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분 1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9년 12월
절판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 많은 것들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세상에 나오는 그 순간부터 가정이라는 공간에 의해 자신을 만들어가며, 시간이 지나면 학교라는 교육을 위한 공간을 통해 사회생활의 시작과 조화나 균형같은 일반적인 감정과 적응법들을 습득한다. 그리고 그 학교를 지나 사회에 정식으로 나가게 되면 그것들을 기초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는 방법들을 배워나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서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독립적일 수 없다. 어느 정도는 누구나 무엇인가를 주고 받으며 스스로를 만들어나가고 그렇게 인생을 꾸려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학교는 완전한 보호와 완전한 독립의 중간단계로 보호받으며 자신의 인생을 준비하는 예비과정을 제공한다. 극단적인 소외, 일방적인 보호가 아닌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방법들을 배워가며 위험이나 세상으로부터 어느정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곳. 그래서 사람들은 세상에 나가기전의 인생의 경험인 학교를 추억하고 기억한다. 어느정도는 독립적이었지만 나를 보호해주는 마지막 울타리가 존재했던, 최소한 안전했던 곳이었으니 말이다.

19분, 누군가의 인생이 모아진 짧은, 그러나 길고 긴 시간.
<19분>은 스털링 고등학교라는 특정한 장소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 한명의 범인, 그가 벌인 세상이 이해할 수 없을것 같은 참혹한 범죄. 바로 그 사건이 일어난 전체의 시간이 단지 19분만이 걸린 것이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찬 소리를 지르고, 부상을 당하고, 목숨을 잃는데 걸렸던 19분의 시간. 단지 19분의 시간일 뿐이지만 그 19분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전체를 응집시켜 표현해낸 자신의 인생 전부의 분노이자 과정임을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19분>은 그 잔혹했던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 사건의 전개를 다룬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 관련되었거나 혹은 관련이 있었을지도 모를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사건의 범인인 피터부터 그의 가족들, 그리고 그가 학교라는 반보호 반독립의 지역에서 겪어내어야 했던 수 많은 일들의 관련자들에 대해서 말이다.

학교를 단지 추억이라 말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스털링 고등학교의 총기 난사 사건은 왜소하고 작기만한,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한 남학생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총구를 향하게 하고, 총을 발사해 목숨을 잃거나 다치게 한 아이. 그런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작았던 단 한명의 아이는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가게 된다. 이미 세상은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했던 위험한 존재에 대한 인식이 그를 괴물로 만들어가고 있었지만 그는 그저 너무 약해서 스스로 <19분>를 보호하는 법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에 가까운 아이였을 뿐이다. <19분>은 책 전체를 통해 왜 그 아이가 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향해 가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작지만 너무도 잔인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 그가 그러한 작은 이들에 의해 자신의 운명과 인생의 흐름을 바꿀만큼 연약한 그저 작은 소년이었음 또한 부각시킨다.

그럼에도 모두에게 필연적이었을 결정.
<19분>을 읽기 전에, 잠시 망설였었다. 세상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잃게한 어린 남학생. 그가 왜 그런 결정을 내리고 그런 행동으로 치달아야 했던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그가 그렇게 해야했던 이유를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는 것들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었든, 그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이고, 자신의 공포와 맞설 최후의 수단이 그것뿐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의 행동을 정당화시킬 순 없다는 개인적인 믿음과 충돌하는 이야기일것이란 추측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분>은 단지 총을 쏘고 사람을 죽인 피터를 향해 동정의 눈길을 보내며 그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이야기만을 하지 않았다. 그가 했던 행동의 과정과 이유는 물론, 그를 그렇게 몰아간 주변인의 행동과 결정들에도 정당한 이유를 부여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정당한 이유들을 말하는 것으로 판단을 독자에게 맞기고 있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선택을 한 사람들. 그리고 모두가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결정들이 피터라는 한명의 사람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갔음을 통해, 누군가의 최선의 결정이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개인주의와 합리적 판단이라 일컬어지는 현대 사회의 판단 방식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나만을 위한 선택, 그 속에서 외면된 누군가의 공포와 아픔이 피터의 총구가 되어 당신을 향해질 가능성. 그 가능성에 대한 재고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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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온가스 2010-01-18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저도 이 책을 올해 초에 다 읽었습니다.
피터가 너무 불쌍했습니다.
유치원때부터 학대를 받았고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한 남들과 다른 착한 별종 피터가 너무 불쌍해서 책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자기들만의 위치를 놓치고 싶지 않아 피터를 공동의 장난감을 만들어 서로의 유대를 끈끈이 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보고 싶지 않더군요.
특히 조지 때문에.......................
피터의 부모 또한.......................

..

블로그 잘 보고 갑니다.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2주

2010. 1. 14.

  

지현은 하늘을 날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새를 찍기를 좋아하는 아름다운 여성 사진작가이다. 최근 영화제작의 일상을 촬영으로 남기는 일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그녀를 사랑하는 특수분장전문가인 준서가 남자친구로 있고 그녀 역시 자신을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야 조금씩 그의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게 된 그녀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이 있으니 그는 바로 그녀의 아들 유빈, 하지만 유빈이 그토록 애타게 찾는 것은 송지현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아닌 바로 송지현이라는 이름의 남자, 자신의 친부이다. 아름다운 그녀에게 숨겨진 상상할 수 없는 비밀은 아들 유빈이 찾아오면서 그녀를 당혹시키게 되는데...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벽한 특수분장을 통해 이나영의 여성성을 감추고, 그래서 완벽하게 남자가 되어 아빠의 역할을 해내는 모습을 그리는데에는 애시당초 관심이 없었던 영화였다. 그저 이나영의 지극히 여성스러운 모습을 시작으로 왜 그가 그녀가 되어야 했는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영화였다. 남자의 몸에 갇혀 행복하지 못했기에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한 선택을 했던 여자나 남자이기 이전에 한명의 사람이었던 누군가의 인생을 이나영이라는 지극히 아름다운 여배우의 모습을 빌려 이해하게 하는 영화이다. 그래서 일까? 어설프기 그지 없는 이나영의 남장은 그녀가 남자의 몸을 그대로 간직한 아빠로서 살았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성별이 달라지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한번도 남자인 적이 없는, 원래부터 여자를 좋아하는 그녀 자체였을 뿐이라는 것을 절대 남자가 될 수 없는 그녀의 아름다움으로 굳이 설명할 필요없이 설명해내는 영화인것이다. 아름다운 여성으로 한 남자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그녀에게 어느날 찾아온 아들,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아들의 출현으로 그녀는 당황하고 점점 그 아이에게서 자신과 같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며 아빠로서의 자신의 감정을 외면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단 몇일 아이에게 추억할 수 있는 아빠의 모습을 만들어주기 위해 남장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 영화의 주요설정.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겁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특수분장사인 그녀의 남자친구와 그 앞에서 한없이 수줍은 여자이고 싶은 그녀의 숨겨진 비밀, 그리고 아들의 아빠로서 지금 여자인 자신을 숨겨야 하는 절박한 고민까지도 즐거운 웃음과 유쾌한 발상으로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자식을 위한 사랑과 연인을 향한 마음의 갈등까지도 말이다. 트렌스젠더라는 조금은 심각하고 아직은 우리 사회의 이방인인 존재에 대해 따뜻하고 유쾌한 시선을 주고 그들이 놓인 인간적인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너무 심각하지 않게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참 괜찮은 영화. 그리고 마음이 편안한 미소짓게 하는 영화가 아닌가 한다.   







 2009 .04 .23 

   

 아버지가 다른 자매인 명주와 명은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도 다른 모습과 성격을 지녔다. 명주는 털털하고 씩씩한 성격으로 엄마의 생선가게를 물려받아 일을 하며 고향에 머물고 명은은 대학진학이후로 집을 떠나 고향에 발걸음을 하지 않은채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아버지가 다른 것이 서로의 차이라는 것을 자연스러운 차이와 거리로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사이는 두 사람 사이의 연결끈인 어머니의 죽음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명은은 명주에게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를 자신의 아버지를 찾기 위한 여행을 함께 해주기를 원한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개봉당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관객들에게 꽤 좋은 평을 받았던 영화이다. 아버지가 다른 자매이지만 남보다 멀었던 가족, 그리고 사라진 아버지, 홀 어머니와 자매,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에 성공했고, 이들이 여행을 하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그들 가족의 숨겨진 비밀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화해하는 과정을 과장되지 않고 잔잔하게 너무도 가족스럽게 그려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영화를 재미있는 영화와 좋은 영화로 분류한다면 이 영화는 재미라는 면보다는 좋은 영화라는 면이 컸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영화이기도 하다. 여기에 누군가는 식스센스 이후의 최고의 반전이라 불렀던 영화 속에 숨겨진 사라진 명은의 아버지에 대한 비밀까지 더해져 사실은 영화적 재미까지도 충분했던 영화. 그리고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김할 수 있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1994,01,22 


어린이용 만화를 더빙하는 성우 다니엘은 어른이지만 아직 천진하고 즐거운 인생을 꿈꾸는 조금은 철없고 개구장이 같은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아내인 미란다는 젊은 시절 그의 그런 모습을 사랑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지만 절대 철이 들지 않을것 같은 다니엘의 철 없음에 점점 지쳐가고, 끝내는 버거워하며 이혼을 결심한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없었던 다니엘 대신 자녀들의 양육권은 미란다에게로 넘어가고 다니엘은 단지 일주일에 1번의 만남만을 보장받게 된다. 미란다는 다니엘과의 이혼 후 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볼 가정부를 구하려하고 우연히 다니엘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며 다니엘은 스스로 자신의 아이들 옆에 있을 수 있는 방법으로 가정부가 되기를 결심한다. 특수 분장을 하는 동생의 도움을 받고, 성우인 자신의 특기를 살려 아이들의 아버지인 다니엘이 아닌,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된 다니엘은 가정부로 다시 자신의 집에 돌아가 아이들과의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가고 조금씩 아내의 외로움과 힘겨움도 이해하기 시작한다.

로빈 윌리암스라는 재능많은 중년의 배우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처럼 그에게 딱 맞는 옷을 선사하고 그가 아닌 다른 배우들이 이 작품을 했을 상황에 대해 생각도 못할만큼 정확히 로빈 윌리암스가 만들어낸 로빈 윌리암스식 감동의 영화이기도 한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여전히 꿈을 간직한 아이들같은 모습의 아버지와, 현실을 인식하고 삶을 현실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남편의 몫까지 현실에 치어야 했던 어머니의 각자 다른 모습의 사랑이 충돌하는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각자가 놓인 위치가 다르고 서로 나누어 맡아야 할 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부부들의 문제가 이혼으로 이어지며 일방적으로 이별을 경험하게 되는 아이들의 마음과 부모님들의 안타까움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살펴보아야 할 현실에서 자주 만나게 될 문제이기도 하다. 로빈 윌리암스라는 배우의 재능과 그가 보여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며, 10년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시의 특수분장이 어땠는지 살펴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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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남 카운셀링 - 은근히 고민되는 기상천외 상담소
서나래.한기연 지음 / 포북(for book) / 2009년 12월
품절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책상 밑으로 선생님 몰래 숨겨읽던 만화책이 가끔은 만화가 주는 즐거움 이상의 의미를 가지곤 했다.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것,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한다는 일종의 쾌감이랄까? 선생님들의 감시의 눈초리를 피해 책상밑에 숨기고, 책 밑에 깔아놓아 읽던 만화책들은 그렇게 나름대로는 일종의 소심한 일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각 반마다 만화를 유독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 아이들이 빌려오는 만화책을 돌려가며 읽던 쾌감을 느끼게 해서일까? 만화는 여전히 그림만 보고 있어도 배시시 웃음이 나오는 묘한 즐거움을 준다.

만화, 놀랍도록 변신하다.
예전에는 책가방 한쪽 귀퉁이에 몰래 숨겨들어오고, 숨어보던 만화. 그 만화가 인터넷과 컴퓨터관련 아이템들의 발전과 함께 요즘은 꽤 색다른 모습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손에 가득 쥐고 책상 위에서 책장을 몰래 넘겨가며 읽던 그 작은 문고판 만화대신 모니터를 통해 마우스의 클릭과 커서이동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대신 화면을 이동하며 읽는 만화. 이른바 웹툰이라 불리우는 이런 변화된 만화들을 만난 것은 대략 4~5년 전쯤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포털사이트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인기를 끌던 웹툰들은 점점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시작했고 매일 텔레비젼의 광고를 보듯 아주 짧은 시간에도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이 웹툰들의 소재들도 어릴 적 여러권의 시리즈물이 대부분이었던 그 만화들에 비해 확실한 차이를 가지기 시작했다. 스토리와 출연인물이 중요한 그림있는 이야기였던 것이 이제는 그림을 빌려 우리 일상의 작은 사건들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래서 박장대소를 하기도 하고, 작게 미소지을 수도 있는 생활밀착형 이야기들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은 만화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한 것은 서나래라는 대학생 작가의 "낢이 사는 이야기"였다.

그림으로 일상을 이야기하다.
아주아주 오래전 신문들의 구석에 자리잡았던 4컷 만화보다는 길지만, 만화전문 잡지들에 연재하기에는 짧은 이야기. 이어지는 길고긴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짧막한 일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서 찾아내는 나의 이야기나 바로 너의 이야기. 서나래 작가의 "낢이 사는 이야기"는 평범한 가족들 안의 대학생으로서의 자신의 경험,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이 일상을 경험하며 겪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늘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을 그려내곤 했다. 그래서일까? 서나래라는 이름의 대학생이 그려내는 "낢이 사는 이야기"는 그녀가 사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가 사는 이야기 같았다. <은근남 카운셀링>은 바로 그 일상다반사를 잘 잡아내던 서나래작가의 두번째 캐릭터이다. 두번째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내 기억이 맞는다면 낢이 사는 이야기에서도 한두번 나왔었고, 그 출연으로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해 딴 살림차려낸 낢이 사는 이야기의 번외편 같은 느낌을 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은근남의 은근한 매력, 은근은근 빠져들어보자.
<은근남 카운셀링>은 은근남이 일상의 고민들을 가져오는 사람들과의 상담을 통해 즐거움과 유쾌함 때로는 그 안에 숨겨진 진짜 상담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독자사연들을 토대로 이루어진만큼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이기 보다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골몰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누구나 한번은 겪어내야 하는 이야기이기도 한 이 고민들을 은근남이라는 어딘지 모르게 은근히 웃기고, 은근히 맥빠지는 상담을 일삼는 은근히 즐거운 캐릭터를 통해 공유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때로는 어이없고 기운 쭉쭉 빠지게 하는 이야기로 허탈한 웃음을 짓게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가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외로움과 고독함을 해소해주는 묘하고도 은근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은근남 카운셀링>안에는 서나래 작가의 은근남 상담일지 이외에도 진지한 자세로 수록된 이야기들의 고민을 진찌 카운셀링해주는 한기연이라는 또 다른 카운셀러의 카운셀링이 숨어있으니 주의 깊게 읽어볼것.

일상의 가장 가까운 이야기들로,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던 낢과 은근남, <은근남 카운셀링>으로 고민을 나누고 웃음을 공유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책이 되어줄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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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홀릭's 노트 - 게으른 포토홀릭의 엉뚱하고 기발한 포토 메뉴얼
박상희 지음 / 예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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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세월은 잡을 수 가 없다지만, 사람들은 늘 그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두고 곁에 두고 싶어한다. 흘러가는 시간을 추억하고 기억하는 일은 그래서 사람들에게 흘러간 시간을 확인하기 보다는 그 시간들을 잡아두는 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세월을 잡고 싶은 사람들, 그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흘러간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간직할 방법을 찾게 되는데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이 사진을 찍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 시간의 모습과 그 시간의 장소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 순간의 기억 한장. 그 안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을 간직하기에 사진만큼 확실하고 아름다운 방법이 또 있을까?

기억을 간직하는 나만의 특별한 방법들을 안내합니다.
예전에는 각 집에 한대 있을까 말까했던 카메라, 수동으로 조리개를 조절하고 손가락 하나를 들어 초점을 맞추어야 촬영이 가능했던 만만치 않았던 그 카메라들을 뒤로하고, 요즘은 거의 개인당 1대에 가까운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가 열려있다. 어렵게 노출을 맞추고 조리개를 조절하는 번거로움 없이 알아서 초점을 맞춰주고 알아서 빛을 조절해주는 전자동 디지털카메라. 그래서 사진으로 기억을 남기는 일은 예전처럼 특별한 일이 아닌것이 되어버렸지만, 그래서 일까? 사람들은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간단한 디지털 카메라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보다 어려운 그리고 그 보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고가의 카메라를 위해 눈을 돌린다. 다른 사람들의 기억보다 특별한 나의 기억, 그것을 기록하는 나만의 사진에 더욱 특별함을 부여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사진은, 어느새 가장 가깝고도 여전히 멀리 있는 가장 평범하고도 가장 어려운 취미로 인식되어가고 있다. 사진은 과연 가장 평범하거나 가장 어려운 취미일까?


너를 위한 가벼운, 그러나 특별한 사진이야기.
<포토홀릭'S 노트>는 바로 그런 가까이 하기엔 어쩐지 멀게만 느껴지는 사진에 대한 친해지기 방법 소개서라고 할 수 있다. 고가의 DSLR과 초보자에게는 어쩐지 어려운 카메라 사용법을 뒤로하고 작품성이 뛰어나고 기술이 충만한 사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친숙하고 그보다 특별한 카메라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을 그 카메라가 기록한 사진들을 통해 풀어간 이야기랄까? 그래서 이 책에는 요즘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는 고가의 카메라 대신 저렴하거나 장난스러운, 그러나 그래서 더욱 특별한 기록을 해내는 토이카메라와 홀가, 로모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저자가 직접 사용해본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들을 설명하고 이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사진들을 함께 볼 수 있도록 구성된 <포토홀릭'S 노트>는 초보자들이 부담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사진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게 한다.


너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봐.
<포토홀릭'S 노트>가 말하는 사진의 매력, 그것은 뛰어난 사진기술도, 고가의 카메라에서 오는 유려한 화면들도 아니다. 너도 모르게 만들어지는 너만의 기억들을 기록할 가깝고도 친숙한 사진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당신만이 만들 수 있는 너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라는 권유 바로 그것이 <포토홀릭'S 노트>의 주요 목적. 그래서 <포토홀릭'S 노트>에 담긴 카메라들은 우리가 흔히 한번쯤은 보았을법한 토이카메라들이 대부분이다. 어쩌면 우리집 한귀퉁이에 사은품으로 받아 놓았을지도 모를 싸구려 카메라에서 너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사진을 통해 너의 기록을 보전할 수 있다는 그 의미, 그것이 사진의 진정한 매력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토이카메라, 그 매력에 빠져라.
개인적으로 <포토홀릭'S 노트>를 처음 펴들었을때 들었던 느낌은.. 어쩐지 의외이지만 반갑다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사진들과 어려운 사진기법들 대신 길거리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장난스러운 카메라 한대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들과 실제적으로 사진과 가깝게 지내기 위해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기술들을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엮어낸 <포토홀릭'S 노트>. 꼭 고가의 카메라로 어려운 용어들을 익혀가며 찍지 않아도 나름의 매력으로 자신의 이야기들을 꾸며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한권의 책 가득히 담아냈다는 것 만으로도 어쩐지 사진이 어려웠던 많은 이들에게는 사진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주는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또 잊고 있었던 자신의 방 구석에 존재하는 토이카메라 한대의 가치를 새롭게 생각해보고 다시 꺼내어 들 수 있게 했다는 점만으로도 <포토홀릭'S 노트>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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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시선>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한낮의 시선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구판절판


영화이든, 소설이든.. 우리에게 가장 큰 감동을 주는 이야기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단 하나의 울타리. 세상 모든것에게서 내쳐져도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 그래서 모든 이들에게 가족이란 나의 시작이자 근원이고, 가장 보편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커다란 공감과 평안을 가져다주는 감동의 단어이다.

아버지의 부재, 어느날 그 자리를 깨닫다.
<한낮의 시선>은 어느날 갑자기 깨달은 아버지의 부재와 그것을 향한 갈망을 맞딱드린 한 대학원생의 결핍과 갈증에 대한 이야기이다. 편모슬하에서 자랐으나 유난히 책임감이 뛰어나고 자식을 향한 무한의 사랑을 보였던 어머니덕에 아버지의 부재를 인식조차 할 필요가 없었던 남자. 그런 남자가 결핵이라는 병에 걸려 요양을 위해 떠난 서울 근교의 전원주택에서 한 노교수를 만나고, 그 노교수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 자신에게 없었던 아버지라는 존재가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언젠가 한번은 겪고 넘어가야 할 자신의 인생의 과정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부족하지 않았으나 그래서 더욱 이유조차 알지 못했던 존재의 부재. 다른이들에게는 당연했던 무엇인가가 자신에게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남자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자신속의 이유조차 없는 이끌림까지도 맞딱드리게 된다. 마치 풍요로운 영양을 꾸준히 섭취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다른 이들이 꼭 가지고 있었던 무엇인가를 얻지 못해 걸려버린 결핵이라는 결핍의 병에 걸린 자신의 몸처럼 말이다.

한번은 맞딱드려야 했던 그의 인생.
그 누구도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기에 원래부터 없었던 존재. 그래서 그 자리가 비어있음을 알지도 못했던 아버지라는 자리를 채워넣기 위해 남자는 무작정 길을 나선다. 자신의 기억속에 없으나 어딘가에 존재하긴 했던 자신의 핏줄, 자신의 반을 채우고 있는 누군가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여정에서 그는 수 없이 불안과 공포를 경험한다. 자신이 어느결에 가지고 있었던, 그 스스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는지도 몰랐던 아버지에 대한 환상과, 현실의 괴리를 처절하게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상처입을 자신에 대한 두려움은 그를 아버지와 한 공간에 놓이게 하고도 수 없이 발걸음을 돌리도록 만든다. 마치 병에 걸린 자신을 이미 알았지만 의사의 확진이 두려워 병원에 가지 않는 미련함처럼 말이다. 그리고 수 없는 망설임 끝에 내뱉은 아들과 아버지의 존재. 온전히 둘만의 공간과 시간을 내주어도 수 없이 많은 숙제들이 남아있는 이들의 관계는, 그러나 현실과 부딪히여 최악의 상황으로 남자를 끌어내린다. 그를 그토록 망설이게 만들었던 자신의 상처만으로 돌아오도록 짜여진 현실. 그 안에서 남자는 그 현실을 겪고, 피를 토한다.

모두가 가지고 있기에 더욱 아픈 상처로 돌아오는 이름.
행복이라는 의미로 대변되는 이름 가족. 누구가 가지고 있고, 누구나 안정을 가지고 있기에, 가족이라는 이름은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더욱 큰 고통과 아픔으로 돌아오는 이름이 되기도 한다. <한낮의 시선>은 그 가족의 빈자리를 어느날 문득 깨닫게 되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의식하지 않고 살았던 자리, 그 자리의 부재가 사실은 의직적인 외면이었음을 깨닫고 언젠가 한번은 맞딱드려야 하는 자신의 옹이진 구석임을 알아버린 한 남자가 아버지라는 이름의 대상을 향한 막연한 그리움을 끌어안고 떠난 짧은 여행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낮의 시선>의 시선은 오랜 시간 서로를 그리워했던 헤어진 가족의 아름다운 가족 상봉기를 전하지 않는다. 현실의 욕망과 성공 앞에서 아들의 그리움과 갈증을 무가치한 것들로 만들어버리는, 그래서 자신을 위해 아들을 부정하고 잘라내는 내치는 아버지의 냉정함을 그리고, 그것을 온몸으로 겪어내야 하는 외롭고 고통스러우며 비참한 아들의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그의 그런 고통은 그 대상이 아버지이기에 더욱 아프게 전달된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으로 고통을 이겨내지 않는다. 배신감에 치를 떨지도 않는다. 그저 그런 고통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이고 겪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아들은 그저 아버지의 자리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존재가 자신의 환상과 다를지라도, 그동안 결핍되어 있었던 그 자리를 채워넣는 것으로 자신이 걸려야했던 아버지의 부재라는 결핍을 이겨내려하는 것 뿐이다. 아들은 그렇게 가장 고통스러운 결핍을 경험하고 피를 토해낸다. 그리고 그 결핍을 확인하는 것으로 결핍을 채운다. 다시 돌아올 어머니라는 한쪽의 가족이 있기에, 그리고 그 가족에게서는 자신의 존재를 사랑으로 채울수 있기에 말이다. 그래서 <한낮의 시선>은 읽는 내내 편안함도 안락함도, 감동도 선물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한낮의 시선>은 누군가의 결핍을 이겨내는 방법에는 그 결핍을 직접 확인하고 자신의 것들로 받아들이는 것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결국 그것이 자신을 마르게 하고 힘겹게 하더라도, 그 자체가 자신의 존재 일부라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 또한 자신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말이다. <한낮의 시선>은 그래서 고통스럽고 힘에 겹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고통을 이겨내는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가슴아프면 아픈대로,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대로, 그렇게 받아들이는 인생, 어쩌면 그것이 진짜 인생일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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