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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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분량만 따지면 30분 안에 완독할 수 있는 책이지만 그렇게 읽어내기엔 뭔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주인공들의 문답법 형식의 대화가 주는 의미를 따라가다 보면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계속 나를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새 나를 넘어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대화 주제들이 나온다. 일상적인 대화를 넘어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주제들이.

1. 이다음에 크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2. 넌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니?
3. 넌 좋아하는 말이 있니?
4.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쓸데없는 일이 뭐라고 생각하니?
5.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6. 친구와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결코 아니야. 그렇지?
7. 네가 했던 말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뭐니?
8. 너 자신이 정말 강하다고 느낀 적은 언제야?
9. 우리는 모두 계속 나아가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해. 말이 물었습니다. 네가 생각하는 이유는 뭐니?
10. 우리는 모두 계속 나아가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해.네가 생각하는 이유는 뭐니?
11. 케이크보다 더 좋은 게 있다는 걸 알았어. 그게 뭔데?
12. 먹구름이 밀려오면...... (빈 칸 채우기~).
13. 감당할 수 없는 큰 문제가 닥쳐오면...... (빈 칸 채우기~)
14. 살면서 얻은 가장 멋진 깨달음은 뭐니?
15. 마음이 상처받았을 땐 어떻게 하지?
16. 달리 또 해 주고 싶은 말은 없어?

아마도 다음 교사독서모임 때는 위와 같은 주제들을 놓고 이야기할 것 같다. 이것은 토의, 토론과 같은 형식보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이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면 될 듯하다. 이런 게 쉬울 듯하지만 사실 이것은 구성원들 간에 신뢰나 믿음에 기반할 때 가능하다. 친하지 않은 사람과는 이런 대화를 하기 힘들다. 지금도 친밀도가 높지만 이 책을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아울러 이 책에는 <어린왕자>급은 아니지만 곰곰이 생각할 명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1. 내가 아는 나이 든 많은 두더지들은 그동안 자신의 꿈보다 내면의 두려움에 더 많이 귀를 기울였다는 걸 후회홰.
2. 우리가 두려움을 조금 덜 느낀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봐.
3. 우리가 어떤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자유야.
4. 이상하지 않아? 우리는 겉모습밖에 볼 수가 없어. 거의 모든 일은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데 말이야.
5. 자신에게 친절한 개 최고의 친절이야.
6. 우린 늘 남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기만을 기다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겐 지금 바로 친절할 수가 있어.
7. 용서하기 가장 힘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야.
8. 때로는 길을 잃은 느낌이 들어 - 나도 그래 - 그렇지만 우린 널 사랑해. 그 사랑이 널 집에까지 데려야줄 거야.
9. 모두가 조금은 두려워하지만 그래도 함께 있으면 두려움이 덜해.
10. 어떤 이유로든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건 약한 모습이 아니야. 그만큼 강하다는 거야.
11. 도움을 청하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야. 그건 포기를 거부하는 거지.
12. 내가 얼마나 평범한지 네가 속속들이 알게 될까 봐 때로는 걱정이 돼 - 사랑은 네가 특별하길 요구하지 않아.
13. 어떤 것도 친절함을 이길 수 없어. 친절함은 조용히 모든 것을 압도해.
14. 때로는 그저 일어서서 계속 나아가기만 해도 용기 있고 대단한 일 같아.
15. 삶은 힘겹지만 넌 사랑받고 있어.
16. (너를) 알면 알수록 우린 네 모든 것을 더욱더 사랑해.
17. 어떤 땐 나보다 네가 나를 더 믿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 너도 금방 날 따라잡을 거야.
18. 우린 내일 일을 몰라.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다면 그건 지금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거야.
19. (문제가 닥쳐오면) 바로 눈 앞에 있는 사랑하는 것에 집중해.
20.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어 - 그래.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도 뒤돌아봐.
21. 우리가 여기 함께 있어서 기뻐.
22. (가장 멋진 깨달음은)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것.
23. (마음이 상처받았을 땐) 그럴 땐 우정으로 그 상처를 감싸 안아. 상처받은 마음이 희망을 되찾고 행복해질 때까지 눈물과 시간을 함께 나눠.
24. 누군가가 널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고 너의 소중함을 평가하진 마.
25. 항상 기억해. 넌 중요하고, 넌 소중하고, 넌 사랑받고 있다는 걸. 그리고 넌 누구도 줄 수 없는 걸 이 세상에 가져다줬어.

좋은 질문과 힘을 주는 문장들을 정리하다보니 책의 대부분을 여기에다 옮기고 말았다. 늦었지만 나는 엄청난 스포일러를 저질렀다. 그렇지만 이 책은 곁에 두고 자녀, 학생, 동료, 가족들과 함께 나누면 놓을 듯하다. 평이한 언어로 주는 감동은 학문적 연구물이 주는 힘보다 몇 배나 더 쎄다. 저자도 강조하듯이 이 책은 ‘우정‘에 대한 책이다. 소년과 말과 두더지와 여우 사이의. 생김과 사고는 다르지만 걷는 동안 서로 교감하고 감정을 나누면서 상호 의지하고 도움을 주는 관계가 된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 연대하고 공감함으로써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이렇게 서로에게 말과 행동으로 힘과 사랑을 주는 행위는 나를 넘어 우리와 사회 전체에 큰 에너지를 준다. 이런 일들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가식적 칭찬이나 건조한 애정표현은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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