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2주
2010. 1. 14.
지현은 하늘을 날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새를 찍기를 좋아하는 아름다운 여성 사진작가이다. 최근 영화제작의 일상을 촬영으로 남기는 일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그녀를 사랑하는 특수분장전문가인 준서가 남자친구로 있고 그녀 역시 자신을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야 조금씩 그의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게 된 그녀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이 있으니 그는 바로 그녀의 아들 유빈, 하지만 유빈이 그토록 애타게 찾는 것은 송지현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아닌 바로 송지현이라는 이름의 남자, 자신의 친부이다. 아름다운 그녀에게 숨겨진 상상할 수 없는 비밀은 아들 유빈이 찾아오면서 그녀를 당혹시키게 되는데...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벽한 특수분장을 통해 이나영의 여성성을 감추고, 그래서 완벽하게 남자가 되어 아빠의 역할을 해내는 모습을 그리는데에는 애시당초 관심이 없었던 영화였다. 그저 이나영의 지극히 여성스러운 모습을 시작으로 왜 그가 그녀가 되어야 했는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영화였다. 남자의 몸에 갇혀 행복하지 못했기에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한 선택을 했던 여자나 남자이기 이전에 한명의 사람이었던 누군가의 인생을 이나영이라는 지극히 아름다운 여배우의 모습을 빌려 이해하게 하는 영화이다. 그래서 일까? 어설프기 그지 없는 이나영의 남장은 그녀가 남자의 몸을 그대로 간직한 아빠로서 살았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성별이 달라지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한번도 남자인 적이 없는, 원래부터 여자를 좋아하는 그녀 자체였을 뿐이라는 것을 절대 남자가 될 수 없는 그녀의 아름다움으로 굳이 설명할 필요없이 설명해내는 영화인것이다. 아름다운 여성으로 한 남자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그녀에게 어느날 찾아온 아들,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아들의 출현으로 그녀는 당황하고 점점 그 아이에게서 자신과 같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며 아빠로서의 자신의 감정을 외면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단 몇일 아이에게 추억할 수 있는 아빠의 모습을 만들어주기 위해 남장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 영화의 주요설정.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겁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특수분장사인 그녀의 남자친구와 그 앞에서 한없이 수줍은 여자이고 싶은 그녀의 숨겨진 비밀, 그리고 아들의 아빠로서 지금 여자인 자신을 숨겨야 하는 절박한 고민까지도 즐거운 웃음과 유쾌한 발상으로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자식을 위한 사랑과 연인을 향한 마음의 갈등까지도 말이다. 트렌스젠더라는 조금은 심각하고 아직은 우리 사회의 이방인인 존재에 대해 따뜻하고 유쾌한 시선을 주고 그들이 놓인 인간적인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너무 심각하지 않게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참 괜찮은 영화. 그리고 마음이 편안한 미소짓게 하는 영화가 아닌가 한다.
2009 .04 .23
아버지가 다른 자매인 명주와 명은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도 다른 모습과 성격을 지녔다. 명주는 털털하고 씩씩한 성격으로 엄마의 생선가게를 물려받아 일을 하며 고향에 머물고 명은은 대학진학이후로 집을 떠나 고향에 발걸음을 하지 않은채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아버지가 다른 것이 서로의 차이라는 것을 자연스러운 차이와 거리로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사이는 두 사람 사이의 연결끈인 어머니의 죽음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명은은 명주에게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를 자신의 아버지를 찾기 위한 여행을 함께 해주기를 원한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개봉당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관객들에게 꽤 좋은 평을 받았던 영화이다. 아버지가 다른 자매이지만 남보다 멀었던 가족, 그리고 사라진 아버지, 홀 어머니와 자매,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에 성공했고, 이들이 여행을 하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그들 가족의 숨겨진 비밀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화해하는 과정을 과장되지 않고 잔잔하게 너무도 가족스럽게 그려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영화를 재미있는 영화와 좋은 영화로 분류한다면 이 영화는 재미라는 면보다는 좋은 영화라는 면이 컸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영화이기도 하다. 여기에 누군가는 식스센스 이후의 최고의 반전이라 불렀던 영화 속에 숨겨진 사라진 명은의 아버지에 대한 비밀까지 더해져 사실은 영화적 재미까지도 충분했던 영화. 그리고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김할 수 있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1994,01,22

어린이용 만화를 더빙하는 성우 다니엘은 어른이지만 아직 천진하고 즐거운 인생을 꿈꾸는 조금은 철없고 개구장이 같은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아내인 미란다는 젊은 시절 그의 그런 모습을 사랑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지만 절대 철이 들지 않을것 같은 다니엘의 철 없음에 점점 지쳐가고, 끝내는 버거워하며 이혼을 결심한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없었던 다니엘 대신 자녀들의 양육권은 미란다에게로 넘어가고 다니엘은 단지 일주일에 1번의 만남만을 보장받게 된다. 미란다는 다니엘과의 이혼 후 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볼 가정부를 구하려하고 우연히 다니엘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며 다니엘은 스스로 자신의 아이들 옆에 있을 수 있는 방법으로 가정부가 되기를 결심한다. 특수 분장을 하는 동생의 도움을 받고, 성우인 자신의 특기를 살려 아이들의 아버지인 다니엘이 아닌,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된 다니엘은 가정부로 다시 자신의 집에 돌아가 아이들과의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가고 조금씩 아내의 외로움과 힘겨움도 이해하기 시작한다.
로빈 윌리암스라는 재능많은 중년의 배우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처럼 그에게 딱 맞는 옷을 선사하고 그가 아닌 다른 배우들이 이 작품을 했을 상황에 대해 생각도 못할만큼 정확히 로빈 윌리암스가 만들어낸 로빈 윌리암스식 감동의 영화이기도 한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여전히 꿈을 간직한 아이들같은 모습의 아버지와, 현실을 인식하고 삶을 현실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남편의 몫까지 현실에 치어야 했던 어머니의 각자 다른 모습의 사랑이 충돌하는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각자가 놓인 위치가 다르고 서로 나누어 맡아야 할 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부부들의 문제가 이혼으로 이어지며 일방적으로 이별을 경험하게 되는 아이들의 마음과 부모님들의 안타까움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살펴보아야 할 현실에서 자주 만나게 될 문제이기도 하다. 로빈 윌리암스라는 배우의 재능과 그가 보여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며, 10년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시의 특수분장이 어땠는지 살펴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