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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날아온 맛있는 편지
정세영 글.그림.사진 / 이숲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한번쯤은 지금 내가 속해 있는 이곳에서 벗어나보기를 꿈꾼다. 현실이 각박하고 힘에 겨워 숨을 쉴 수 없다고 느낄때, 어떤 사람들은 어딘가로 떠나고, 어떤 사람들은 한 없이 자신만의 영역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한동안의 시간이 흐르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희망을 보고, 꿈을 안아 돌아온다. 그것이 일탈이라고 이름 지어지든, 잠시의 휴식이라고 이름지어지든 그것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살아갈 힘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스페인, 그라나다, 음식, 그리고 사람들
사진을 업으로 하고 있는 정세영 작가가 메모처럼 적어내려간 이 책 <스페인에서 날아온 맛있는 편지>도 누군가의 여행에 관한 것이다. 물론 그의 여행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여행처럼 아주 잠시는 아니었던것 같지만 그 여행에서 그는 새로운 도시를 보고, 새로운 음식을 먹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조금은 새로운 인생을 그려냈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이면서 스페인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지금의 그의 모습은, 그가 스페인으로 떠난 어느 여행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테니 말이다. 물론 그가 스페인이 아니라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면 지금쯤 그가 운영하고 있는 곳은 스페인 음식점이 아니라 인도커리 전문점이 아니었을까? 책에는 그가 스페인에 머물며 만났던 사람들과의 짧은 기억들이 그가 소개한 음식의 수만큼 담겨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충분히 설명해줄 사진들도 함께.. 다시 말하면 이 책은 그가 항상 그리워하는 스페인의 추억을 스페인의 음식과 함께 스페인의 사진으로 기억하게 해주는 그런 책인 것이다. 스페인 음식 전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때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머물던 사진작가 정세영이라는 인물을 이토록 잘 집합 시켜놓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배시시 웃음짓게 하는 작은 책.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스페인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은 작은 책을 넘어서는 아주 커다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시간은 가고 없지만 추억은 영원하다.
일상의 건조함을 덜어줄 잠시의 외출. 그것을 꿈꾸는 것 또한 쉽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가끔은 생각해본다. 어딘가를 향해 발걸음을 하지 않더라도. 나만히 느끼고 나만이 간직할 수 있는 쉼터 하나쯤은 있는 것이 어떨까 하는.. 책의 저자가 그라나다에서 가지고 온 것은 스페인의 문화가 아니라 어쩌면 새로이 채워진 공기가 아니었을까? 그 시간은 이미 가고 없지만 그 시간이 주는 상쾌한 공기가 그를 다시 걷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아마 그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어딘가로 떠나라는 메세지가 아니라, 잠시 갇혀 있던 자신을 꺼내어 한번쯤은 새로운 공기로 채워보는 자신만의 휴식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