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제3판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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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나무야나무야>와 <강의>를 읽었던 터였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 유명해서 일부러 거리두기를 하고 있었다. 서점에서 몇 번이나 들었다 놓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읽게 되었다. 어쩌면 신영복의 내면을 이제서야 비로소 접하게 된 듯하다.

책을 읽으면 동시에 나를 비추게 된다.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내가 감옥에 있다면, 내가 편지를 쓴다면, 내가 직접 펜으로 써야 한다면, 나를 면회 와 줄 사람은, 나는 감옥에서 무슨 책을 읽을까, 내가 감옥에서 글을 쓴다면 어떤 주제가 눈에 들어올까, 내게 형수와 계수가 있다면 그렇게 편지할 수 있을까, 나의 내면은 외부의 자극에 잘 견뎌낼까 등등 끊임없는 질문과 함께 책장을 넘겼다.

이렇게 읽자니 감옥에 있던 그의 영혼을 불쌍히 여기기 보다 그의 섬세한 시선이 무척이나 부러워졌다. 관조하는 듯한 눈길과 성실한 자세는 현실에 매몰되 살아가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엉뚱한 상상인지 모르겠지만, 신영복의 글을 읽는 내내 나는 장영희가 떠올랐다. 그녀의 수필들 역시 그녀가 가진 육체적 한계로인해 공간적 제약이 많지만 그대신 주변인과 세계를 무척이나 따뜻하게 관찰하고 시선을 나눈다. 결국 정상적 육체를 가진 내가 더 부끄러워지고 부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녀의 글은 그런 힘이 있었다. 신영복의 글 역시 그렇게 느껴졌다.

여기서 신영복의 약력을 읊을 필요는 없다. 이미 이 책이 세상에 나온지 30년이 된 시점에서 그런 일을 무의미해 보인다. 이 책은 분명 이제 서간문이라는 형식을 넘어 문학의 한 장르를 차지하고 있다. 강한 톤의 글이 아님에도 어느새 마음에 스며들어 그의 정신에 동화되어 버린 나를 발견한다.

살아가면서 언젠가 이런 글쓰기를 하고픈 욕구마저 든다. 펜으로 눌러쓴 아날로그식 글쓰기도 고프지만, 가족에게 편지 쓰고 일상을 눈여겨보는 생활을 게을리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일본어투의 제목이 어색하지만 감옥에서의 사색이라는 개인적 경험이 자신을 넘어 사회에 어떤 자극을 주었는지 생각하면 후대인으로서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이제 그를 조금 알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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