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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 1945 ~ 2015
김동춘 지음 / 사계절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바쁜 시월을 보내고 있다. 정신 못차릴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게으름을 부를만했다. 핑계 아닌 핑계다. 이 때문에 이 책을 너무 오래 읽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나요? 도발적 질문일 수 있겠다. 강자는 무한대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약자는 비인간적 삶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건국 이후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화 이후에도 이런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21세기 들어서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국민의 생명이나 알권리보다 권력자의 체면이, 국민의 안전보다 기업의 이윤이 중요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철저히 무시된다. 이런 나라를 우리는 ‘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세월호 사태 이후 이 질문에 대한 의구심이 강해졌다. 이런 의문을 가슴에 품고 이 책의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공식화된 혹은 보수세력들이 주장하는 한국 현대사에 대해 비판과 재해석을 가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적 제반 문제, 특히 보통의 국민들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어디에서 유래했으며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가지는지가 비판적으로 잘 설명되어 있다. 또한 어떠한 국제정치적 맥락과 조건에서 한국 현대 사회 문제들이 발생하고 지금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헤쳤다. 익히 알고 있는 바도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즉 저자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목도 있다. 그의 삐딱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새롭게 다가온다.
반공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나 사상이라고 볼 수 없다. 어떤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집단이나 사상을 배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나 정당이 일관된 정책이나 노선을 갖지 못한 것이나, 학술.문화가 뒤쳐진 것도 바로 이 반공, 반북주의 때문이다. (중략) 남북한이 군사 정치적으로 대결하고, 그것을 위해 외세를 계속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국가로서의 품격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렵고, 후발 국가의 좋은 모델이 되거나 21세기 인류 문명에 기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289쪽)
이 글을 읽으며 저자의 논조를 따라가면 그가 무조건적으로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글 구석구석에 당대의 갈등 상황과 문제들을 독점적 권력들이 아전인수격으로 풀어버린 데 대해 그의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대안 세력의 부재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이렇게 분석하고 비판하는 데만 그치면 서점에 널린 그저그런 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김동춘 교수는 나름 대안 제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를 안내한다. 그는 균등, 화합, 안정, 정의를 제창하였다. 반공을 지양하고 불구의 반국가 상태를 넘어 약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안정되고 균형잡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이런 주장이 어쩌면 대표적 좌파 지식인이라 불리는 저자 나름의 사회 기여 방법이 아닌가 싶다.
책장을 덮자니 다시 주먹을 불끈쥐고 일어나 광장으로 가고 싶은 욕구가 든다. 경제학자 우석훈의 주장을 따라하자면 ‘짱돌을 들‘고 이 나라의 부조리한 모순들을 부수고 싶다. 다소 과격해지는 날를 느낀다. 내게는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