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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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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못 읽어 학교를 그만두었던 소심한 소년이 물리학에 심취하면서 공부에 빠져들고, 아르메니아공화국, 파리, 일본의 다양한 문화를 섭렵하면서 딴짓의 고수가 되어버린 사연. 서강대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의 에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이 책은 자꾸만 딴 짓을 해도 충분히 괜찮다는 일종의 힐링 서적이자, 삶과 함께하는 여러가지 '사물'들에 대한 통찰력있는 경험담이며, 직업이나 전공과 전혀 무관한 인생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다. 저자는 이것 저것 하고 싶은 일을 마음 내키는대로 다 하면서도 충분히 활기차고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직업이 물리학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철저하게 과학적 사고로 무장된 사람일 거라고 나는 자주 오해를 받곤 한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 일상은 오히려 지극히 게으르고 비과학적이다. 실험실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무엇이든 대충 하길 좋아하고, 공상에 자주 빠지고, 가끔 술 한 잔에 망가지기도 하고, 가장 비과학적인 것들을 상상하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땐, 이른바 에세이형태의 자기계발서적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용은 거의 일기에 가까운, 말하자면 저자가 살면서 해왔던 여러가지 '딴짓'에 대한 기록이었다. 기념품, 펜치, 자전거, 바구니, 방망이 등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사연을 가진 물건들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던가! 스마트폰에도, 안경에도, 옷에도, 반지나 시계에도, 신발에도, 장롱 어딘가에 있는, 서랍 한켠에서 먼지가 쌓여가는 그 무엇에도 스토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물건을 물건으로만 볼 때가 있고, 스토리를 떠오르게하는 타임머신으로 볼 때도 있다. 헤어진 애인과 찍었었던 사진, 누군가가 어렵게 선물한 기념품, 생일 선물로 받은 몇 가지들. 전부 이야기 천지였다. 단지 인식하지 못한채 바쁘게 살고있을 뿐이었다.

내가 오래된 물건을 단순한 물건 자체로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안에 서로 다른 시간 여행의 축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야말로 곧 벼룩시장이 아닌가. 어떤 사람에게는 버려진 물건이나 쓰레기 정도로 치부되겠지만 그곳엔 분명 서로 다른 시간의 축이 만드는 타임캡슐 같은 공간이 있다. 물리학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기적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책의 주제와 포인트는 상당히 흥미로웠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다소 지루해졌다. 누군가의 물건에 있는 스토리에 공감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딴 짓하며 충분히 먹고살만큼의 인생을 누리는 저자가 부러웠다. 어쩌면 책을 읽기 전부터, '당신도 딴 짓해도 살아도 충분히 좋습니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듣길 바랬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은, 그저 담담하게 딴 짓하며 사는 일상을 보여줄 뿐이었다.

한번 이런 열정에 사로잡히면 나는 앞뒤를 못 가리는 상태가 된다. 일종의 '몰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들이 보기에 이런 상태의 나는 뭔가에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다. 혼자서 "그래, 한 건 했다!" 주문을 외우면서 행복해한다. 세상엔 이런 흥분과 열정에 빠질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생각해 보면 얼마나 고마운 열정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딴짓하며 사는 삶에 대한 세계관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책 전체를 아우르는 물건에 대한 에피소드보다 짧게 남겨진 저자의 인생관에 대한 몇 개의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삶은, 세상과 다른 차이를 발견하고 실천하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타인과 다른 옷을 입고, 타인의 생각을 살짝 비틀어 다른 생각을 하고, 타인이 했던 방법을 발판으로 삼아 다른 필드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 타인이 접근했던 길을 피해 다른 쪽으로 가면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타인과 다른 방법으로 특별한 사랑에 접근하고, 결국 차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

우리는 직업에 얽매여 살아갈 필요가 전혀 없지 않은가? 이제 '딴 짓'계의 고수를 만나볼 기회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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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아직까지 여름의 끝을 잡는듯 오후엔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곧 한가위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풍성함의 문장은 우리들을 행복하게한다. 반면 의무적으로 도피적으로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고속도로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거북이같은 버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사람들에게 책 한권의 여유는 여러가지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번 고향방문은 좋은 책을 가방에 넣어 떠나보면 어떨까?

본격적인 독서의 계절을 맞아 2014년 8월에 출간된 읽고 싶은 신작 에세이 5권을 추려보았다.

1. 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월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1명이다. <월든>에 나오는 그 수많은 명문장은 나의 미래인생을 생각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명문장을 담은 책. 단순하고 진실한 삶을 꿈꾼 철학자이자 인생에 대해 가장 진지하게 접근한 사람인 소로.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사후 150주년(2012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간되었다. 소로의 주요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과 사람들에게 다채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문장들을 엄선하여 묶은 책이다.

이 책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월든>뿐만 아니라 소로의 다른 작품들의 내용이 가득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150년 전의 소로가 2014년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가 왜 이토록 심금을 울리는 것일까. 다가오는 9월. 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2.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버리는 건 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나는 사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곰팡이 피고 썩어 없어질 때까지 보관하다가 나중에 후회하곤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졌나보다. 목 늘어난 양말 하나 버리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뭐라도 버리기로 결심한 적이 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버릴 게 없다. 이건 버리기에 너무 멀쩡하고 그건 당장 안 써도 언젠가 필요할 것 같고, 저건 추억이 서려 있다. 그래도 이대로는 안 된다! 

그녀는 날마다 하나씩 버리는 1일日1폐廢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대신 그동안 간직하던 물건들에 대한 미련까지 버리기 위해 ‘그림과 글로 남기고 나서 버린다’는 자신만의 이별 의식을 치른다. 이 책은 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의 365일 1일1폐 프로젝트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는 그 일 년간의 기록이다. 나는 남자지만 버릴건 무척많다.

책을 읽으며 버릴 것을 찾아 집을 좀 더 가볍게 하고싶다.




3. 오늘도 집에서 즐거운 하루

사람들은 집에서만큼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없을 것이라 여긴다. 어디 좋은 호텔이나 레스토랑, 유명 관광지 따위에 가서야 제대로 힐링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애써 옮겨가며 셀카를 찍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업로드 한 다음 지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아마도 집에서는 매일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생활이 있는 탓에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이 책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더 행복해질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약간의 노력을 더한다면 지극히 평범한 매일을 보다 풍성하게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집에서도 충분히 즐거운 하루하루를 즐길 수 있지 않은가?



4. 하버드 불량일기

'고군분투 사고 치며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에서 살아남기'라는 부제목은 나를 끌어당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는 꼴통, 또라이를 좋아한다. 어딘가 독특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끌린다. 평범한 건 거부한다. 점심식사 메뉴에서 남들이 다 짜장면을 먹는다면 난 결코 짜장면을 먹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하버드의 '허당' 에릭 케스터의 에세이다. '하버드판 허당'이자 이 책의 주인공 에릭 케스터는  하버드 대학 입학식 날, 그는 팬티만 입고 하버드 광장 한복판을 걸어가기도 하고, 다른 학생들이 과제와 시험공부에 목멜 때, 그는 [아메리칸 아이돌]을 시청하며 여유를 부리기도한다. 친구가 중간고사에서 91점을 받고 괴로워할 때, 38점을 받은 그는 기말고사를 위한 컨닝 계획을 세운다.  피자 파티를 열었다가 쫄딱 망해 망신을 당하고, 기숙사에 무단으로 침입한 노숙자로 오해받아 체포당하고, 짝사랑에 빠졌다가 보기 좋게 차이고…. 정말이지 하버드에는 어울리지 않는 불량스러운 청년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에서 고군분투한 1년 동안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상당히 유머러스하게 자신의 일상을 풀어놓은 책이라 관심이 많이가는 책이다.



5. 읽고싶은 이어령

설명이 필요없는 작가 이어령. 한국 문학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생소한 이름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어령의 책은 누구나 한 번 쯤 꼭 읽어보면 좋을법한 그런 작품이다. 이어령이 생소한 사람에게, 그리고 나에게 <읽고 싶은 이어령>처럼 이어령이란 인물을 한 번에 살펴볼 좋은 기회다.

이어령의 주옥같은 문체와 함께 9월을 보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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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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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근 30년을 살면서 올해처럼 많은 여행을 했던적은 없었다. 아직 8월 중순 밖에 안되었지만, 2014년은 (앞으론 어떻게될지 모르므로)현재로선 머리털나고 가장 많은 여행을 다닌 한 해다. 여기저기 참 많이도 싸돌아다녔다. 여행 서적과 여행 에세이를 읽는 것이 즐거워졌고, 그 책들을 읽으며, 또 여행을 다녔고, 여행을 다니면서 경험한 많은 것들을 추억하며 또다른 여행 서적들을 접했다.

살면서 딱 한 번 밖에 해외여행을 해 본 적이 없다. 2006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내 여권은 먼지쌓인 채 책장에서 잠자고있다.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으로 짧게 다녀온 것이 고작이다. 여행을 좋아하게되면서부터 국내 위주로 많이다니다보니 국내여행은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었는데, 해외는 아직도 영 자신감이 없다. 경험이 부족하고 용기가 없는 탓이다. 영어 한 마디 못해도 준비만 잘하면 알뜰하고 재미있게 다녀올 수 있는 해외여행지가 많음을 알고있지만 마음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계속 머뭇거리게 만든다.

이번 책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은 해외여행 앞에서 머뭇거리던 나를 확실하게 뒤집어놓을만큼 매력적이었다. 책을 읽는 순간부터 책을 덮을 때까지 '유럽가고싶다, 유럽가고싶다'라는 노래를 부르게 만들었다. 유럽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로망과 여행이라는 테마가 주는 낭만이 합쳐진 유럽여행은 말만 들어도 이렇게 설레인다. 하물며 내가 그곳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지는 도무지 상상이 되지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마치 유럽에 와 있는 듯 착각했고, 실제 여행하듯 심장이 뛰고 흥분했다.


꽉 짜인 도시 생활에 길들여져 버린 우리들이 이렇게 ‘여행자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 수 있다면, 서로에게 상처를 덜 주면서 지금보다 훨씬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책의 제목처럼 <나만 알고 싶은 유럽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이 나오자마자 더 이상 나만 아는 곳은 아니게 될 것 같다. 나만 알고싶다는 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곳이라는 뜻도된다. 청개구리 심보가 있는 나는, 하지말라고하면 더 하고싶어지고, 하라고하면 하기 싫어진다. 나만 알고싶다고 하면 호기심이 최고치에 달해 해답을 듣지 않고서는 한시도 참을 수 없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은 아주 빠르게 읽혔다.

책에는 정말 그림같은 사진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정작 나를 가장 흥분시킨건 사진이 아니라 꼭지별 테마였다. 특별한 하루를 위해 엄선된 곳, 현지인처럼 살아볼 수 있는 곳, 조용한 곳들,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볼 곳들, 축제, 휴식, 술, 마법같은 풍경, 먹거리, 위대한 예술 등. 대부분의 사람들을 테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구성이 이 책을 빠져들어 읽게만드는 요소였다.

여행하는 나는 평소보다 훨씬 천진난만하다. 세상의 떠들썩한 소리보다는 내 마음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되고, 복잡한 손익 따위는 계산할 겨를이 없어 저절로 순수해진다.

나도 여행을 가게되면 순수한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듯 하루를 보낸다. 남들 시선 따윈 신경쓰지않고 노래부르고 춤춘다. 옆 방에 묵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도 얼마든지 대화를 할 수 있고, 남는 음식이 있다면 그들에게 나눠주기도한다. 도시에선 할 수 없는, 아니 하기 싫어할 그런 일들이다. 그래서 여행지에서의 나와 도시에서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다. 이 책의 작가도 그런가보다. 그래서 공감된다.

이 책은 2014 년 상반기 3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의 두 번째 이야기다. 첫 편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후속으로 나온 것인데, 나는 첫 편을 읽지 못하고 처음으로 후속을 먼저 읽게된 케이스다. 책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첫 편도 읽어볼 생각을 하고있다.

올해는 꼭 해외를 가보자고 다짐하면서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었기에 해외 항공권을 구했다. 항공권은 지금 내 책상위에서 출발을 기다리고있다. 이제 일정을 잡고 여행코스를 계획해서 떠나기만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조차 쉽지가 않다. 유럽은 나에게 최고로 가고싶지만 최고로 가기 어려운 여행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노하우와 경험담을 익히면서 훈련한 결과 어느정도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당장 떠나도 좋을만큼 자신감이 붙은건 아니지만 그전보다는 확실히 대담해지고 용기가 생겼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당장 내일이라도 유럽으로 가야만할 것같은 조바심이 들곤했다. 그곳이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이고, 그곳의 문화를 경험하며 느낄 많은 것들을 상상하면 행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떠나지 않고 단지 시원한 방에 누워 이 책을 읽어도 좋았다. 낯 선 풍경을 접하는건 아주 재미있는 공부였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며, 여행할 곳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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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지음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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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글을 쓴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과거는 한낱 기억에 불과하고, 기억은 감정에 따라 왜곡되고 변한다. 현실 그대로를 반영하지 않는 기억의 특성은 그것을 신뢰해도 좋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한다. 만약 내가 나를 되돌아보며 솔직담백하게 글을 쓴다면, 그 글은 우울한 분위기일까? 아니면 산뜻하고 경쾌한 분위기일까? 기억을 토대로 한 글은 때론 픽션으로, 때론 논픽션으로 점철되어 100% 믿을수도, 그렇다고 100% 안 믿을수도 없는 묘한 색깔을 가질 것 같다.


이번 책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은 윤대녕 소설가의 회고록에 가까운 에세이집이다. 월간 『현대문학』에 2011년 10월부터 2013년 9월까지 2년 동안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인데, 그 주제가 참 낭만적이다. 어릴적 살았던 집, 동네, 마을, 휴게소, 사람, 음악, 부엌 아궁이, 지금은 고인이 된 누군가와 함께했던 술집, 옛 애인, 공중전화 박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체험하는 각종 공간에 추억을 부여했고, 그 추억을 되짚어 다시 경험하는 작가의 글이 너무나도 공감되었다. 마치 내 인생이 그렇듯, 다른 이의 인생이 그렇듯, 이렇게 살고, 저렇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정겹게 다가왔다.


장소는 거기 그대로 있되 공간은 사라지거나 변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나 역시 나이를 먹다보니 옛 공간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많다. 어릴적 부모님과 살았던 집, 함께 뛰어놀던 동네 친구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었던 학교 운동장, 놀이터, 살면서 경험했던 많은 공간들. 아주 가끔이지만 그곳이 너무나도 생각날 때면 직접 차를 몰고 찾아가보곤한다. 하지만 너무 늦게 찾아간 탓일까. 많은 곳들이 없어졌고, 변했더라. 이제 그곳은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사라진 공간'이 되었고, 나는 그 '사라진 공간'을 바라보며 '되살아나는 기억'을 애써 끌어올려야했다. 너무 바뀌어버린 공간들 탓에 기억조차 헷갈리는지 이 곳이 그 곳같고 그곳이 이 곳같았다. 그럼에도 몇 곳은 아직 옛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럴때면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감에 젖어 한참을 바라보다 집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휴게소, 공항, 기차역, 버스 터미널 이런 곳들이다. 말하자면 경유하는 공간이 되겠다


과거를 복원하는 일은 저자의 말처럼 아프지만 즐거운 작업임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공간을 다시 찾는다는 것. 공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이 아닐지.


저자의 시선으로 추억 속으로 미친듯이 빨려들어가다가 토지문학관이라는 곳을 알게되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작가, 소설가, 시인같은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원하는 곳인데 저자 역시 토지문학관에서 많은 글을 썼다고한다. 나는 그 문장을 읽자마자 마치 자석에 끌리듯 충동적으로 토지문학관으로 달렸다. 급하게 챙긴 노트북, 몇 권의 책, 속 옷과 양말, 바람막이 옷 몇 개가 내가 가진 전부였다. 차로 4시간이 걸렸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런데 토지문학관에 도착해서 알고봤더니 연초에 미리 신청을 해서 선정이 되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제대로 조사도 안해보고 즉흥적으로 달려간 탓에 토지문학관과의 인연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대로 되돌아가기는 너무나도 아쉬워서 인근 민박집에서 일주일 정도를 머물면서 이런저런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한여름이라는 날씨가 무색하게 날씨는 시원했고, 바람은 차가웠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감정적으로 되살아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온라인 상의 덧 없는 공간들이 허무하게 느껴졌고, 결코 추억이 깃들지 못하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은 의미를 잃었다. 카카오톡을 탈퇴해버렸고, 페이스북 계정도 비활성화시켜버렸다. 비로소 나는 조용한 공간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모든 존재는 시공간時空間의 그물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간과 공간이 씨줄과 날줄로 겹치는 지점에서 매 순간 삶이 발생하고 또한 연속된다. 이렇듯 시간의 지속에 의해 우리는 삶의 나이를 먹어간다. 한편 공간은 ‘무엇이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나는 자리’이다. 그런데 허망하게도 과거에 내가(우리가) 존재했던 공간은 세월과 함께 덧없이(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지나고 나면 삶은 한갓 꿈으로 변한다고 했던가. 돌아보니 정말이지 모든 게 찰나의 꿈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나는 그 꿈이라도 한사코 복원하고 싶었던가 보다. 연재를 하는 동안 나는 과거에 내가 머물렀던 곳들을 가끔 찾아가보았다. 짐작했듯 대부분의 공간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더 이상 자취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그곳에는 마음의 텅 빈 장소場所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매달 한 편씩 연재를 하면서 나는 무척 행복했던 것 같다.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과거의 기억들을 복원하는 글쓰기가 많은 순간 내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삶을 복원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더불어 삶이 내게 남겨준 것이 무엇인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과거의 기억을 복원하는 것이 곧 삶을 복원한다는 메시지가 미치도록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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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태풍이 몰려오면서 한 풀 꺾인 모습이다. 올해는 강우량이 매우 부족해서 논이고 밭이고 바짝 메말라있다. 어느덧 길을 걷다가 쩍쩍 갈라지는 땅을 바라보며 농부의 마음을 생각해보았다. 그들의 마음 역시 갈기갈기 찢겨졌을터다. 문득 우리의 마음은 어떨까에 대해 고민해보고싶어졌다. 흔히 마음의 양식이라하는 책은 더 이상 일반 대중들의 취미가 아니게된 시대. 어쩌면 책을 멀리하게된 우리의 마음과 정신도 가뭄에 시달리는 논 밭처럼 갈라진 건 아닐지.

여름을 마무리하면서 2014년 7월에 출간된 읽고 싶은 신작 에세이 5권을 추려보았다.


1. 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싶다.

글을 못 읽어 학교를 그만두었던 소심한 소년이 물리학에 심취하면서 공부에 빠져들고, 아르메니아공화국, 파리, 일본의 다양한 문화를 섭렵하면서 딴짓의 고수가 되어버린 사연. 서강대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의 에세이다. 이 책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자꾸만 딴 짓을 해도 충분히 괜찮다는 힐링 서적이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을 마음 내키는대로 다 하면서도 충분히 활기차고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직업에 얽매여 살아갈 필요가 전혀 없지 않은가? 이제 '딴 짓'계의 고수를 만나볼 기회다.




2. 헤세의 여행
헤르만 헤세.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자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의 문학적 예술작품들을 쏟아낸 그가 아닌가. 이번 책 <헤세의 여행>은 헤르만 헤세의 여행 에세이다. 24세부터 50세까지 헤세가 쓴 여행과 소풍에 글이자 문학적으로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다. 이것은 유명인의 여행 에세이라기보다는 한 명의 원숙한 작가의 여행 에세이에 가까워보인다. 여행과 글의 조화. 여행과 문학의 만남. 그 생각 자체만으로도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3. 루시와 레몽의 집

루시와 레몽은 알자의 작은 시골마을에 살고있다. 북적대는 관광지나 나무보다 사람이 더 많은 산과 바다에서 우리는 얼마나 가짜 '힐링'을 경험했던가! 이 책 <루시와 레몽의 집>은 낭만적이고 조용하면서도 느긋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자스의 작은 마을에서 살고있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4. 푸른 하늘 맥주

소설가로 잘 알려진 모리사와 아키오의 특이한 일기형태의 에세이.  세상이 무너진다 해도 여름이면 무조건 산과 바다, 강으로 나가 무한한 자유를 느꼈던 이십 대 시절 그의 여행기이다. 젊음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책이다. 노상방뇨도 아닌 노상방분을 1년간 100번은 했다고 겸연쩍게 공언한 작가는 수중 노상방분이라는 신기원을 연 친구의 사연도 소개하고 있다. 차분하고 감동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로 알려진 모리사와 아키오는 이를 의식해서인지 한국 독자들을 위한 후기에 "저는 이 책처럼 바보 같은 에세이도 쓰지만 정상적인 소설도 쓴다"고 너스레를 떤다. 참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다. 한편으론 젊은이들이 어떻게 행동해야할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연 속 여행을 통해 깊은 고독을 느끼면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현재에 감사하게 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는 것. 그런 경험이 쌓일수록 우당탕탕 신나는 여행을 낙천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여름 그리고 푸른 하늘과 차가운 맥주만 있다면 언제든 모험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5.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노부부의 따뜻하고 짜릿한 세계여행 에세이. 연륜 있는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인생과 여행에 대한 통찰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담아낸 에세이다. 이 용감한 노부부는 나이 들어 하게 될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담담하게 이겨내며 여행을 준비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벌어지는 여행지에서의 돌발 상황들을 기꺼이 즐긴다.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두려움과 무서움, 지레짐작 따위 때문에 어떤 일을 경험하지 못하는가? 너무도 많은 기회들을 단순히 해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해버리진 않는지 생각해보게된다. 여전히 즐겁고 느긋하게 세계 곳곳을 여행 중인 저자는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미루지 말라’고 그리고 ‘작은 변화’라도 좋으니 인생을 조금 더 넓고 깊이 있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라고.

머뭇거리지 말고 인생을 즐기는 법!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에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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