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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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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하와이라고하면, 누구나 꿈꾸지만 전문여행객이나 신혼여행에서나 갈법한 미지의 세계라는 개념이 잡혀있다. 하와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하와이를 가본 사람도 쉽게 찾기가 어렵다. 특히 자유여행이나 배낭여행으로는. 하와이는 말하자면 여행객이 찾기에 쉬운, 그러니까 해외여행 접근성이 좋지만은 않은 곳으로 여겨진다.


나는 얼마전 홀로 다녀온 마카오 2박 4일 여행을 통해 상당한 자신감을 얻었다. 여행에 대한 자신감, 나 자신에 대한 강력한 믿음 등. 그전까지만해도 나는 평생토록 해외여행 한 번 못가보고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여있었다. 신혼여행이나 패키지, 그것도 아니라면 직장에서 보내주는 짧은 출장, 슬쩍 가서 대충 사진이나 찍고 인증샷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올려대는 도무지 자유나 여행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도전정신을 갖고 훌쩍 떠났던 마카오를 생각하며 나는 하와이 역시 나중에 꼭 한 번 가보리라 다짐하고있다. 그래서 내게 하와이는 애증의 존재다.


TV나 영상콘텐츠에는 하와이와 관련된 엄청난 자료들이 있다. 아름다운 해변, 부서지는 파도, 놀기에 딱 좋은 날씨, 수평선, 내리쬐는 태양, 벤치, 나무그늘, 맛있는 로컬푸드 등. 직접 가보질 않아서, 그것이 진짜인진 모르겠지만 계속 책으로만 하와이를 만나고있는 실정이다.


책 소개 글에는 '삶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와이 여행기'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사실은 여행기라기보다 추억담에 가까운 내용들이다. 짤막한 에세이라서 가볍게 읽기에 좋고, 특히 요즘처럼 가을향기 물씬나는 계절에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읽기에 더할나위없다.


책 자체는 작가의 네임벨류 때문에 다소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데, 판단은 독자의 몫이리라. 작가가 훌라 춤을 출 때, 하와이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곳의 전통을 이해했을 때의 열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좀 더 깊고 정보성 짙은 하와이에 대한 내용을 생각했다면 오산. 단지 한 명의 하와이에 대한 스토리가 전부다.


<꿈꾸는 하와이>는 엄청 빨리 읽어버린 책이었다. 내용이 짧은 것도 한 몫했지만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속도감있게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짧은 해외여행기, 그것도 하와이를 꿈꾸는 내게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감성으로 써진 글은 비오는날 어느 오후에 읽었을 때 무척이나 감명적이었다. 포인트 나가버린 흐릿한 사진들은 창문에 들이박는 빗방울처럼 보였다.


가벼운 에세이를 찾는 독자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작가처럼 나는 오늘도 하와이를 꿈꾼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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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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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서가, 애독가, 그냥 책을 좋아하는 사람 등 책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으레 장서가를 상상해보기 마련이다. 책을 읽는 것과 책을 모아서 책장 가득히 쌓아가는 즐거움, 한 권 한 권 사모은 책들이 차곡차곡 늘어날때의 행복감은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느낌이다. 내 꿈은 나중에 나만의 서재를 갖는 것인데, 외국영화나 세기의 문호들의 흑백사진에서 보여지는 그런 풍이다. 넓다란 원목 책상위에는 만년필과 책 몇 권, 노트와 노트북 따위가 정갈하게 놓여있고, 책상 뒤엔 편안한 의자가 있는 모습. 의자 뒤엔 사람 키만한 높이의 원목 책장이 늘어서있고 그곳엔 빽빽하다싶을만큼 책들이 들어찬 장면. 이것이 내가 꿈꾸는 서재다.

도대체 몇 권의 책이 있어야 장서가로 불릴 수 있을까. 아니, 장서가에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책들이 있으며 그 책들 전부가 헌책방에서나 겨우 구할 수 있는 단행본이나 절판본이어야만할까. 장서가를 꿈꾸는 나와는 다르게 실제 장서가들은 장서의 괴로움을 느끼는 듯하다.

이번 책 <장서의 괴로움>은 장서가의 노고와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책이 너무 많아 2층집이 무너진 이야기, 엄청난 책을 정리해두었더니 지진이 나는 바람에 모조리 처분해야했던 이야기, 트럭 6대분량의 사과박스에 책을 가득담아 처분해야했던 일화 등. 고작 몇 백권 수준의 책장을 가진 나에겐 너무나도 방대한 스토리에 감탄과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장서 약 3만 권을 가진 오카자키 다케시가 장서의 괴로움에 지친 나머지 헌책방을 부르거나, 책을 위한 집을 다시 짓거나, 1인 헌책시장을 열어 책을 처분하는 등 '건전한 서재(책장)'를 위해 벌인 처절한 고군분투기라고 소개되어있다. 또 자신처럼 '책과의 싸움'을 치른 일본 유명 작가들의 일화를 소개한다. 일본작가가 쓴 작품이기에, 전부 일본문화에 입각한 내용들이라 한국에선 다소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예를들면 건축방식이나 다다미 6개 크기의 방 같은)이 있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장서의 괴로움을 미리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장서가의 괴로움은 더 이상 살 책이 없는게 아니라 지금껏 모아온 책을 처분하는 일이다. 책이 발에 밟히고 기존에 있던 책을 도무지 찾지못해 다시 구매해야하는 상황. 이러한 장서가를 위한 열 네 개의 교훈이 차근차근 단계별로 펼쳐진다. 책과의 이별. 헌책방을 전전하며 추억이 담긴 책을 처분해야하는 방법에는 알게모르게 슬픔이 담겨있다.

전자책이나 종이책을 PDF화하여 소프트웨어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이 있지만 여전히 종이책의 아날로그 느낌은 고유하다. 그래서 종이책은 여전히 서점에 노출되고 나처럼 종이책을 선호하는 독서가도 항시 존재한다. 종이책은 오랜 세월을 머금은 문화유산처럼 독특한 매력이 있다.

하루에 한 권, 아니면 일주일에 한 권, 그것도 아니라면 한 달에 두세권씩 책을 읽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책을 빌려보는게 아니라 구매해서보는 타입이라면 집안에 책이 쌓일 수 밖에없다. 나 역시 뒷통수 방면에 책장이 가득 열려있고 그 책장을 바라보는 일은 아주 즐겁다. 반면 책은 그 어디에도 있다. 마우스 옆, 모니터 옆에서부터 책장, 방 한켠, 어디 박스 안에도 널부러져있다. 책은 곳곳에 흩어져있다. 참고를 목적으로 책을 책상위에 올려두었다가 그대로 모니터의 받침대가 된 적도 있고, 독서대의 높이 조절을 위해 바닥에 받칠 목적으로 책을 두세권 쌓았다가 독서대가 없어진 뒤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도하다.

예전에 책을 PDF화 시킬 목적으로 약 100권 가량을 처분한 적이있다. 마트에 있는 큰 라면박스를 꽉꽉채워 2박스가 나왔는데 엄청나게 무거웠다. 이사갈 때 가장 애증의 존재는 책이다. 부피에 비해 엄청 무겁고 처치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래서 필요할 것 같고, 저 책은 저래서 필요할 것 같다. 장서가의 괴로움은 책을 처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나와 동일한 괴로움을 갖고있다. 아니 누구나 책을 좋아한다면 괴로움을 갖고있으리라.

서평가나 작가, 북 칼럼니스트나 그외 기타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책이 엄청나게 불어나는걸 탐탁지않게 여길지도 모른다. 자료나 소비재로서의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단순 인테리어효과로의 책은 어느정도 분량을 넘어가면 감당하기 어렵다.

책을 읽으면서 수 만권을 가진 사람들을 마주하며 나는 많은 공감을 느꼈다. 나중에 서재를 갖고싶다는 단순한 열망을 미리 점쳐보기도했고, 장서가의 괴로움에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했다. 상당히 위트있는 문체로 내용이 표현되어있어서 읽는데 지루하진 않았다. 책을, 특히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을 책.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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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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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알라딘 신간평가단 에세이 분야에는 내가 추천했던 5권의 에세이 서적 중 1위와 2위 서적이 모두 선정되어 기쁜 마음으로 읽게되었다. 이 책 이후로 신간평가단 마지막 도서 2권을 읽고 리뷰하면 2014년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진행되어 온 신간평가단도 마무리된다. 마무리 직전의 책이 헤르만 헤세의 여행서적이라 기쁜 마음이다.

헤르만 헤세.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자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의 문학적 예술작품들을 쏟아낸 그그. 이번 책 <헤세의 여행>은 헤르만 헤세의 여행 에세이다. 24세부터 50세까지 헤세가 쓴 여행과 소풍에 대한 글이자 문학적으로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다. 이것은 유명인의 여행 에세이라기보다는 한 명의 원숙한 작가의 여행 일기에 가까워보인다. 여행과 글의 조화. 여행과 문학의 만남. 그 생각 자체만으로도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은 적당한 두께를 가지고 있지만 폰트가 작고 글의 배치가 촘촘하여 내용은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한다. 479페이지의 양장본인데 체감으로는 700페이지 정도되는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호흡이 길었고, 헤세가 여행했던 곳곳을 간접적으로 '함께'여행하며 떠났던 시간들은 과거로, 현재로, 미래로 나를 날려버렸다.

여행과 소풍에 대한 에세이 외에 1901년과 1911년, 1913년의 이탈리아 여행, 1904년의 보덴 호 산책, 1911년의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지의 아시아 여행, 1919년에서 1924년까지 테신 지역 소풍, 1920년 남쪽 지역으로의 방랑, 1927년의 뉘른베르크 등지의 낭송 여행에 대한 소회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각각의 여행기가 이어지는 형태가 아니므로 원하는 장소부터 읽어도 무방할거라 생각했지만 시간 순으로 이어지는 여행기이기 때문에 차례대로 읽을때 비로소 감정의 변화와 여행을 통한 자기발견, 그리고 작가로서의 발전과정을 보다 생생하게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 헤세는 상당히 까칠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근래엔 과거의 그 어떤때보다 여행이 유행이다. 인터넷, 책, 잡지, TV 등 접할 수 있는 매체란 매체에선 항시 여행을 이야기하고 여행 콘텐츠를 접목한다. 역사상 최고로 여행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비록 오래전에 쓰여진 책인 <헤세의 여행>은, 이 부분에 대해 여행의 진면목을 보지않고 단지 유행따라 하는 여행에 냉소적으로 응대한다.

현대인이 어떻게 여행해야 하느냐의 문제를 다룬 많은 책과 소책자가 있지만, 내가 알기로 좋은 책은 보지 못했다. 누군가가 유람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먼저 무엇을 할 것인지, 왜 그 여행을 하는지 아는 것이 좋다. 오늘날 도시에 사는 여행자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도시인이 여행하는 것은 여름에 도시가 너무 덥기 때문이다. 그가 여행하는 것은 공기를 바꾸고, 다른 환경과 사람들을 봄으로써 일에 지친 피로를 풀고 푹 쉴 수 있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그가 산으로 여행하는 것은 자연과 땅, 식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이해되지 않는 갈망으로 그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가 로마로 여행하는 것은 그것이 교양 여행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여행하는 주된 이유는 그의 모든 사촌과 이웃도 여행을 가는데다, 또 여행을 갔다 와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하는 것이 유행이고,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다시 무척 쾌적하고 안락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공감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과거와 현재 사람들의 사상과 삶이 다르지않다. 본디 여행이란 자기 자신을 찾는 것임에도 근래엔 '남들이 하니까', '내 친구도 다녀온 곳이니까', '그저 돈을 소비하기 위한'여행으로 전락했다. 헤세가 이야기하는 여행은, 체험이라는 가장 직접적인 경험치에 기반해야한다.

여행의 시학은 일상적인 단조로움, 일과 분노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는 데에 있다. 여행의 시학은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체험에, 다시 말해 더욱 풍요로워지는 데에, 새로 획득한 것의 유기적인 편입에, 다양성 속의 통일성과 지구와 인류라는 큰 조직에 대한 우리의 이해 증진에, 옛 진리와 법칙을 전적으로 새로운 상황에서 재발견하는 데에 있다.

이 책은 여행 자체를 바라보는 헤세의 시각을 다루고있다. 그리고 헤세가 여행하며 만났던 수 많은 사람들과 물품, 각 나라의 전통과 문화, 시스템을 보며 느꼈던 생각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는 여행에서 이런걸 느끼지 않는다. 진정한 여행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헤세는 국경과 경계를 바라보며 전쟁과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만큼 넓은 세계관을 갖고 있다. 이 것들이 결국엔 많은 여행을 통해 얻어진 결과이리라.

나처럼 국경을 무시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면 더 이상 전쟁도 봉쇄도 없을 텐데. 경계만큼 보기 싫고 어리석은 것도 없다. 경계는 대포나 장군과 같다. 이성, 인간성과 평화가 지배하는 한 경계에 대해 아무것도 못 느끼고 그것에 대해 비웃는다.

번역의 말투가 살짝 거슬리는 편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읽기에 부담없는 문체였다. 헤세의 문학적 문장들과 자연을 표현하는 솜씨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닐만큼 아름다웠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작가인 헤세가 왜 여행했는가에 대한 답변이 처음부터 설명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방랑벽이 있다며 이야기하는 그는 도대체 왜 세계각국을 돌며 여행하는가?


“나는 7월의 따뜻한 어느 날 저녁 시간에 태어났다. 나는 그 시간의 온도를 알게 모르게 평생 좋아하며 찾아다녔다. 그 온도가 아니면 나는 고통스런 마음으로 아쉬워했다.” - 헤세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심적 고향을 찾아 떠난 여행. 계속 남쪽으로, 또 남쪽으로 향하는 그 여행이 헤세를 만들었고, 위대한 작가로 발돋움하게 한 계기가 되었으리라. 여행의 끝에서 작가는 높고 낮은 것, 귀하고 천한 것의 경계가 무너지고, 만물이 평등해지며, 경계와 대립이 완전히 소멸되는 곳에 열반과 해탈이 있는 것을 깨닫게된다. 그래서 헤세의 작품들 대부분은 자연친화적이면서 차분하고, 사람들의 심리적 싸움과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현되어있다.

“여행을 떠나고 이틀만 지나면 사람, 특히 삶에 아직 굳건히 뿌리박지 않은 젊은이는 자신의 의무, 이해관계, 걱정 및 전망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 즉 일상생활로부터 아련히 멀어지게 된다.” -토마스 만

많은 사람들이 작가나 소설가라고 하면 엉덩이가 엄청 무거운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위대한 작품을 썼던 문인들과 현재 위대한 글을 쓰고있을 많은 작가들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여행을 다닌다.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여행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을 찾는, 일종의 수행같은 여행을 말이다. 나름 작가라는 타이틀을 어깨에 메고 살아가는 나도 이 부분을 뒤늦게 이해했다. 간접적 체험을 전달하는 글이란 결국 직접적인 체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방구석에 가만히 앉아서 쓰는 글은 그 누구도 감동시킬 수 없을만큼 진부해진다. 허구인 소설조차 리얼리티에 기반하고있다. 그래서 소설은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인 면모를 가진다. 이 세상의 작가들이야말로 가장 뛰어난 여행전문가이자 여행중독자들이다. 그들은 글을 쓰기 위해 떠난다. 자신을 이해하고 보다 많은 문화적 체험을 하기 위해 떠난다.

이 책을 읽은 후, 가장 크게 느낀점은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음이다. 나는 지금껏 나름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여행은 단 한번도 하지못했다. 나는 어른이었고 성인이었다. 성인스럽게 여행했다.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에 찬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그것을 카메라가 아닌 온 시신경에 때려넣는 그런 여행을 하지못했다. 여기저기 쏘다니며 마치 내일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 사람처럼 정열적으로 여행하지 않았고, 피곤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하지 않으리. 나는 이제 헤세처럼 여행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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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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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못 읽어 학교를 그만두었던 소심한 소년이 물리학에 심취하면서 공부에 빠져들고, 아르메니아공화국, 파리, 일본의 다양한 문화를 섭렵하면서 딴짓의 고수가 되어버린 사연. 서강대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의 에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이 책은 자꾸만 딴 짓을 해도 충분히 괜찮다는 일종의 힐링 서적이자, 삶과 함께하는 여러가지 '사물'들에 대한 통찰력있는 경험담이며, 직업이나 전공과 전혀 무관한 인생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다. 저자는 이것 저것 하고 싶은 일을 마음 내키는대로 다 하면서도 충분히 활기차고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직업이 물리학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철저하게 과학적 사고로 무장된 사람일 거라고 나는 자주 오해를 받곤 한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 일상은 오히려 지극히 게으르고 비과학적이다. 실험실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무엇이든 대충 하길 좋아하고, 공상에 자주 빠지고, 가끔 술 한 잔에 망가지기도 하고, 가장 비과학적인 것들을 상상하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땐, 이른바 에세이형태의 자기계발서적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용은 거의 일기에 가까운, 말하자면 저자가 살면서 해왔던 여러가지 '딴짓'에 대한 기록이었다. 기념품, 펜치, 자전거, 바구니, 방망이 등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사연을 가진 물건들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던가! 스마트폰에도, 안경에도, 옷에도, 반지나 시계에도, 신발에도, 장롱 어딘가에 있는, 서랍 한켠에서 먼지가 쌓여가는 그 무엇에도 스토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물건을 물건으로만 볼 때가 있고, 스토리를 떠오르게하는 타임머신으로 볼 때도 있다. 헤어진 애인과 찍었었던 사진, 누군가가 어렵게 선물한 기념품, 생일 선물로 받은 몇 가지들. 전부 이야기 천지였다. 단지 인식하지 못한채 바쁘게 살고있을 뿐이었다.

내가 오래된 물건을 단순한 물건 자체로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안에 서로 다른 시간 여행의 축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야말로 곧 벼룩시장이 아닌가. 어떤 사람에게는 버려진 물건이나 쓰레기 정도로 치부되겠지만 그곳엔 분명 서로 다른 시간의 축이 만드는 타임캡슐 같은 공간이 있다. 물리학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기적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책의 주제와 포인트는 상당히 흥미로웠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다소 지루해졌다. 누군가의 물건에 있는 스토리에 공감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딴 짓하며 충분히 먹고살만큼의 인생을 누리는 저자가 부러웠다. 어쩌면 책을 읽기 전부터, '당신도 딴 짓해도 살아도 충분히 좋습니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듣길 바랬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은, 그저 담담하게 딴 짓하며 사는 일상을 보여줄 뿐이었다.

한번 이런 열정에 사로잡히면 나는 앞뒤를 못 가리는 상태가 된다. 일종의 '몰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들이 보기에 이런 상태의 나는 뭔가에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다. 혼자서 "그래, 한 건 했다!" 주문을 외우면서 행복해한다. 세상엔 이런 흥분과 열정에 빠질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생각해 보면 얼마나 고마운 열정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딴짓하며 사는 삶에 대한 세계관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책 전체를 아우르는 물건에 대한 에피소드보다 짧게 남겨진 저자의 인생관에 대한 몇 개의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삶은, 세상과 다른 차이를 발견하고 실천하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타인과 다른 옷을 입고, 타인의 생각을 살짝 비틀어 다른 생각을 하고, 타인이 했던 방법을 발판으로 삼아 다른 필드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 타인이 접근했던 길을 피해 다른 쪽으로 가면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타인과 다른 방법으로 특별한 사랑에 접근하고, 결국 차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

우리는 직업에 얽매여 살아갈 필요가 전혀 없지 않은가? 이제 '딴 짓'계의 고수를 만나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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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아직까지 여름의 끝을 잡는듯 오후엔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곧 한가위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풍성함의 문장은 우리들을 행복하게한다. 반면 의무적으로 도피적으로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고속도로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거북이같은 버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사람들에게 책 한권의 여유는 여러가지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번 고향방문은 좋은 책을 가방에 넣어 떠나보면 어떨까?

본격적인 독서의 계절을 맞아 2014년 8월에 출간된 읽고 싶은 신작 에세이 5권을 추려보았다.

1. 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월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1명이다. <월든>에 나오는 그 수많은 명문장은 나의 미래인생을 생각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명문장을 담은 책. 단순하고 진실한 삶을 꿈꾼 철학자이자 인생에 대해 가장 진지하게 접근한 사람인 소로.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사후 150주년(2012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간되었다. 소로의 주요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과 사람들에게 다채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문장들을 엄선하여 묶은 책이다.

이 책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월든>뿐만 아니라 소로의 다른 작품들의 내용이 가득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150년 전의 소로가 2014년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가 왜 이토록 심금을 울리는 것일까. 다가오는 9월. 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2.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버리는 건 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나는 사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곰팡이 피고 썩어 없어질 때까지 보관하다가 나중에 후회하곤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졌나보다. 목 늘어난 양말 하나 버리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뭐라도 버리기로 결심한 적이 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버릴 게 없다. 이건 버리기에 너무 멀쩡하고 그건 당장 안 써도 언젠가 필요할 것 같고, 저건 추억이 서려 있다. 그래도 이대로는 안 된다! 

그녀는 날마다 하나씩 버리는 1일日1폐廢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대신 그동안 간직하던 물건들에 대한 미련까지 버리기 위해 ‘그림과 글로 남기고 나서 버린다’는 자신만의 이별 의식을 치른다. 이 책은 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의 365일 1일1폐 프로젝트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는 그 일 년간의 기록이다. 나는 남자지만 버릴건 무척많다.

책을 읽으며 버릴 것을 찾아 집을 좀 더 가볍게 하고싶다.




3. 오늘도 집에서 즐거운 하루

사람들은 집에서만큼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없을 것이라 여긴다. 어디 좋은 호텔이나 레스토랑, 유명 관광지 따위에 가서야 제대로 힐링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애써 옮겨가며 셀카를 찍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업로드 한 다음 지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아마도 집에서는 매일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생활이 있는 탓에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이 책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더 행복해질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약간의 노력을 더한다면 지극히 평범한 매일을 보다 풍성하게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집에서도 충분히 즐거운 하루하루를 즐길 수 있지 않은가?



4. 하버드 불량일기

'고군분투 사고 치며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에서 살아남기'라는 부제목은 나를 끌어당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는 꼴통, 또라이를 좋아한다. 어딘가 독특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끌린다. 평범한 건 거부한다. 점심식사 메뉴에서 남들이 다 짜장면을 먹는다면 난 결코 짜장면을 먹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하버드의 '허당' 에릭 케스터의 에세이다. '하버드판 허당'이자 이 책의 주인공 에릭 케스터는  하버드 대학 입학식 날, 그는 팬티만 입고 하버드 광장 한복판을 걸어가기도 하고, 다른 학생들이 과제와 시험공부에 목멜 때, 그는 [아메리칸 아이돌]을 시청하며 여유를 부리기도한다. 친구가 중간고사에서 91점을 받고 괴로워할 때, 38점을 받은 그는 기말고사를 위한 컨닝 계획을 세운다.  피자 파티를 열었다가 쫄딱 망해 망신을 당하고, 기숙사에 무단으로 침입한 노숙자로 오해받아 체포당하고, 짝사랑에 빠졌다가 보기 좋게 차이고…. 정말이지 하버드에는 어울리지 않는 불량스러운 청년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에서 고군분투한 1년 동안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상당히 유머러스하게 자신의 일상을 풀어놓은 책이라 관심이 많이가는 책이다.



5. 읽고싶은 이어령

설명이 필요없는 작가 이어령. 한국 문학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생소한 이름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어령의 책은 누구나 한 번 쯤 꼭 읽어보면 좋을법한 그런 작품이다. 이어령이 생소한 사람에게, 그리고 나에게 <읽고 싶은 이어령>처럼 이어령이란 인물을 한 번에 살펴볼 좋은 기회다.

이어령의 주옥같은 문체와 함께 9월을 보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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