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이기는 대화법 38 - 입만 열면 손해보는 사람을 위한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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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라고 하는 것은 직장의 회의실에서도, 가정에서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연인과의 데이트 중에서도 흔하게 일어나는 소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말이라는건 주워담을 수 없다는 격언처럼 유교문화권에서는 되도록이면 말을 하지 않고 묵묵하게 지내는걸 지향하는 분위기가 있다. 말을 많이하면 많이할수록 그만큼 말 실수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말을 하느니 아예 말을 하지 않는게 경우에 따라서는 전략적일 수도 있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개인의 표현이 소중하고 그 어느때보다도 소통이 중요한 시점에서 말이라고 하는건 이제 무조건 하지 않는게 정답은 아니다. 이왕이면 잘해야하겠지만 모든 사람이 말을 잘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누군가로부터 말싸움에 밀려 손해를 보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감정이 상한다. 사소한 말싸움때문에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는 일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업무상으로도 말로 하는 파워게임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이기는 사람은 항상 이기는데 지는 사람은 항상 지는 경우도 있다.


상황에 따라 항상 말싸움을 이겨야하는 것은 아닐터다. 때로는 말싸움을 한 발 양보하면서도 원하는걸 얻을 수도 있다. 예를들어 사랑하는 연인과 지리멸렬한 말싸움을 지속해봤자 서로의 사랑에 도움이 될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업무상이나 감정적으로 반드시 이겨야만하는 말싸움도 있는 법이다. 실제로 말로 하는 전쟁은 서로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말싸움을 '토론'이라거나 '소통'이라는 유연한 단어로 포장해둔 채 "자!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토론해봅시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직장에서 상사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란다고 진짜 그랬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아무리 합리적으로 논리적인 근거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토론에서 매번 이기는건 아니다. 사람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휘둘리는 까닭에 제대로 맞붙으면 목소리가 커지고 알고있던 지식도 까먹기 일쑤다.


이번 책 <쇼펜하우어 이기는 대화법 38>은 토론에서 이기기 위한 직접적인 기술 38개를 나열한 도서다. 교과서적인 스피치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착하고 평범한 전략이 아니라 사람의 본성을 꿰뚫고 때로는 명확하지 않은 방법까지 동원하여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라고 이야기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아쉽게도 전자책 e-book은 출시되지 않았다. 전체 분량이 150페이지 정도로 얇은 편이며 책 내용도 38가지의 기술을 리스트화하여 간략하게 소개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어보기에 좋다. 실제로 책 무게도 가벼워서 지하철이나 출퇴근 시간에 읽기에도 부담없는 사이즈다. 책 후미에 쇼펜하우어 연보도 잘 정리돼 있다.


심술쟁이 독설가인 쇼펜하우어의 책 답게 38가지 전략 모두 매우 악의적으로 느껴진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곤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38가지 법칙들 중에서 소수는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대다수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가령, 유식하게 들리는 허튼 소리를 쏟아내라던지, 질문을 퍼부어 양보를 얻어내라는둥, 증명되지 않은 전제를 이용하거나 상대가 억지를 쓴다고 외치라, 억지 결론을 이끌어내고 인신공격도 불사하라는 조언은 아마도 쇼펜하우어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쇼펜하우어는 논쟁적 토론도 공격하고, 방어하고, 승리하는 기술만 필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기기 위한 기술은 진리를 향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은 말싸움에서조차 이기고 싶어한다. 이 것은 본능이다. 어느때가 되면 토론은 진실은 둘째치고 승자와 패자만이 남는 게임이 된다. 이겨야될 게임에서는 어떻게해서든 이겨야만한다.


내 말이 분명히 맞는데도 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그리고 나중에 내 말이 맞다는게 밝혀졌을 때의 허망함, 뒤늦게 할 말이 생각나서 억울할 때, 권위에 눌려 하고싶은 말을 못했거나 손해를 볼 때, 퍼붓는 질문에 당황하고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들켰을 때, 사람들 틈에서 바보가 된 느낌이 들 때, 입만 열면 손해를 본다고 느끼거나 진실은 통한다는 것이 실제로는 안통할 때 등 여러가지 상황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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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주세요!

결국 마무리하게 되었다. 언제 시작했더라.... 3월에 발표나서 4월부터 시작했다. 아직 쌀쌀한 겨울 기운이 남아있던 이른 봄에 신청해서 뜨거운 여름을 거쳐 다시 쌀쌀한 겨울 기운이 다가올때 끝난다. 근 1년간을 함께했던 알라딘 신간평가단.



과거 알라딘 신간평가단 9기와 10기로 활동했었다. 당시엔 자기계발분야로 활동했었는데 지금은 자기계발분야와 경제/경영 부문이 통합되었다. 이번엔 14기였는데 14기 활동에선 에세이 분야로 지원했고, 에세이 분야에서 활동하게되었다. 월 2권씩 꼬박꼬박 택배로 배송된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은 흥미롭고 즐거웠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전문 북칼럼니스트나 서평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아니다보니 노하우도 없고 요령도 없어서 그저 묵묵하게, 재미가 있든없든 끝까지 읽고 그 느낌이 채 사라지기전에 빠르게 글을 써야했다. 반강제로 읽는 책과 쓰는 글은 자신을 채찍질하기에 좋았고, 첫 에세이분야의 활동으로 만난 많은 에세이책들은 참으로 감성적이었기에 나 역시 감성적인 인간으로 바뀌어버렸다.


과거보다 신간평가단의 활동내역도 꽤 축소된 듯하다. 예전에는 블로그 엠블럼도 주고 그랬는데 이젠 그런것도 없다. 그래서 그냥 기념이라 할까싶어 되도않는 포토샵 같은걸로 대충 만들어서 블로그에 붙여놨다.


이 번 활동으로 받은 책들 중 상당수가 여행 에세이였다. 개인적으로 여행에세이를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그 이유 중 한가지는 해당 여행지를 직접 체험해보지않고 간접체험하면서 느껴질 다소 이질적인 기분과 이해불가능한 문화가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들어 하와이를 단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나는 하와이와 관련된 여행에세이를 읽으면서 아무런 공감을 느끼지못했다. 그럼에도 요즘 여행에세이는 가장 뜨거운 분야이자 인기 카테고리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책 경향이 있는 까닭에 경우에 따라서는 '나는 가보지 못한 곳'을 간접체험하는 것은 좋은 방법 중 한가지라 생각한다.


14기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14기 활동 중 에세이분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상당히 인상깊게 본 나는 줄리언 반스의 팬인데 신간평가단 활동으로 이 책을 받지 않았다면 영원히 책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내용 자체는 단순하고 다소 변형적인 편집법을 쓰면서 열기구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결국엔 사별한 에세이로 전환하는 이 책은 비교적 짧은 책임에도 묵직했다. 이 책이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유는 줄리언 반스의 명 문장들 때문이다. 내용은 둘째치고 작가의 수려한 단어혼합과 스토리텔링 때문에, 올 여름에 만났던 책들 중에 가장 괜찮은 에세이 책으로 등극했다.


14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을 제외하고 5권을 꼽아본다. 총 12권인데, 1권을 제외하고 11권 중에 5권을 꼽아야하기 때문에 거의 50% 확률이 되겠다.

  1.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2.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3. 헤세의 여행
  4. 장서의 괴로움
  5.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

모두 좋은 책들이다. 내 맘대로 좋은 책이니까.


아무튼 이제 끝났다. 그동안 여행다닌다고 바쁘게 살다보니 책을 많이 읽지못했다. 못해도 올해 100권 정도는 읽으리라 추측만 했었는데 100권은 커녕 100권 근처에도 못간듯하다. 이제 천고마비의 계절인데다 밖은 추우니 어딘가에 틀어박혀서 책이나 미친듯이 읽는 세월을 보내야겠다. 그래서 얼마전 알라딘에서 그동안 장바구니와 보관함에 모아두었던 책을 잔뜩 질러버렸다. 어휴... 언제 다 읽지. 다 읽지도 않고 자꾸 사는 버릇을 고쳐야하는데. 뭐, 일단 사놓으면 언젠간 읽겠지 싶어 계속 사다보니 '언젠간 읽을'책의 숫자가 감당이 안되는 수준까지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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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4-10-28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엠블럼을 기억하시고 좋아하시는 분도 계셨군요 ㅠㅠ 그런 줄도 모르고 제가 멋대로 폐지를. 흑흑. ㅠㅠ
좋은 활동 보여주셔서 감사드려요!! ^^ 아무래도 에세이는 여행 도서 추천이 많을 수 밖에 없긴 하더라고요. 말씀처럼 요즘 유행이기도 하고요. 저도 더욱 분야 안배에 신경쓰겠습니다. 감사드려요. 꾸벅!!
 
[꿈꾸는 하와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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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하와이라고하면, 누구나 꿈꾸지만 전문여행객이나 신혼여행에서나 갈법한 미지의 세계라는 개념이 잡혀있다. 하와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하와이를 가본 사람도 쉽게 찾기가 어렵다. 특히 자유여행이나 배낭여행으로는. 하와이는 말하자면 여행객이 찾기에 쉬운, 그러니까 해외여행 접근성이 좋지만은 않은 곳으로 여겨진다.


나는 얼마전 홀로 다녀온 마카오 2박 4일 여행을 통해 상당한 자신감을 얻었다. 여행에 대한 자신감, 나 자신에 대한 강력한 믿음 등. 그전까지만해도 나는 평생토록 해외여행 한 번 못가보고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여있었다. 신혼여행이나 패키지, 그것도 아니라면 직장에서 보내주는 짧은 출장, 슬쩍 가서 대충 사진이나 찍고 인증샷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올려대는 도무지 자유나 여행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도전정신을 갖고 훌쩍 떠났던 마카오를 생각하며 나는 하와이 역시 나중에 꼭 한 번 가보리라 다짐하고있다. 그래서 내게 하와이는 애증의 존재다.


TV나 영상콘텐츠에는 하와이와 관련된 엄청난 자료들이 있다. 아름다운 해변, 부서지는 파도, 놀기에 딱 좋은 날씨, 수평선, 내리쬐는 태양, 벤치, 나무그늘, 맛있는 로컬푸드 등. 직접 가보질 않아서, 그것이 진짜인진 모르겠지만 계속 책으로만 하와이를 만나고있는 실정이다.


책 소개 글에는 '삶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와이 여행기'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사실은 여행기라기보다 추억담에 가까운 내용들이다. 짤막한 에세이라서 가볍게 읽기에 좋고, 특히 요즘처럼 가을향기 물씬나는 계절에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읽기에 더할나위없다.


책 자체는 작가의 네임벨류 때문에 다소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데, 판단은 독자의 몫이리라. 작가가 훌라 춤을 출 때, 하와이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곳의 전통을 이해했을 때의 열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좀 더 깊고 정보성 짙은 하와이에 대한 내용을 생각했다면 오산. 단지 한 명의 하와이에 대한 스토리가 전부다.


<꿈꾸는 하와이>는 엄청 빨리 읽어버린 책이었다. 내용이 짧은 것도 한 몫했지만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속도감있게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짧은 해외여행기, 그것도 하와이를 꿈꾸는 내게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감성으로 써진 글은 비오는날 어느 오후에 읽었을 때 무척이나 감명적이었다. 포인트 나가버린 흐릿한 사진들은 창문에 들이박는 빗방울처럼 보였다.


가벼운 에세이를 찾는 독자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작가처럼 나는 오늘도 하와이를 꿈꾼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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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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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애독가, 그냥 책을 좋아하는 사람 등 책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으레 장서가를 상상해보기 마련이다. 책을 읽는 것과 책을 모아서 책장 가득히 쌓아가는 즐거움, 한 권 한 권 사모은 책들이 차곡차곡 늘어날때의 행복감은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느낌이다. 내 꿈은 나중에 나만의 서재를 갖는 것인데, 외국영화나 세기의 문호들의 흑백사진에서 보여지는 그런 풍이다. 넓다란 원목 책상위에는 만년필과 책 몇 권, 노트와 노트북 따위가 정갈하게 놓여있고, 책상 뒤엔 편안한 의자가 있는 모습. 의자 뒤엔 사람 키만한 높이의 원목 책장이 늘어서있고 그곳엔 빽빽하다싶을만큼 책들이 들어찬 장면. 이것이 내가 꿈꾸는 서재다.

도대체 몇 권의 책이 있어야 장서가로 불릴 수 있을까. 아니, 장서가에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책들이 있으며 그 책들 전부가 헌책방에서나 겨우 구할 수 있는 단행본이나 절판본이어야만할까. 장서가를 꿈꾸는 나와는 다르게 실제 장서가들은 장서의 괴로움을 느끼는 듯하다.

이번 책 <장서의 괴로움>은 장서가의 노고와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책이 너무 많아 2층집이 무너진 이야기, 엄청난 책을 정리해두었더니 지진이 나는 바람에 모조리 처분해야했던 이야기, 트럭 6대분량의 사과박스에 책을 가득담아 처분해야했던 일화 등. 고작 몇 백권 수준의 책장을 가진 나에겐 너무나도 방대한 스토리에 감탄과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장서 약 3만 권을 가진 오카자키 다케시가 장서의 괴로움에 지친 나머지 헌책방을 부르거나, 책을 위한 집을 다시 짓거나, 1인 헌책시장을 열어 책을 처분하는 등 '건전한 서재(책장)'를 위해 벌인 처절한 고군분투기라고 소개되어있다. 또 자신처럼 '책과의 싸움'을 치른 일본 유명 작가들의 일화를 소개한다. 일본작가가 쓴 작품이기에, 전부 일본문화에 입각한 내용들이라 한국에선 다소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예를들면 건축방식이나 다다미 6개 크기의 방 같은)이 있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장서의 괴로움을 미리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장서가의 괴로움은 더 이상 살 책이 없는게 아니라 지금껏 모아온 책을 처분하는 일이다. 책이 발에 밟히고 기존에 있던 책을 도무지 찾지못해 다시 구매해야하는 상황. 이러한 장서가를 위한 열 네 개의 교훈이 차근차근 단계별로 펼쳐진다. 책과의 이별. 헌책방을 전전하며 추억이 담긴 책을 처분해야하는 방법에는 알게모르게 슬픔이 담겨있다.

전자책이나 종이책을 PDF화하여 소프트웨어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이 있지만 여전히 종이책의 아날로그 느낌은 고유하다. 그래서 종이책은 여전히 서점에 노출되고 나처럼 종이책을 선호하는 독서가도 항시 존재한다. 종이책은 오랜 세월을 머금은 문화유산처럼 독특한 매력이 있다.

하루에 한 권, 아니면 일주일에 한 권, 그것도 아니라면 한 달에 두세권씩 책을 읽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책을 빌려보는게 아니라 구매해서보는 타입이라면 집안에 책이 쌓일 수 밖에없다. 나 역시 뒷통수 방면에 책장이 가득 열려있고 그 책장을 바라보는 일은 아주 즐겁다. 반면 책은 그 어디에도 있다. 마우스 옆, 모니터 옆에서부터 책장, 방 한켠, 어디 박스 안에도 널부러져있다. 책은 곳곳에 흩어져있다. 참고를 목적으로 책을 책상위에 올려두었다가 그대로 모니터의 받침대가 된 적도 있고, 독서대의 높이 조절을 위해 바닥에 받칠 목적으로 책을 두세권 쌓았다가 독서대가 없어진 뒤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도하다.

예전에 책을 PDF화 시킬 목적으로 약 100권 가량을 처분한 적이있다. 마트에 있는 큰 라면박스를 꽉꽉채워 2박스가 나왔는데 엄청나게 무거웠다. 이사갈 때 가장 애증의 존재는 책이다. 부피에 비해 엄청 무겁고 처치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래서 필요할 것 같고, 저 책은 저래서 필요할 것 같다. 장서가의 괴로움은 책을 처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나와 동일한 괴로움을 갖고있다. 아니 누구나 책을 좋아한다면 괴로움을 갖고있으리라.

서평가나 작가, 북 칼럼니스트나 그외 기타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책이 엄청나게 불어나는걸 탐탁지않게 여길지도 모른다. 자료나 소비재로서의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단순 인테리어효과로의 책은 어느정도 분량을 넘어가면 감당하기 어렵다.

책을 읽으면서 수 만권을 가진 사람들을 마주하며 나는 많은 공감을 느꼈다. 나중에 서재를 갖고싶다는 단순한 열망을 미리 점쳐보기도했고, 장서가의 괴로움에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했다. 상당히 위트있는 문체로 내용이 표현되어있어서 읽는데 지루하진 않았다. 책을, 특히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을 책.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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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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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알라딘 신간평가단 에세이 분야에는 내가 추천했던 5권의 에세이 서적 중 1위와 2위 서적이 모두 선정되어 기쁜 마음으로 읽게되었다. 이 책 이후로 신간평가단 마지막 도서 2권을 읽고 리뷰하면 2014년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진행되어 온 신간평가단도 마무리된다. 마무리 직전의 책이 헤르만 헤세의 여행서적이라 기쁜 마음이다.

헤르만 헤세.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자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의 문학적 예술작품들을 쏟아낸 그그. 이번 책 <헤세의 여행>은 헤르만 헤세의 여행 에세이다. 24세부터 50세까지 헤세가 쓴 여행과 소풍에 대한 글이자 문학적으로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다. 이것은 유명인의 여행 에세이라기보다는 한 명의 원숙한 작가의 여행 일기에 가까워보인다. 여행과 글의 조화. 여행과 문학의 만남. 그 생각 자체만으로도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은 적당한 두께를 가지고 있지만 폰트가 작고 글의 배치가 촘촘하여 내용은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한다. 479페이지의 양장본인데 체감으로는 700페이지 정도되는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호흡이 길었고, 헤세가 여행했던 곳곳을 간접적으로 '함께'여행하며 떠났던 시간들은 과거로, 현재로, 미래로 나를 날려버렸다.

여행과 소풍에 대한 에세이 외에 1901년과 1911년, 1913년의 이탈리아 여행, 1904년의 보덴 호 산책, 1911년의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지의 아시아 여행, 1919년에서 1924년까지 테신 지역 소풍, 1920년 남쪽 지역으로의 방랑, 1927년의 뉘른베르크 등지의 낭송 여행에 대한 소회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각각의 여행기가 이어지는 형태가 아니므로 원하는 장소부터 읽어도 무방할거라 생각했지만 시간 순으로 이어지는 여행기이기 때문에 차례대로 읽을때 비로소 감정의 변화와 여행을 통한 자기발견, 그리고 작가로서의 발전과정을 보다 생생하게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 헤세는 상당히 까칠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근래엔 과거의 그 어떤때보다 여행이 유행이다. 인터넷, 책, 잡지, TV 등 접할 수 있는 매체란 매체에선 항시 여행을 이야기하고 여행 콘텐츠를 접목한다. 역사상 최고로 여행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비록 오래전에 쓰여진 책인 <헤세의 여행>은, 이 부분에 대해 여행의 진면목을 보지않고 단지 유행따라 하는 여행에 냉소적으로 응대한다.

현대인이 어떻게 여행해야 하느냐의 문제를 다룬 많은 책과 소책자가 있지만, 내가 알기로 좋은 책은 보지 못했다. 누군가가 유람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먼저 무엇을 할 것인지, 왜 그 여행을 하는지 아는 것이 좋다. 오늘날 도시에 사는 여행자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도시인이 여행하는 것은 여름에 도시가 너무 덥기 때문이다. 그가 여행하는 것은 공기를 바꾸고, 다른 환경과 사람들을 봄으로써 일에 지친 피로를 풀고 푹 쉴 수 있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그가 산으로 여행하는 것은 자연과 땅, 식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이해되지 않는 갈망으로 그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가 로마로 여행하는 것은 그것이 교양 여행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여행하는 주된 이유는 그의 모든 사촌과 이웃도 여행을 가는데다, 또 여행을 갔다 와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하는 것이 유행이고,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다시 무척 쾌적하고 안락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공감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과거와 현재 사람들의 사상과 삶이 다르지않다. 본디 여행이란 자기 자신을 찾는 것임에도 근래엔 '남들이 하니까', '내 친구도 다녀온 곳이니까', '그저 돈을 소비하기 위한'여행으로 전락했다. 헤세가 이야기하는 여행은, 체험이라는 가장 직접적인 경험치에 기반해야한다.

여행의 시학은 일상적인 단조로움, 일과 분노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는 데에 있다. 여행의 시학은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체험에, 다시 말해 더욱 풍요로워지는 데에, 새로 획득한 것의 유기적인 편입에, 다양성 속의 통일성과 지구와 인류라는 큰 조직에 대한 우리의 이해 증진에, 옛 진리와 법칙을 전적으로 새로운 상황에서 재발견하는 데에 있다.

이 책은 여행 자체를 바라보는 헤세의 시각을 다루고있다. 그리고 헤세가 여행하며 만났던 수 많은 사람들과 물품, 각 나라의 전통과 문화, 시스템을 보며 느꼈던 생각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는 여행에서 이런걸 느끼지 않는다. 진정한 여행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헤세는 국경과 경계를 바라보며 전쟁과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만큼 넓은 세계관을 갖고 있다. 이 것들이 결국엔 많은 여행을 통해 얻어진 결과이리라.

나처럼 국경을 무시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면 더 이상 전쟁도 봉쇄도 없을 텐데. 경계만큼 보기 싫고 어리석은 것도 없다. 경계는 대포나 장군과 같다. 이성, 인간성과 평화가 지배하는 한 경계에 대해 아무것도 못 느끼고 그것에 대해 비웃는다.

번역의 말투가 살짝 거슬리는 편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읽기에 부담없는 문체였다. 헤세의 문학적 문장들과 자연을 표현하는 솜씨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닐만큼 아름다웠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작가인 헤세가 왜 여행했는가에 대한 답변이 처음부터 설명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방랑벽이 있다며 이야기하는 그는 도대체 왜 세계각국을 돌며 여행하는가?


“나는 7월의 따뜻한 어느 날 저녁 시간에 태어났다. 나는 그 시간의 온도를 알게 모르게 평생 좋아하며 찾아다녔다. 그 온도가 아니면 나는 고통스런 마음으로 아쉬워했다.” - 헤세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심적 고향을 찾아 떠난 여행. 계속 남쪽으로, 또 남쪽으로 향하는 그 여행이 헤세를 만들었고, 위대한 작가로 발돋움하게 한 계기가 되었으리라. 여행의 끝에서 작가는 높고 낮은 것, 귀하고 천한 것의 경계가 무너지고, 만물이 평등해지며, 경계와 대립이 완전히 소멸되는 곳에 열반과 해탈이 있는 것을 깨닫게된다. 그래서 헤세의 작품들 대부분은 자연친화적이면서 차분하고, 사람들의 심리적 싸움과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현되어있다.

“여행을 떠나고 이틀만 지나면 사람, 특히 삶에 아직 굳건히 뿌리박지 않은 젊은이는 자신의 의무, 이해관계, 걱정 및 전망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 즉 일상생활로부터 아련히 멀어지게 된다.” -토마스 만

많은 사람들이 작가나 소설가라고 하면 엉덩이가 엄청 무거운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위대한 작품을 썼던 문인들과 현재 위대한 글을 쓰고있을 많은 작가들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여행을 다닌다.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여행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을 찾는, 일종의 수행같은 여행을 말이다. 나름 작가라는 타이틀을 어깨에 메고 살아가는 나도 이 부분을 뒤늦게 이해했다. 간접적 체험을 전달하는 글이란 결국 직접적인 체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방구석에 가만히 앉아서 쓰는 글은 그 누구도 감동시킬 수 없을만큼 진부해진다. 허구인 소설조차 리얼리티에 기반하고있다. 그래서 소설은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인 면모를 가진다. 이 세상의 작가들이야말로 가장 뛰어난 여행전문가이자 여행중독자들이다. 그들은 글을 쓰기 위해 떠난다. 자신을 이해하고 보다 많은 문화적 체험을 하기 위해 떠난다.

이 책을 읽은 후, 가장 크게 느낀점은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음이다. 나는 지금껏 나름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여행은 단 한번도 하지못했다. 나는 어른이었고 성인이었다. 성인스럽게 여행했다.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에 찬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그것을 카메라가 아닌 온 시신경에 때려넣는 그런 여행을 하지못했다. 여기저기 쏘다니며 마치 내일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 사람처럼 정열적으로 여행하지 않았고, 피곤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하지 않으리. 나는 이제 헤세처럼 여행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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