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남 카운셀링 - 은근히 고민되는 기상천외 상담소
서나래.한기연 지음 / 포북(for book) / 2009년 12월
품절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책상 밑으로 선생님 몰래 숨겨읽던 만화책이 가끔은 만화가 주는 즐거움 이상의 의미를 가지곤 했다.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것,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한다는 일종의 쾌감이랄까? 선생님들의 감시의 눈초리를 피해 책상밑에 숨기고, 책 밑에 깔아놓아 읽던 만화책들은 그렇게 나름대로는 일종의 소심한 일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각 반마다 만화를 유독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 아이들이 빌려오는 만화책을 돌려가며 읽던 쾌감을 느끼게 해서일까? 만화는 여전히 그림만 보고 있어도 배시시 웃음이 나오는 묘한 즐거움을 준다.

만화, 놀랍도록 변신하다.
예전에는 책가방 한쪽 귀퉁이에 몰래 숨겨들어오고, 숨어보던 만화. 그 만화가 인터넷과 컴퓨터관련 아이템들의 발전과 함께 요즘은 꽤 색다른 모습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손에 가득 쥐고 책상 위에서 책장을 몰래 넘겨가며 읽던 그 작은 문고판 만화대신 모니터를 통해 마우스의 클릭과 커서이동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대신 화면을 이동하며 읽는 만화. 이른바 웹툰이라 불리우는 이런 변화된 만화들을 만난 것은 대략 4~5년 전쯤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포털사이트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인기를 끌던 웹툰들은 점점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시작했고 매일 텔레비젼의 광고를 보듯 아주 짧은 시간에도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이 웹툰들의 소재들도 어릴 적 여러권의 시리즈물이 대부분이었던 그 만화들에 비해 확실한 차이를 가지기 시작했다. 스토리와 출연인물이 중요한 그림있는 이야기였던 것이 이제는 그림을 빌려 우리 일상의 작은 사건들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래서 박장대소를 하기도 하고, 작게 미소지을 수도 있는 생활밀착형 이야기들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은 만화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한 것은 서나래라는 대학생 작가의 "낢이 사는 이야기"였다.

그림으로 일상을 이야기하다.
아주아주 오래전 신문들의 구석에 자리잡았던 4컷 만화보다는 길지만, 만화전문 잡지들에 연재하기에는 짧은 이야기. 이어지는 길고긴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짧막한 일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서 찾아내는 나의 이야기나 바로 너의 이야기. 서나래 작가의 "낢이 사는 이야기"는 평범한 가족들 안의 대학생으로서의 자신의 경험,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이 일상을 경험하며 겪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늘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을 그려내곤 했다. 그래서일까? 서나래라는 이름의 대학생이 그려내는 "낢이 사는 이야기"는 그녀가 사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가 사는 이야기 같았다. <은근남 카운셀링>은 바로 그 일상다반사를 잘 잡아내던 서나래작가의 두번째 캐릭터이다. 두번째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내 기억이 맞는다면 낢이 사는 이야기에서도 한두번 나왔었고, 그 출연으로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해 딴 살림차려낸 낢이 사는 이야기의 번외편 같은 느낌을 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은근남의 은근한 매력, 은근은근 빠져들어보자.
<은근남 카운셀링>은 은근남이 일상의 고민들을 가져오는 사람들과의 상담을 통해 즐거움과 유쾌함 때로는 그 안에 숨겨진 진짜 상담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독자사연들을 토대로 이루어진만큼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이기 보다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골몰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누구나 한번은 겪어내야 하는 이야기이기도 한 이 고민들을 은근남이라는 어딘지 모르게 은근히 웃기고, 은근히 맥빠지는 상담을 일삼는 은근히 즐거운 캐릭터를 통해 공유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때로는 어이없고 기운 쭉쭉 빠지게 하는 이야기로 허탈한 웃음을 짓게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가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외로움과 고독함을 해소해주는 묘하고도 은근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은근남 카운셀링>안에는 서나래 작가의 은근남 상담일지 이외에도 진지한 자세로 수록된 이야기들의 고민을 진찌 카운셀링해주는 한기연이라는 또 다른 카운셀러의 카운셀링이 숨어있으니 주의 깊게 읽어볼것.

일상의 가장 가까운 이야기들로,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던 낢과 은근남, <은근남 카운셀링>으로 고민을 나누고 웃음을 공유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책이 되어줄것이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