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으면 늘 행복하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 속에 빠져 지내게 된다. 하지만 좋은 책은 여기에만 머무르면 안된다. 여기서 멈춘 책은 그저 재밌는 책일 따름이다. 좋은 책은 재미와 함께 사고와 행동으로 연결된다. 읽다보면 고민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저자의 논지에 전염된 독자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추동하는 힘을 여기서 얻는다. 적어도 내게 좋은 책이란 그렇다.역사학자인 저자는 나름의 분류법으로 역사 속 ‘선비‘들을 골랐다. 남녀와 신분을 가리지 않았다. 그렇게 선택한 선비를 저자는 6가지의 주제로 나눠 배치했다. 역사를 전공한 내가 익히 아는 선비도 있지만 생경한 이도 있고 무관심했던 이도 있다. 백인걸, 김홍섭, 최대교, 장일순 등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자신의 생애를 통해 선비 정신을 실천했고 자신만의 길을 닦았다. 이들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소개된 이들 모두 자기 수양을 통해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쳤고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었다. 그래서 책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당대의 모델을 넘어 현재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책의 내용은 상당히 이해하기 쉽다. 역사학자 가운데 드물게 쉬운 글쓰기를 하는 저자의 필력 때문이다. 전작인 <조선의 아버지들>도 그 결이 비슷하다. 어려운 역사 용어를 그대로 쓰기보다 현대어로 풀어 독자의 이해를 깊게 해준다. 어쩌면 한편의 역사 에세이를 읽은 느낌이다. 그렇게 나는 편하게 책장을 넘겼다. 역사가 과거의 것을 다루는 데 그친다면 역사는 구닥다리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과거의 것을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어쩌면 이것이 역사학의 존재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과거 사실을 많이 아는 것만으로는 역사 탐구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과거의 것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힘이 바로 역사적 사고력 아닐까? 이 책은 이에 대한 실마리를 준다. 저자는 글의 말미 마다 현 시대를 비판하고 진단하는 부분을 담았다. 그것은 단순히 권세가나 현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재료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시도이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역사적 사고력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게 해주는 것과 같다. 나는 이 책을 통래 이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