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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미래 - 인류 문명과 역사를 뒤바꿀 최후의 자원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09년 9월
평점 :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3가지만 들어보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질문에 답을 할때 공통적으로 선택하는 답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 3가지 종류 모두를 동일하게 거론하지는 않을지라도 거의 90%가량의 사람들이 두가지만은 공통적으로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로 공기(또는 산소)와 물이 바로 그것이다. 숨을 쉬지 않고는 3분을 넘기기가 힘들고, 물이 없이는 3일을 넘기기가 힘들고,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는 3주를 넘기기가 힘들다고 하니 아무래도 물과 공기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그 무엇이 분명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비록, 1위의 자리는 공기(또는 산소)에게 내주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자연의 선물 물.
과거의 사람들은 물이라는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살았을까? 인류의 발전을 주도한 거대한 4대문명은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이집트, 황하이다. 이 4대의 문명은 모두 강 유역(메소포타미아-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 인더스-인더스 강, 이집트-나일 강, 황하-황하강)에서 발전을 시작했고 그 이유는 너무도 잘 알려진 대로 이 강의 물들을 기반으로 농경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물이 없이는 인류의 문명이 시작할 수 없었고 현재의 우리도 없으며, 그만큼 물은 우리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가능하게 하는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라는 말과도 동일한 의미이다. 인간=물이라는 공식마저도 크게 틀리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면.. 그 존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 물이 없이는 아무것도 존속할 수 없는 인류에게 물은 자연이 주는 선물 중 하나였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현재를 만들어준 시작점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과거에는 크게 제약을 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무한정에 가까운 자원이라는 인식도 존재했다. 물은 가장 중요한 존재이자, 가장 저렴한 자원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제는 자유롭지 않은 자원.
인류에게 문명을 시작할 원동력을 주고, 동시에 생명을 선물했던 물. 바로 그 물이 이제는 과거와는 조금 다른 태도를 취하기 시작한것은 사실 아주 최근의 일은 아니다. 어느새 우리에게도 물이 부족하다..라는 말이 익숙하게 느껴지고, 물을 낭비하는 친구나 가족에게, 물부족 국가 운운하며 타박을 주는 것은 새삼스러운 장면도 아니니 말이다. 그렇다. 이제는 물이 부족하게 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실물을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입하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수돗물 역시 세금을 내고 있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팔아먹었다고 사기꾼이라며 배를 잡고 웃을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난 것이다. 우리는 이제 너무도 자연스럽게 물에 대한 값을 지불하고 있다. 그리고 점점 더 이 물이라는 자원에 대해 심각하고 신중하게 연구하기 시작한다. <물의 미래>는 바로 이 자원, 물에 대한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각자 다른 현재와 모두 다른 방식.
<물의 미래>에서는 세계 각국의 물에 대한 연구방법과 물에 대한 국가적 차원이 사용제한법, 그리고 자원으로서 물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과 방침들을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그저 '이제는 물이 부족한 시대이다'라는 너무 개괄적이고 포괄적인 한문장으로 물 부족이라는 현상을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 혹은 지형적 차이. 그리고 한 국가가 가지는 문화적 차이들을 모두 고려해 각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물에 대한 관점의 차이와 과거의 방식, 그리고 달라져가는 물에 대한 시각과 미래에 대한 준비들을 조금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때문에 책은 각 나라별로 한장의 chapter를 할당하고 그 안에서 각각 연구기관과 국가기관 그리고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물에 대한 인식과 준비상황들을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책에서 언급된 지역은 오스트레일리아와 싱가포르, 인도, 방글라데시, 중국, 이스라엘, 아프리카 대륙과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저자의 모국이기도 한 프랑스등이다.
조금 더 넓게, 조금 더 깊게..
<물의 미래>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을 들라고 누군가가 말한다면 나는 문제를 살피는 것에 대한 시각의 넓이와 깊이가 모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라고 말할 것 같다. 물 부족이라는 전 인류의 생존에 관련한 이 문제를 앞에 두고 너무 당연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누군가가 타박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나에게는 실제로 그렇다. 물이 부족하다라는 표어에 지나지 않아 보였던 이 문제가 어느 지역에서는 당장 오늘과 내일의 생존을 결정하는 문제이고, 또 어느 나라에서는 그저 방송에서 언급되는 월드 뉴스의 한토막짜리 관심 이상은 되지 않는 다는사실. 물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이 문제를 보다 정확하고 심도 있게 다루기 위해서는 각 국가의 상황에 맞는 적절하고도 시기 적절한 맞춤형 방편이 필요하며, 이것은 물 부족이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상징성 표어보다는 그 지역과 국가를 좀 더 깊게 살펴보는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 부족은 분명 인류를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숲을 보는 것이 나무를 보는 것보다 중요하지도 않고, 나무를 보는 것이 숲을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도 않다는 적절한 균형감각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는 사실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물의 미래>에서 언급하고 있는 물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모든 지역이 평균적으로 물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어느 나라는 한없이 메마르고 어느 나라는 한없이 내리는 강수량이 처치곤란이라는 물의 불균형에 그 핵심이 있다 할것이다. 나무를 보는 세부 계획에 국가적 특징이 고려되어야 한다면 숲을 보는 전체적 관점에서는 이른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나 연구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은 문제의 해결에는 전체가 부분보다 중요하지도, 부분이 전체보다 중요하지도 않다는 바로 그 균형의 시각이 담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