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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다. 이번 책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잇는 줄리언 반스의 후속작이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통해 나는 어느덧 줄리언 반스의 팬이 되었다. 특유의 절제된 문체와 고민거리를 잔뜩 머금은, 마치 '고민 스펀지' 글에서 표현하는 소설적 진행을 통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책의 원제는 Levels of Life. 삶의 레벨 혹은 삶의 계층을 의미한다. 원제와 어울리도록 이 책은 총 3부(3계층)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국내판 제목은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다. 같은 작가의 이전 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비슷한 느낌과 공통된 분위기가 있지만 막상 책 내용과의 매칭을 보자면, 음... 글쎄? 나는 책 제목과 책 표지의 아날로그틱한 느낌때문에 슬픈 러브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책인줄로만 알았다. 실제 책의 뒷면의 간략한 설명 글에서도 사랑의 은유적 표현을 가진 내용인냥 소개되어있어 단단히 착각했다.


이 책은 좀 이상하다. 1부에서는 뜬금없이 열기구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위키피디아의에서 '열기구'를 검색한다음 관련 내용을 읽고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덕분에 전혀 관심 밖이던 열기구에 대해 어느정도 공부를 한 기분은 들었지만, 도대체 '열기구'와 '사랑'이 무슨관계인지, 그 이전에 삶의 레벨과 열기구가 도대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책 밑줄긋기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 그러면 세상은 변한다. 사람들이 그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말이 1부의 성격을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본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열기구와 사랑)을 하나로 합쳤다.


책 밑줄긋기

"이제껏 함께한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을 함께하게 해보라. 때로, 새로운 일이 벌어지면서 세상이 변하기도 한다. 나란히 함께 그 최초의 환희에 잠겨 몸이 떠오르는 그 최초의 가공할 감각을 만끽할 때, 그들은 각각의 개체였을 때보다 더 위대하다. 함께할 때 그들은 더 멀리, 그리고 더 선명하게 본다."

2부의 타이틀. 평지에서. 여전히 열기구에 대한 이야기다. 단지 배경이 하늘이 아니라 이제는 땅으로 내려왔다. level이 한 단계 하락한 것이다. 아니, 하늘이 레벨 1이었다면 땅은 레벨 2가 될테니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갔다고 해야할 것 같다. 어쨋든 1부가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한 느낌이었다면 2부는 완벽한 한 편의 소설로써 열기구를 표현한다. 베르나르와 버나비의 사랑이야기가 호화롭게 펼쳐진다. 땅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랑과 하늘에서의 사랑은, 적어도 이 책에서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이다.


책 밑줄긋기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감각, 쾌락,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있어요. 난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감정을 찾아 헤매요. 삶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렇게 살아갈 거예요. 나의 마음은 어느 누구, 어느 한 사람이 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짜릿한 흥분을 원한답니다."

2부는 곧 이어질 3부를 위한 일종의 에피타이저였을지도 모르겠다. 3부에서야말로 본격적인 작가 자신의 사별이야기, 즉 그렇게 끝나지 않을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책 밑줄긋기

"어느 시점에, 머지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 중 하나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이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가능하다."

2008년 10월 21일 아침, 영국 유수 매체들에 '런던 문단의 별이 지다'라는 부호가 실린다. 그 '별'의 이름은 팻 캐바나. 그녀는 문단의 별이되 작가가 아닌, 문학 에이전트였다. 그녀는 작가를 돕는 뮤즈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그녀의 남편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줄리언 반스다. 반스는 사별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로 전세계를 향해 이야기하고있다.


"젊은 시절, 세상은 노골적이게도 섹스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나중에는 사랑을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세상은 슬픔을 견뎌낸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이런 분류는 절대적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가로지르는 회귀선이다."


줄리언 반스는 책으로 애도를 표현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렇다면 작가의 말처럼 '애도에 성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과연 '끝나지 않는 사랑'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한다. 삶의 여러층계에서 이루어지는 사랑과 하늘, 땅, 지하로 이어지는 레벨들. 우리들의 삶과 죽음. 하늘에서 태어나 땅에서 살다가 지하로 내려가는, 역사 전체적으로 볼 때는 매우 짧은 시한부 인생을 이 책은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에세이지만 소설같은, 소설같지만 일기같은, 일기같지만 베드엔딩이 예정된 한 편의 감동적인 멜로 영화같다. 이 책을 덮은 후 나는 다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고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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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라디오]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서평 - 마술 라디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다가 우연치않게 2권이 생겨버린 책.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책 <마술 라디오>. 어느날, 책의 출판사인 '한겨레출판'에서 이상하게 무슨 이벤트에 응모했다가 선정되었다고 말하며 책을 받게되었다. 마침 이 책을 읽고 있던 와중에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도 이번달 리뷰도서로 선정되어버렸다. 그래서 책이 2권이 되었다.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주는 도서는 '드림'이라는 도장이 찍혀있고, 보통 출판사에서 개인적으로 보내오는 리뷰도서들도 '드림'이나 '증정'따위의 도장이 찍혀있다. 재판매할 생각이 없는 나로서는 있으나마나한 표식이긴 하지만 남들에게 선물할 때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이번 책 <마술 라디오>의 원판, 즉 아무런 도장이 없는(한겨레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을 지인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라디오가 특정 주파수를 통해 무언가를 듣고 생각하고 느끼는 행위라 한다면, 누군가에게 책을 준다는건 일종의 라디오라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2권을 받을 때부터, 책 제목처럼 나에겐 <마술 라디오>가 되었다.


책 밑줄긋기

"사실 내 가슴속에는 라디오 한 대가 있을 수도 있어. 그것은 내가 들은 이야기들로 이뤄진 라디오일 거야. 내 가슴속이 아니라면 어디에도 존재한 적 없는 라디오일 거야.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쩐지 사람들 가슴속에도 라디오가 한 대씩 들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그 라디오는 자신들이 살면서 들은 이야기들, 그런데 잊히지 않는 이야기들, 잘했건 아쉽건 자랑스럽든 후회되든 잊히지 않고 반복적으로 혹은 기습적으로 생각나는 이야기들로 이뤄져 있겠지."


 책은 참 희한하게도 엄청나게 긴 프롤로그로부터 시작한다. 보통 책들은 프롤로그는 간략하고 임팩트있게, 한마디로 독자가 빠르게 읽어보고 책의 전체를 훑어본다음 구매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중요한 포인트인데, 거의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담고있는 이 책의 프롤로그는 그냥 책 자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 저자는 이런 방식을 '형식의 파괴'라 부르지만, 내 눈에 비춰진건 출판사 편집자를 설득한 바로 그 자신감이다.


20년 동안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라디오 PD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온 저자는 방송 편집 과정에서 잘려 나간 릴테이프들을 이어 붙인 보물 같은 120분짜리 릴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런 저런 소리들. 한숨 소리, 콧물 소리, 기침 소리, 이상하게 꼬인 발음, 얼토당토않은 어리석고 진부한 의견들, 애매하고 불확실한 주장들. 우리들의 일상적인 것들과 '다시 할 수 있는'용기를 품었다고 해석된다. 여러가지 정황상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라디오 릴테이프에 '실패'한 표본이 저장되었다는건(릴테이프를 잘라내었다는 사실은) 실패를 밑거름삼아 다시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여기에서 철학적 요소들을 찾는다. 그리고 그 요소들을 이야기한다.


책 밑줄긋기

"나는 그때 네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 나는 삶에서 뭘 느끼고 싶어 할까? 내 마음의 주파수가 있을까? 내가 삶에 짓눌리지 않고 추구하는 어떤 멋이란 게 있을까? 그런 게 있다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내 인생의 질문. 그것은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거였어.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지."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자의 인생이 부럽다고 느낀적이 있다. 그것은 라디오 작가로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많은 사람들과 패널로 만나게되고 이야기하게되며, 서로의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 기인했다. 게다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 라디오에 출연할 정도급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책 밑줄긋기

"살다 보니 알게 된 건 인생에 쓸데없는 것은 없더라는 거예요. 그걸 모아서 선물을 하려고 맘만 먹으면요. 다 소용이 있어요. 돈 없어도 폼 나게 사는 것 어렵지 않아요. 나는 가구들도 직접 만들어요. 거실 탁자, 아내의 서랍장. 다 버려진 나무 주워다가 내가 만들고 칠한 거예요. 이 거실 탁자에서 커피를 마시고 과일을 먹죠. 나한테 가장 소중한 것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줄 아니까 폼 나게 살아요."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자신의 이야기로 들어갔다가 다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라디오에서 인생의 정수를 찾는 한 편의 연대기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슬픈데도 행복하니까 강한 인간이다.' 나는 다시 한 번 노점상 할머니들이 자기 삶을 사랑하는 방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 왜냐하면 '우린 고생스러워도 버티니까, 살아내니까 강한 인간이다'라고 말하지 않았거든. '슬픈데도 행복하니까, 행복할 줄 아니까 강한 인간이다'라고 말했거든. 사실 이 말은 이후로도 내가 슬픔에 빠져들 때 자주 생각나."


책의 부제목은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 반면 오래 걷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와 치열하게 토론하고싶은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차있는 책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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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무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계절의 여왕도 물러가고 계절의 왕도 물러간 뒤, 장마와 함께 찾아온 여름휴가 시즌이다. 너도나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장소로 휴가를 떠나는 문화 탓에 전국 어딜가든 사람이 많아 조용한 휴가와는 거리가 멀지만.

여름 휴가 때 할 물놀이, 고기와 술, 파티와 함께 신작 에세이를 읽으며 '마음의 휴가'도 떠나보는건 어떨까. 좋은 책들이 잔뜩 쏟아져나온 6월이었다. 그 중에서 고르고 골라 여름휴가 때 읽고 싶은 신작 에세이 3개를 소개한다.


1. 학교의 슬픔 | 다니엘 페낙 | 윤정임 | 문학동네

“슬픔은 배움을 가로막는 벽이다.” 다니엘 페낙! 그는 누구인가! 2007년 르노도상을 수상한 <학교의 슬픔>. 열등생의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과 오랜 교사생활에 대한 회상이 담긴 작가 다니엘 페낙의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인 다니엘 페낙이야말로 학교 교육과 사회적 문제를 자전적 에세이로 풀어쓸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사람이 아니던가!

페낙은 프랑스 작가다. 이번 책 <학교의 슬픔>의 출판사 책 소개를 보면 '학교에 관한 에세이가 아니라 열등생의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에 대한 에세이'다. 비록 학교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라 추측되지만 비단 학교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적인 열등생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할 수 있어보인다.

우리는 대체로 1등만 기억한다. 2등부터는 도찐개찐. 학교나 사회나 경쟁은 치열하고 적자생존의 법칙이 잘 운영되고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마치 정글이다. 그래서 책이든 메스미디어든 대체로 성공한 사람, 즉 1등에 포커스를 두고 대중들을 현혹한다. 하지만 <학교의 슬픔>은 열등생에 대한 시선으로 모든 걸 바라본다. 그렇기에 의미가 있다. 의미있는 책이다.


2.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 정호승 | 해냄

정호승. 그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워보이는 작가. 그가 지금껏 펴낸 많은 글들을 읽었다. 가슴 따뜻해지면서 마음 한켠은 먹먹해지는 그런 글들. 그런 시구절. 이번 책은 삶을 노래하는 작가 정호승의 새로운 산문집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다. 「동아일보」에 연재한 칼럼 '정호승의 새벽편지'를 정리하고 새로 쓴 41편을 더한 책.

'또한 사람의 삶과 마음에 기울이는 관심만큼이나 자연과 사물에도 친근하고 깊은 시선을 보낸다. 잎을 떨어뜨리고 다시 새순이 돋는 계절의 변화에서 아픔, 기쁨, 미움과 용서를 담아내고, 사랑과 이별, 나이듦과 거듭남을 일깨운다. ' 이 책이 색다르게 다가오는 부분은 아름다운 글과 함께 박항률 화백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호승이란 이름 만으로도 추천하고 구매하여 살 수 있는 그런 책. 절대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작가이기에 여름 휴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라 하겠다.


3.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 에린 그루웰 | 김태훈 | 알에이치코리아


《The Freedom Writers Diary》의 10주년 기념판. 이번 책도 교육과 관련된 내용이다. 하지만 <학교의 슬픔>과는 다르게 좀 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 에린 그루웰이 교육운동에 전념하는 동안, 제자들 역시 인생을 씩씩하게 개척해나가는 중이다. 일부는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뒀고, 일부는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어떤 이들은 아직 고통받는 삶 가운데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그들은 현재의 고통을 절망이 아닌 ‘성장통’으로 받아들인다. 십 대에서 훌쩍 자라 30대 성인이 된 그들이 끊임없이 도전하며 운명을 개척하는 모습이 담긴 후일담 속에서 ‘절망을 이기는 용기’의 진정한 모습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일기를 모아놓은 책이라 볼 수 있는 이 한편의 다이어리는 글쓰기, 일기장, 문학, 영화 등 문화콘텐츠라는 장르가 한명의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환경의 변화가 사람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아이와 함께 여행 중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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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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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단 한번도 방황해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환상방황 정유정의 환상방황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 역시 어떤 여행은 A를 위해, 어떤 여행을 B를 위해, 어떤 여행을 C를 기대하며 떠나곤했다. 여행은 언제부터 시작되는걸까. '여행가고싶다'는 어설프다. '여행을 가야지!'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어디를 어떻게 갈까?'부터 진정한 시작이라고 본다.


여행이 주는 묘미 역시 다채롭다. 새로운 것을 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것들과 조우하고 호흡하게된다. 길고 긴 거리를 비행기에서, 차에서, 배에서 보내면서도 그곳을 향해 달려간다.


여행지에 도착하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약간의 피곤함과 함께 '뭔가를 성취해냈다!'는 성취감이 들때가 있다. 이따금씩은 '아주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처럼 보람됨을 느끼기도한다. 여행은 그 내용에 따라 느껴지는바가 다른, 마치 책 읽기와 비슷한 무언가가 있다.


정확하고 완벽한 여행 계획은 안정감이 있지만 '새로운 것들과의 조우'와는 거리가멀다. 그래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을 기대하긴 힘들다. 요즘 힐링이다 캠핑이다 뭐다해서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는 '여행족'들이 엄청나게 많다. 나 역시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곤 했을 때, 여행지에 있는 수백명의 여행객들을 바라보며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잘 짜여진 계획과 정확한 예약, 타이밍으로 마치 기계적인 여행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내 눈에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그냥 '체험'에 가까웠다.


역마살이 낀 사람처럼 여기저기를 쉴 틈 없이 돌아다니는 타입이 있는가하면 엉덩이 무겁게 한 곳에 정착해서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타입이 있다. 나는 후자다. 엉덩이가 무겁지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애매한 위치였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나는 여행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었다. 여행지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아까웠고, 돈도 아까웠다. 뿐만 아니라 시간을 아껴쓰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해서(여행 계획을 세우고 거기까지 가는 시간대비 실제 여행하는 시간은 아주 짧게 느껴지기 때문에) 여행을 그다지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근래들어 여행의 묘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단, 대부분의 계획이 없는, 유명 관광지만 돌아다니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마음내키는대로 근처 아무곳이나 가보는 그런 자유로운 여행에 한해서. 이것은 일종의 '방황 여행'에 가까울 것 같다. 여기저기 '방황'하며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아무런 계획이 없었기에 아무런 기대도 없었지만 뭔가를 느끼거나 무언가를 배우면서 느껴지는 짜릿함이 나를 매료시켰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여행의 본질은 방황이고, 방황이야말로 여행이다.

이번 책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은 여태껏 단 한번도 방황해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잘 정리된 '방황기'기 아닐까싶다. <7년의 밤>이라는 히트소설로 수많은 독자(그 독자들에는 나도 포함된다)를 사로잡은 그녀가 평소 생각치도 못했던 여행을 떠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도 국내나 가까운 해외가 아니라 히말라야라니...

욕망이라는 엔진이 꺼져버렸다. 책상 위에 쌓아둔 다음 소설 자료와 책, 새 노트가 신기루처럼 비현실적이었다. 누군가 내 상태를 알아차릴까봐.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하게 될까 봐. 고작 소설 몇 편 쓰고 무너지는구나, 싶어서.
"나 안나푸르나 갈거야."
선택사항이 아니야. 생존의 문제라고.
- 책 프롤로그 중에서


작가가 방황지로 선택했던 것은 히말라야다. 쉽게 갈 수 없는 곳.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인 곳. 정유정급 소설작가 레벨이 아니라면 생계 걱정에 막상 떠나기가 힘들지도 모를 그런 곳으로 그녀는 향했다.


나는 태어나 한 번도 대한민국을 떠나본 적이 없다. 일이 아니고는 고향이자 주거지인 전라도 땅조차 벗어나보지 않았다. 워낙 골방 체질이기도 했지만 질주하듯 삶을 살아온 탓이 더 컸다.
- 책 프롤로그 중에서


프롤로그의 시작 문구에서 나는 매우 강렬한 동질감을 느꼈다. 물론, 나는 2번 정도 대한민국을 벗어나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이 매력적으로 느낀 또 다른 이유는 25쪽 가량되는 뱀처럼 긴 프롤로그에 방황기의 모든 것이 녹아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시작에서 출발하게된다. 우리는 여행을 왜 떠나는가? 즉, "어떻게 그 전설의 땅 '히말라야'로 향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행기의 대부분의 것들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일반 작가 정도가 아니라 대히트작을 보유한 훌륭한 작가가 아니던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책 중 프롤로그에서 가장 큰 감동과 희열을 경험했다. 반면 본문내용은 그녀의 환상방황기를 에세이형태로 일기처럼 정리해둔 것이라 히말라야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는, 심지어 지금껏 히말라야를 단 한번도 가보고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있게 다가왔다. 당장 가 볼 수 없기에, 현실적 문제들과 사회적 문제들이 옭아메는 멱살에 저당잡힌 나의 진짜 상황만이 더 괴롭게 다가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에는 오히려 홀가분함을 느꼈다. 그녀가 환상적인 방황이라 표현하는 여행에서,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히말라야에서 느끼고 경험했던 일부분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 자체가 곤란하지만 나와 비슷한 한 명의 사람, 내가 꿈꾸어 마지않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이미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마침표'가 아닌 '쉼표'같은 휴식기에서, 작가의 말처럼 '세상에 다시 맞설 용기를 얻기 위해 떠나는 신들의 땅'에서, 작가인 그녀가 방황하며 느꼈던 어려움과 즐거운 이야기들에서, 생애최초 해외여행을 했다는 소설가의 첫 에세이 글에서, 나는 표현하기 매우 곤란한 명확하지 않은 어떤 열정과 희망 같은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은 그야말로 여태껏 단 한번도 방황해보지 않은 많은 사람들을 위한 방황 안내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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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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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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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나는 읽었고, 책은 말했다.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요즘들어 여행 에세이를 자주 보게된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끝났지만 6월 역시 여행을 떠나기에 딱 좋은 계절이 아니던가! 적당히 덥고 적당히 추우며, 적당히 비가 오고 적당히 쨍쨍한 그런 나날들이 이어지는 행복한 달이다.

일 반적인 여행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게 하는 여행은 상당한 매력을 가지는데, 특히 여행지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와 열정이 꼭 6월을 닮았다. 그렇기때문에 여행이라는 단어, 6이라는 숫자는 언제나 설레이는 첫사랑과도 같아 보인다.

엄청 유명한 관광지, 사람들이 잔뜩 찾는 맛집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들도 있지만, 이왕이면 색다른 곳을 원한다. 보통 유명 관광지에는 나무, 돌, 자연경관, 물, 볼거리, 먹거리보다 사람이 더 많다. 언젠가 한번 단풍구경을 가겠다고 '극성수기'라 할 수 있는 단풍시즌에 국립공원을 찾았다가 단풍나무보다 사람이 더 많은걸 본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은 평생토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것은 자연이 만든 물감인 단풍이 아니라 사람들의 등산복이었고, 민족대이동이 이루어지는 명절에 고속도로 막히듯 등산로가 꽉 막혀서 정체되던 그 느낌. 썩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조용하고 안락한 곳이라면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곳을 찾고 그곳을 향해 떠나길 좋아한다. 이런 곳에서 느껴지는 여유야말로 '진짜 여행'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세계를 걸으며 만난 분위기와 느낌

이번 책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는 책 제목에서 말해주듯 작가가 전세계를 여행하며 걸으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에세이 형태로 묶은 책이다. 책에서는 아주 멋진 전세계의 구석구석을 소개해주는데, 일반적인 여행 가이드 책처럼 정보를 알려주는게 아니라 그곳에서 느낀 느낌과 분위기를 알려주는 형태다.

도시 : 반짝이는 것은 언제나 잠시. 함부로 속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 P64

작가의 사진 촬영 기술이 남다르다. 모르긴 몰라도 여행을 다니면서 터득한 사진기술이 전문가 수준 정도는 되리라. 또한, 사진 못지 않게 글 솜씨도 수려하다. 그의 글은 마치 한 편의 시 같고 그 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은 여행의 현장을 독자의 전두엽에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시 에서 이어지는 짤막한 에세이는 때로는 일기같고, 때로는 평범한 기록같고, 때로는 여행기같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링같다.

비 : 혼자 있을 때 더 자주 내리는 것.
비가 온다. 비는 형태보다 소리가 우선이다. 보이지 않는 검은 밤이지만 눈을 감고서도 느낄 수 있음이 좋다. 너의 모습보다 이상하게 너의 목소리가 먼저였던 날처럼. 너의 모습이 달라져도 달라지지 않을 너의 울림을 기대하는 것처럼. P136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책 제목처럼 길 위에서 배운 말들이 없었다면 이토록 많은 곳을 여행할 수 있었을까? 언제나 그렇지만 여행 역시 용기가 필요하고 단호한 결의가 동반되어야만 추진할 수 있는 일종의 사업이다. 당일치기든 1박2일이든 아니면 장기간의 해외여행이든, 새로움을 기다리는 우리들의 DNA에 가장 잘 맞는것이 여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여행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밝히고 있는데, 여행지에서 고스란히 정보를 흡수한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여행지의 길과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며 자연스럽게 깨달은 것들이다. 상황이 이럴진데 어찌 길 위에서 얻은 철학과 통찰이 소중하지 않을 것인가!


언제나 떠나는 것들

우리들은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있다.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가고 집으로 가며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떠나고 좋은 풍경을 보기위해 떠난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먼 훗날에는 이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나기위해 떠나야 하겠지.

세 상은 넓고 볼 것은 많은데 시간과 여유는 부족한 시대다. 어쩌면 우리들이 훌훌 털어버리고 쉽사리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용기가 없어서 우물쭈물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그런 것 같다. 여행은 설레임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한다.

책 을 읽으면서, 책 속에 나오는 여행지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내가 집중했던 건 오로지 '그 길에서 도대체 무엇을 이해할 수 있었는가'였다. 그 길이 프랑스 길이면 어떻고 가까운 동네 길이면 어떠하리. 작가의 말처럼 '길 위를 걸으며 수 많은 산념을 꺼내 세상에게 말을 걸'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말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만 있다면. 작가는 이 해답을 찾는 과정을 '세상이 말했다'로 표현하고 있다. 아름다운 문장이다.

이 책은 사진보다 글이 더 좋았다. 그의 시 구절은 쉽게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렵고 그렇다고 무척 어려운 것도 아닌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매일 여행하는 것처럼 삽시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따금씩 생각한다. '나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걸까?' 한마디로 인생의 지도를 실물로 보고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하지만 인생에 만들어져 있는 지도따윈 없다. 인생 지도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신만의 방식과 자신만의 색깔로.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면서 세상과 대화한다. 누군가는 책을 읽으며 세상과 대화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처럼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세상과 대화하기도 한다. 세상과 대화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역시 여행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었고, 책은 내게 말했다.
"매일 여행하는 것처럼 삽시다"
"매일 길을 걸으며, 세상과 대화하며 삽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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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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