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시선>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한낮의 시선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구판절판


영화이든, 소설이든.. 우리에게 가장 큰 감동을 주는 이야기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단 하나의 울타리. 세상 모든것에게서 내쳐져도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 그래서 모든 이들에게 가족이란 나의 시작이자 근원이고, 가장 보편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커다란 공감과 평안을 가져다주는 감동의 단어이다.

아버지의 부재, 어느날 그 자리를 깨닫다.
<한낮의 시선>은 어느날 갑자기 깨달은 아버지의 부재와 그것을 향한 갈망을 맞딱드린 한 대학원생의 결핍과 갈증에 대한 이야기이다. 편모슬하에서 자랐으나 유난히 책임감이 뛰어나고 자식을 향한 무한의 사랑을 보였던 어머니덕에 아버지의 부재를 인식조차 할 필요가 없었던 남자. 그런 남자가 결핵이라는 병에 걸려 요양을 위해 떠난 서울 근교의 전원주택에서 한 노교수를 만나고, 그 노교수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 자신에게 없었던 아버지라는 존재가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언젠가 한번은 겪고 넘어가야 할 자신의 인생의 과정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부족하지 않았으나 그래서 더욱 이유조차 알지 못했던 존재의 부재. 다른이들에게는 당연했던 무엇인가가 자신에게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남자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자신속의 이유조차 없는 이끌림까지도 맞딱드리게 된다. 마치 풍요로운 영양을 꾸준히 섭취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다른 이들이 꼭 가지고 있었던 무엇인가를 얻지 못해 걸려버린 결핵이라는 결핍의 병에 걸린 자신의 몸처럼 말이다.

한번은 맞딱드려야 했던 그의 인생.
그 누구도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기에 원래부터 없었던 존재. 그래서 그 자리가 비어있음을 알지도 못했던 아버지라는 자리를 채워넣기 위해 남자는 무작정 길을 나선다. 자신의 기억속에 없으나 어딘가에 존재하긴 했던 자신의 핏줄, 자신의 반을 채우고 있는 누군가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여정에서 그는 수 없이 불안과 공포를 경험한다. 자신이 어느결에 가지고 있었던, 그 스스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는지도 몰랐던 아버지에 대한 환상과, 현실의 괴리를 처절하게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상처입을 자신에 대한 두려움은 그를 아버지와 한 공간에 놓이게 하고도 수 없이 발걸음을 돌리도록 만든다. 마치 병에 걸린 자신을 이미 알았지만 의사의 확진이 두려워 병원에 가지 않는 미련함처럼 말이다. 그리고 수 없는 망설임 끝에 내뱉은 아들과 아버지의 존재. 온전히 둘만의 공간과 시간을 내주어도 수 없이 많은 숙제들이 남아있는 이들의 관계는, 그러나 현실과 부딪히여 최악의 상황으로 남자를 끌어내린다. 그를 그토록 망설이게 만들었던 자신의 상처만으로 돌아오도록 짜여진 현실. 그 안에서 남자는 그 현실을 겪고, 피를 토한다.

모두가 가지고 있기에 더욱 아픈 상처로 돌아오는 이름.
행복이라는 의미로 대변되는 이름 가족. 누구가 가지고 있고, 누구나 안정을 가지고 있기에, 가족이라는 이름은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더욱 큰 고통과 아픔으로 돌아오는 이름이 되기도 한다. <한낮의 시선>은 그 가족의 빈자리를 어느날 문득 깨닫게 되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의식하지 않고 살았던 자리, 그 자리의 부재가 사실은 의직적인 외면이었음을 깨닫고 언젠가 한번은 맞딱드려야 하는 자신의 옹이진 구석임을 알아버린 한 남자가 아버지라는 이름의 대상을 향한 막연한 그리움을 끌어안고 떠난 짧은 여행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낮의 시선>의 시선은 오랜 시간 서로를 그리워했던 헤어진 가족의 아름다운 가족 상봉기를 전하지 않는다. 현실의 욕망과 성공 앞에서 아들의 그리움과 갈증을 무가치한 것들로 만들어버리는, 그래서 자신을 위해 아들을 부정하고 잘라내는 내치는 아버지의 냉정함을 그리고, 그것을 온몸으로 겪어내야 하는 외롭고 고통스러우며 비참한 아들의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그의 그런 고통은 그 대상이 아버지이기에 더욱 아프게 전달된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으로 고통을 이겨내지 않는다. 배신감에 치를 떨지도 않는다. 그저 그런 고통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이고 겪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아들은 그저 아버지의 자리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존재가 자신의 환상과 다를지라도, 그동안 결핍되어 있었던 그 자리를 채워넣는 것으로 자신이 걸려야했던 아버지의 부재라는 결핍을 이겨내려하는 것 뿐이다. 아들은 그렇게 가장 고통스러운 결핍을 경험하고 피를 토해낸다. 그리고 그 결핍을 확인하는 것으로 결핍을 채운다. 다시 돌아올 어머니라는 한쪽의 가족이 있기에, 그리고 그 가족에게서는 자신의 존재를 사랑으로 채울수 있기에 말이다. 그래서 <한낮의 시선>은 읽는 내내 편안함도 안락함도, 감동도 선물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한낮의 시선>은 누군가의 결핍을 이겨내는 방법에는 그 결핍을 직접 확인하고 자신의 것들로 받아들이는 것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결국 그것이 자신을 마르게 하고 힘겹게 하더라도, 그 자체가 자신의 존재 일부라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 또한 자신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말이다. <한낮의 시선>은 그래서 고통스럽고 힘에 겹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고통을 이겨내는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가슴아프면 아픈대로,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대로, 그렇게 받아들이는 인생, 어쩌면 그것이 진짜 인생일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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