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 블루레이] 007 노 타임 투 다이 : 콜렉터스 에디션 슬립케이스 스틸북 한정판 (3disc: 4K UHD + 2D + 보너스BD) - 캐릭터카드(6종)
캐리 후쿠나가 감독, 다니엘 크레이그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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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의 007 제임스 본드는 영화 속 영웅이었다. 80년대 홍콩 영화의 이소룡과 성룡이 그랬다면 헐리웃에는 제임스 본드가 있었다. 한때 또다른 영웅인 이단 헌트와 제이슨 본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임팩트와 역사는 007에 비하기 힘들다. 각 영화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든 007만의 장르는 범접하기 힘들다. 우리 세대에게 007은 그런 의미로 다가오는 히어로 영화였다. 꼭 보지는 않아도 때 되면 나타나는 007은 일상에 살짝 흥분감을 더해주기도 했다.

특히 다이엘 크레이그가 그랬다. 다만 내가 나이 들어가는 것처럼 제임스 본드 역시 나이 들어가는게 보였다. 숀 코너리,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등은 너무 연로했다. 그에 비해 다니엘은 무척이나 친근하게 다가왔다.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그를 제임스 본드로 14년 간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 영화를 끝으로 007 제임스 본드의 역할을 그만 둔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그는 장렬한 죽음을 맞는다. 국가와 가족을 위한 헌신으로 미화되면서. 그 순간 나는 ‘이순신‘이 떠올랐다. 비교될 수 없는 존재들이지만 나는 잠깐이나마 그 둘의 접점이 어딜까 상상해 보았다. 그때 내가 찾은 것은 ‘자기 희생‘이었다. 그 희생의 질 따위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책무를 충실히 따른 한 인간의 죽음을 나는 그리 표현하고 싶었다.

<007 노 타임 두 다이>는 분명 액션 영화다. 그런데 영화는 내게 그 액션보다 제임스 본드의 퇴장이 가져오는 슬픔이 더 기억에 남는다. 물론 제목이 상징하듯이 죽을 시간조차 없는 제임스 본드는 대체자를 찾을 것이다. 그럼에도 본드의 죽음이 주는 영향은 내게 제법 크게 다가왔다. 단순히 영화 속 인물의 죽음이 아니라 한 세대의 퇴장과 같은 의미로 읽혔다. 이 영화로 제임스 본드 역할을 그만둔다는 다니엘이 그립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의 등장과 그를 영웅화한 세대가 이제 사회에서도 서서히 퇴장할 시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드의 죽음을 통해 나는 한 세대가 물러나고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자니 헐리웃 액션영화가 무척이나 무겁게 다왔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며 나는 한 마디 말을 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마음이 착잡하고 무거웠다.

재밌는 것은 본드는 죽었지만 그의 DNA는 남겨 놓았다는 사실이다. 천하의 바람둥이였던 제임스 본드가 아이를 가졌다니. 웃음이 날 법도 했지만 심각한 영화 분위기에 그걸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여자 친구와 아이를 가까스로 구해내기는 했지만 그는 더 이상 그들에게 다갈 수 없었다. 아니 살아 돌아간들 그는 그들에게 가까이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치명적 독극물에 중독된 본드는 그들과 접촉하면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선 영화 속 본드의 죽음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었다.

다음 007 제임스 본드는 누가 될까? 순전히 영화팬의 입장에서 궁금하다. 어떤 영국인 남자가 맡게 될지 궁금하다.

안녕 제임스 본드, 안녕 다니엘 크레이그

사족
아내가 그랬다. 잉글리스 페이션트(영국인 환자)가 왜 이리 늙고 살쪘냐고! 007의 M 역할을 한 배우 랄프 파인즈를 일컫는 말이다. 1997년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에 나왔을 당시의 그는 머리숱 많고, 똥배 없는 멋진 배우였기 때문이다. 아내는 그런 그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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