 이 조연전문배우에게 더욱 눈길이 갔던, 바로 그를 위한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덧붙여본다. 홍길동의 후예가 최근 좋은 흥행성적을 거둠으로써 속편제작에도 들어갈 계획이 생겼다고 하니 다음편 홍길동의 후예에서는 또 어떤 즐거운 연기로 이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해보아야 겠다. 

현대판 홍길동인 홍길동의 18대손 홍무혁 역에는 온에어와 킹콩을 들다로 최근 많은 사랑을 받은 이범수, 홍길동과 이정민을 모두 잡아넣고 말리라는 집념을 불태우는 열혈검사 송재필에는 성동일, 갖은 비리와 만행으로 홍무혁과 송재필의 공공의 적으로 지목된 이정민 역에는 역시나 특유의 연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코믹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힌 김수로, 무혁의 여자친구이자 재필의 여동생인 연화 역에는 이시영이 출연한다.  



 
국가대표 - 개봉 09.09.10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대한민국 스키점프 대표팀이 급조된다. 기반시설도 없고 선수도 없었던 이 스키점프 대표팀을 만들기 위해 수소문된 선수들은 모두 한때는 스키를 탔지만 어느 한명도 스키점프를 전문으로 하던 선수가 아니라 그저 한 때 다른 종목의 스키를 타본 경험을 가진 이들일 뿐이다. 게다가 모두 현재까지 스키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웨이터로, 고기집 심부름으로 각자 다른 일들을 하고 있다. 그저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목적 하나로 대충~ 만들어진 국가대표 스키 대표팀. 출신도 다르고 고향도 다르고, 스키를 타는 이유도 다들 다른 이들이 모여 만든 국가대표 스키 대표팀은 좌충우돌 사고만 치지만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스키를 사랑했던 한때의 마음들을 서로를 통해 되찾아가게 되고, 국가대표라는 이름에 책임을 지기 위해 어느틈엔가 국가대표라는 이름의 꿈을 가지기 시작한다. 

국가대표는 해운대와 함께 09년 하반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극장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으로 꼽혔던 작품이다. 물론 관객면에서는 해운대에 밀렸으나 개인적으로는 해운대보다 좋은 느낌으로 관람을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주연배우인 하정우 이외에도 국가대표팀으로 구성되는 일원으로 출연하는 김지석, 김동욱, 최대환등의 배우들에게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했던 작품이며, 방코치역의 성동일 역시 서서이 그 특유의 연기가 눈에 확연히 드러나며 작품의 중심을 잡게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입양아와 비교적 비인기 종목으로 구분되던 스키점프를 재조명하는 작품이라는 작품자체의 자칫 무거워질뻔한 분위기를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진지하게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며 조절하던 성동일의 연기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성동일표 연기가 빛을 발한 또 하나의 영화.  

입양아이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부모님을 찾으며 국가대표 스키점프 선수로 뛰게된 주인공 차헌태 역에 훈남 하정우가, 그리고 대충 얼기설기 만들어놓은 팀을 존속시키고 그들을 국가대표로서 그 자리에 세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방코치 역에 성동일이 출연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 개봉일 -08.01.31

암울했던 일제시대, 수 많은 사람들이 동방의 빛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거대한 보석을 차지하기 위해 눈독을 들인다. 같은 목적으로 같은 도둑질을 계획하는 사람들 중에는 보기엔 번듯해 보이지만 사실을 뛰어난 사기꾼인 오봉구와 뛰어난 미모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받는 재즈 가수 춘자가 있다. 하나의 보석을 차지하기 위해 사사건건히 부딪히는 두 사람, 그리고 일제치하라는 시대적 배경이 맞물리며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진지하게 시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사실 크게 흥행 성적 자체가 좋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론 꽤 괜찮았던 영화였다. 그저 웃기는데 혈안이 되어 원초적이고 말초적인 웃음을 자극하는 당황스런 요소들을 배치하기 보단 적절하게 당시의 무게감을 너무 무겁지 않게 웃음으로 넘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는 심각하게 당시의 시대상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꽤 많이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늘 소심하고 진지했던 배우 박용우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만큼 이전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박용우의 모습과 아름다운 배우 박보영 이외에도 자신의 이름인 성동일보다는 빨간양말로 유명했던 고정화된 캐릭터 대신 성동일표 연기를 자연스럽게 보였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 특히나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혹은 그저그런 조연으로 묻힐 수 있는 역할을 가장 기억에 남는 연기와 배역으로 만드는 성동일만의 능력이 빛을 발한 작품이기도 하다. 

동방의 빛을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사기꾼 오봉구는 박용우, 춘자는 이보영, 위장독립군 역으로 대박 웃음을 던저준 배우는 성동일이다.  

 

 
미녀는 괴로워 - 개봉일 06.12.14

엄청난 몸무게를 자랑하지만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여자 강한나, 그녀는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이지만 육중한 몸과 볼것없는 외모로 인해 다른 가수의 립싱크만을 하는 일명 립싱크전문 가수이다. 늘 무대에 올라가지 못하고 무대위의 다른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를 무대 뒤에서 부르는 한나, 그래서 늘 삶이 어두운 그녀이지만 그녀에게도 한가지 희망이 있으니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그 음반사의 기획자 한상준이다. 그를 사랑하는 한나는 그도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믿지만 어느날 그가 자신을 그저 돈벌이에 필요한 립싱크 가수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되고 자신의 모습을 모두 바꾸어 그에게 나타나기로 결심한다. 

미녀는 괴로워는 일본의 원작 만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한국에서 재탄생된 작품이다. 원작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전신성형을 통해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가 아름다운 여인으로 거듭나 자신이 원했던 것들을 얻어간다는 설정.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한 사랑을 원했던 자신의 꿈의 장애가 되는 자신의 비밀때문에 발목이 잡힌 다소 비현실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시대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개봉당시 주인공을 맡았던 김아중이 실제 엄청난 무게를 가진 강한나로 분하기 위해 했던 특수분장이 이슈화 되었고 개봉후에는 김아중의 상상이상의 노래실력이 주목을 받으며 각종 음악차트에서 그녀가 영화에서 부른 곡들이 1위를 탈환했을 정도로 관심을 받았던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흥행성적도 무척 좋았다. 과속스캔들이 개봉하기 전까지는 코믹장르의 영화중 단연 최고의 흥행성적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김아중이라는 새로운 배우를 주연급 배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하기도 했고 주진모의 잘생긴 외모가 한껏 빛을 발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성동일은 음반기획을 하는 한상준의 선배로 모회사에서 자금을 연결해주는 회사의 자금담당이사...쯤? 모회사 회장의 아들이기도 한 역을 맡아 출연한다. 표준어를 구사해도 어딘지 구수하고 사투리스러운 너무나 서민적인 성동일의 매력이 십분 발휘된 배역이고, 늘 유쾌하고 비굴하지만 초라하지는 않은 그만의 연기내공이 영화에서 시작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주인공인 강한나 역에는 김아중이, 그녀의 사랑인 한상준은 주진모, 음반사의 사장이자 한상준의 선배 역할에는 성동일이 출연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