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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줄리언 반스의 새로운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줄리언 반스의 스테디 셀러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작가의 신작 소식이 더더욱 반가웠다. 하지만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었던 것이, 이번 에세이는 작가가 자신의 반쪽을 잃고 나서 쓴 최초의 자전적 에세이라는 점이었다.

사실, 1장과 2장을 읽을 때만해도 별다른 느낌을 받지 않았다. 1장은 열기구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누가 만든 열기구가 어디까지 횡단했는지, 왜 그렇게 횡단했는지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고, 2장은 여배우와 열기구 조종사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1장은 보고서 혹은 설명서 같은 느낌을 받았고 2장은 조금은 매트한 소설 같았다. 그래서 난 1장은 꽤 호기심에 가득차서 읽었고, 2장은 예의 사랑 이야기를 읽을 때처럼의 감정으로 읽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3장. "깊이의 상실"을 읽으면서 아, 이게 홍보가 됐었던 부분이구나를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모든 장의 첫 시작은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로 시작한다. 1장은 그래서 변하는 것이 있는지 물었고, 2장은 합쳐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고 이야기했고, 3장은 하나로 합쳐진 두 개 중에서 하나가 사라지고 난 후 남은 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사람이 사람을 잃는다는 것. 그것은 누가 겪어도 똑같이 아프다. 아픔의 단계를 나눌 수 없으니 표현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표현을 해 보자면,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ㅡ그것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ㅡ아픔의 가장 최상위 단계이지 않을까 싶다. 아픔의 최고단계. 너무 지쳐서 눈물도 나오지 않는 그런 시기에 접어들어도 여전히 아프고, 언제까지 아파야 할지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을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그런 단계. 무언가를 꾸준히 해 나가면 얻을 수 있는 익숙함조차 이 아픔에는 통용되지 않는.

이런 아픔 속에서 작가는 에세이를 집필했다. 자신의 반쪽에게 보내는 편지. 하지만 글 속에서 절절함과 슬픔은 찾아볼 수 없고, 온통 담담함만이 자리를 잡고 있다. 책을 읽으면 고요하다. 어쩌면 이리도 고요할 수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그랬다. 적어도 자신이 쓰고 있는 글 안에서는 자신의 부인에게 잔잔히 이야기를 건넸다. 하지만 그 고요함이 아픔을 꾹꾹 눌러담고 있음을 짐작케 해서 읽는 내내 짠했다.

 

사별이라는 것을 겪어볼 수 없는 나이인 내가, 작가의 모든 마음을 이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늘 함께 있던 이가 그리워 이제는 가고 없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고, 꿈에서 만나는 작가를 내가 어디가지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가 가진 아픔의 크기가 어느정도일지 상상할 수 없지만 그저, 그가 아프다는 것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드라마에서 이야기하는, 혹은 책에서, 지인에게서 전해듣는 사랑이라는 것은 결코 끝은 없다고 느껴진다. 나 자신이 그 끝을 선언하기 전까지 말이다.

 

과거형으로 이야기 되지 않는 사람. 아마도 그녀는 꽤 행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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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지 2014-07-27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상실의 고통 속에 잠겨 있었을 작가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뜻밖의 글에서 곁에 있는 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대하며 살아야할 지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도토리냥 2014-07-29 18:28   좋아요 0 | URL
곁에 있을 때 많이 사랑해준다 한들, 떠난 후에 후회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곁에 있을 때부터 더 많이 표현하고 사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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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책의 말투와는 상관없이 난 이 책을 다 읽고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

 

사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느 광고 카피였던가, 아니면 어느 기업의 캐치 프레이즈였던가. 굉장히 낯익은 문장이면서도 이 책과 잘 어울리는 문장인 것 같아서 적어봤다. (적고 나니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라디오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면 무릇 나와야 하는 몇 가지가 있다. 라디오국에서 생활하면서 겪었던 일, 혹은 라디오에 출연했던 사람들과 관련된 일, 라디오 대본에 적었던 사연에 관한 일 등. 살면서 읽어봤던 라디오 관련 서적들은 늘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었고, 이번에도 별다른 생각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는 또 비슷한 내용인 줄 알았거든. 하지만 내 예상은 프롤로그를 읽어가면서 산산히 부서졌다.

 

프롤로그부터 읽기 힘든 책은 너가 처음이야!라고 정색하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한 도입이었다. <마술 라디오> 이 책은 뭐랄까. 글자 크기가 깨알같아서 책장이 안 넘어가는 것도 아니고, 내용이 어려워서 안 넘어가는 것도 아닌데 책장이 도통 넘어가지 않는 그런 것. 도대체 프롤로그에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걸까 알수 없는 그런 것. 느껴본 적 있는가? 프롤로그가 길기만 해서 읽기 어렵다고 하는 건 아니다. 프롤로그에 펼쳐져 있는 대단히 정신없는 이야기들이 읽는 이를 미궁 속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도 포기도 생각했었다. 아무래도 이 책은 끝까지는 못 읽겠다ㅡ물론 신간평가단이라는 중책 때문에 읽기 싫었다 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다 읽었어야 했겠지만 그래도 힘들어!ㅡ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프롤로그 읽기를 포기하고 중간 어느지점쯤을 펼쳐서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 걸. 프롤로그와는 비슷한 분위기이지만 훨씬 읽기가 편했다. 중간중간 작가의 무궁무진한 독서지식도 보였고, 유려한 흐름으로 여기저기 생각의 장소에 들렀다가 나오는 솜씨가 보통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프롤로그는 이렇게 쓴 걸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내가 작가가 아니므로 작가의 의중까지는 알 수 없으니 패스. 나는 중간의 그 글을 잠깐 보고는 프롤로그는 가볍게 점프한 채 첫번째 이야기인 '어부와 사랑'부터 다시 돌아와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서평은 힘들었던 프롤로그는 차치하고 본문들의 쌈박한 이야기들로 넘어간다.

 

 

 

 

<마술 라디오>는 제목이 무색하게 우리 삶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란색 표지에서 보이는 발랄함과는 다르게 무거운 이야기도 들어있고, 되게 별 거 아닌 것 같은 소소한 이야기도ㅡ소소함이라는 것은 등장인물이 이야기 하는 삶이 아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에 관한 소소함이다ㅡ들어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은 라디오 PD가 만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 책엔 사람냄새가 난다. 내가 좋았던 게 이 부분이었다. 사람냄새가 난다는 점. 요즘같이 모든 것들이 빨라지고 바빠지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시대, 누군가를 만나서ㅡ물론 일 때문이었다 할지라도ㅡ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속이 깊던 아니면 농담 따먹기던 어떤 이야기든 같이 하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좋아보였다. 작가의 질문은 때로는 현재 인터뷰이가 말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이들은 그런 질문에도 잘 응답해주었고, 오히려 그런 질문들이 기폭제가 되어 더 좋은 이야기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작가는 자신을 '공상을 좋아한다'고 책 속에서 자주 이야기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인터뷰이와 인터뷰할 때도 그들이 이야기하는 내용들 속에서 공상을 하다가 엉뚱한 질문을 내놓곤 하는 것 같았다. 꽤 자유로운 상상력, 그리고 그것을 상대방의 기분이 나쁘지 않게 전달하는 능력.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부러웠던 것은 작가의 이런 능력이었다.

 

 

아무래도 요즘 원전에 관한 관심이 높다보니 사람들은 '주먹맨' 에피소드를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듯 하다. 물론 나도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들 중 하나였지만,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련된 에피소드 '제일 부러운 사람'편이다.

슬픈데도 행복하니까 강한 인간이다.

굉장히 역설적인 말을 내뱉으면서도 웃는 할머니들. 사실 제일 부러운 사람과는 상관없는 초반에 나오는 시장 노점상 할머니들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풀어놓은 밑밥정도의 이야기였을테다. 하지만 버섯아저씨나 노점상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와 닿았던 건 현실의 팍팍함을 이겨내는 굳건한 사람들이 바로 내 주위에도 걸어다니다가도 볼 수 있어서였다. 참 별거 아닌 이야기가 맞다. 그저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나 작가는 그런 사소함을 지나치지 않고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인터뷰어가 가져야 할 좋은 점을 작가는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책의 뒷쪽에는 만화가 윤태호의 추천사가 있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 그녀가 앞에 있으면 좋다. 그녀는 나를 이해하려 굳이 애쓰지 않고 지레 공부하지 않고 미리 짐작하지 않는다. 선량하고 호기심 어린 눈빛만 준비해 온다."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 문장들이 작가의 느낌을 대신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에필로그 또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이 책 <마술 라디오>는 내게 굉장히 신선한 경험을 하게 만들었지만, 중간의 14가지 사람냄새를 맡을 땐 따뜻한 느낌이 절로 들었다. 프롤로그만 보고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프롤로그를 건너 뛰고 읽기 시작하면 분명, 이 책을 다 읽을 때 쯤에는 좋은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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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더 느리게 2 - 베이징대 인생철학 명강의 느리게 더 느리게 시리즈 2
츠샤오촨 지음, 정세경 옮김 / 다연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철학이라는 단어는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도 같아서 요즘에는 '철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들에 눈이 많이 간다. 그래서 선택한 책 <느리게 더 느리게2>. '베이징대 인생철학 명강의'라고 표지에 적혀 있었고, 출판사 서평을 읽었을 때의 느낌도 괜찮았기에 선택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아주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좋은 책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인생철학은 행복이라는 것. 그리고 그 행복이라는 것은 포기하고, 내려놓고, 주고, 베풀면서 얻게 되는 것이라는 것.


살아가면서 인생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흔들려야 청춘이라는 말이 있듯이 요즘 청춘들은 더더욱 미래에 대해 앞길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하는 시기다.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것을 쫓아가기까지도 너무 버거운 단계를 거치고 있다는 얘기다. 앞에 놓인 한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는지 과연 어른들은 알까. 흔들릴 때 혼자서 답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여기저기서 답을 구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럴때 인생을 많이 살아온 누군가에게 조언을 얻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인데,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눈길이 갔다. 


책의 내용은 일련의 자기계발서들이 그러하듯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베이징 대학교 출신의 학자 혹은 선현들의 말을 제목 아래에 적어놓고, 그에 관련한 이야기를 두 가지 정도 보태어 설명하는 식의 내용이다. 사실 이미 내 글을 보고 예상했을 지 모르지만 색다를 것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 같은 틀 속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나를 반긴다. 확실히 동양의 이야기라 그런지 조금 더 와 닿는 듯도 느껴지고, 너무 뜬구름을 잡는 이야기들이 아니어서 가깝게도 느껴진다. 가끔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들에 '이게 뭐라고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는거야'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여전히 학자들의 이야기는 돌직구이고 마음에 쿡쿡 와 닿는다.


가끔 커피에 설탕을 넣고도 제대로 젓지 않아 쓴맛에 진저리칠 때가 있다. 이럴 경우,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마셔야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인생도 이와 같아서 지금은 쓴맛밖에 느끼지 못해도 마지막에는 단맛을 느끼게 된다. ㅡ 쉬즈모   86쪽.


바깥의 적보다 두려운 것은 내부의 적, 즉 자기 자신이야말로 실패의 허다한 원인이다. ㅡ 루쉰   193쪽.


사실, 선현들이나 교수들의 이야기는 위처럼 좋은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제목으로 달린 것들이 꽤나 격해서, 언뜻보면 제목이 그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루쉰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 "바깥의 적보다 두려운 것은 내부의 적, 즉 자기 자신이야말로 실패의 허다한 원인이다"라고 적은 위에 "자기 자랑이 지나치면 사방이 적이 된다"라는 제목이 있다. 훨씬 격한 제목에 시속 300km 돌직구... 제목이 모든 글을 함축하고 있어서 글을 이해해 나가는 데 어려움은 없지만, 제목만 읽어나가면 무서울 정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긴 했지만 행복이란 단어만큼 뜬구름 잡는 말도 없는 것 같다는 게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추상적인 단어들이 갖는 애매모호함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고, 그 기준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추상적임이 구체적으로 바뀔 수도 있고 더 추상적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눈에 보이는 것들로 기준을 정해놓는다고 해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고, 정신적으로라도 행복하다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찢어지게 가난해도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정할 수 없는 것들이 가진 중의적인 것들이 싫어서 난 추상적인 단어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단어 또한 내가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읽어봄직한 책이라 생각한다. 꽤나 재미있는 일화들이 가득하니까. 거기다가 글쓴이는 동양 뿐 아니라 서양의 소설이나 시인들의 시도 인용하며 고금을 막론하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배꼽 빠지게 재미있는 자기 계발서는 아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라 읽기 시작하면 곧 빠져들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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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원하는 것이란
데이브 배리 지음, 정유미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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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표지가 굉장히 눈에 띄는 책이다. 샛노랑과 새빨강의 사이에 핑크색 헤어와 핑크립, 블루 썬글라스를 낀 꽤 눈에 확 띄는 독특한 비쥬얼의 여성이 보인다. 책방이나 서점에서 책들을 주욱 둘러 볼 때 단번에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비쥬얼. 이런 비쥬얼을 가진 책은 무슨 내용일까 마음이 동했던 게 사실이다. 데이브 배리라는 이 낯선 이름이 '스티븐 킹'이라는 굉장한 네임벨류의 사람이 재미있다고 칭찬할 정도의 글이라니. 표지에 적힌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만으로 급 신뢰감 상승. 미국에서 가장 웃기는 사나이라고 지칭하던데, 안 웃기면 고소할거야...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근데 이 아저씨, 꽤나 웃기다. 책을 읽으면서 피식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이 그걸 증명한다. 사람을 웃기기 위한 DNA라도 몸 속에 존재하는 건지, 서문부터 데이브 배리는 소소하게 웃음을 유발했다. 미국에서 가장 웃기는...까지는 모르겠고 글로써 여러사람 웃기는 사람인 건 확실했다. 예상 가능하지만 또 어김없이 터지는 포인트들이 산재해 있는 책 속에서 웃지 않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일단 글이 재미있으니 급작스레 재미를 느끼게 되고, 그래서 더더욱 몰입하게 됐고, 글쓴이 아저씨에게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글 속에 드러나는 화자는 글쓴이 본인이다. 이 화자는 굉장히 오락가락 하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도 하면서 뒤돌아서서 마음을 바로 바꿔 먹기도 한다. 혼자서 웅얼거리는 버릇도 있고, 굉장히 강조할때는 반어법을 즐겨쓴다. 이해심 많은 아빠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전전긍긍하는 딸바보의 전형성을 드러내면서 어떤 면은 좀 시니컬 하기도 하다. 사실 목차를 볼 때 '칼럼이랬는데 왜 이렇게 목차가 단출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긴 분량의 내용들이 잘 이어지면서 글이 지루하지 않았다. 확실히 재미 하나는 보장되어 있는 책이다. 단 조건이 붙는다. 그 재미는 아주 소소하다. 기본적으로 나는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데이브 배리의 아저씨에게 호감을 가진 채로 글을 읽어도 극복되지 않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다. 아저씨의 유머가 대한민국의 정서와는 그리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학개그 비슷하게 하면서 허세도 좀 들어가 있고, 뭐라고 해야하지. 피식 웃을 수는 있으나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것..? 유머의 시작과 전개, 끝이 비슷하니까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글의 흐름도 비슷해지고, 그래서 지루해지는 감도 없지 않았다. 데이브 배리의 유머코드가 나와 맞지 않았다는게 정답일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순 다섯이라는 나이를 듣고 글을 다시 읽으면, 이 아저씨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대에 뒤쳐지지 않은 마인드를 갖고 있으면서 절대로 강압적인 아빠나 어른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가 무색하게 어린아이 같을 때가 종종 등장한다. 그 귀여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자라면 비단 가져야 할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위해, '남자다움'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 뒤의 꿍얼거림은 피식거림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데이브 배리는 자신만의 유머능력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통할만한 이야기를 끌어낼 줄 아는 사람이니까.

책의 제목은 그저 수록되어 있는 글들의 제목 중 하나일 뿐이라 제목에서 의의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책을 내려놓기를 바란다. 이 책엔 그런 거 없어-
자신의 생에서 사소한 글감들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고, 읽으면 즐거우면서, 잠깐동안 근심을 덜어낼 수 있는 책. 생각할거리가 많지 않아서 머리가 복잡할 때 술술 읽어내려가는 것도 꽤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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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이전 세 번의 추천 목록을 만드는 것보다 힘든 6월이다. 유독 읽고 싶은 책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기 때문이다. 추리고 추리고 추리고. 읽고 싶은 책을 추리는 데 애를 먹은건 13, 14기 통틀어 이번이 처음인 듯..!! 이렇게 행복한 고민 오랜만이다. 이번달에도 아마 주목 신간에서 탈락한 책들은 어김없이 내가 구매할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장바구니에 한가득 쌓아만 놓은 걸 안타까워 하면서 이번달 주목신간 목록을 적는다.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

정여울 지음 / 홍익출판사 / 2014년 6월

 

 

<내가 사랑한 유럽>에 이은 두 번째 유럽 시리즈다. 정여울이라는 작가의 네임벨류와 더불어서 예쁜 사진들과 글들이 많은 사람들의 눈을 사로 잡았던 책의 후속. <내가 사랑한 유럽>보다 <나만 알고 싶은 유럽>은 선택과 집중이 존재한다고 하니 궁금해진다. 물론 전편도 좋았지만 왜인지 내 취향은 이쪽일 듯한 느낌. 이 책은 신간평가단에 속하지 않아도 읽어볼 책이다. 일단 전편을 읽어봤으니 후편 또한 읽어보는 게 인지상정 같거든.

 

 

 

 

 

 

 

 

 

당신을 기억하는 슬픈 버릇이 있다
이용임 지음 / 서랍의날씨 / 2014년 6월

 

 

감상적인 제목이라 궁금해서 클릭해 봤다. 표지의 글씨체 또한 내가 좋아하는 글씨체여서 눈길이 가기도 했었고. 이제 20대 후반이라서 그런가. 자꾸 삼십대라는 단어에 눈길이 간다. 이 책의 부제가 '시인 이용임의 서른 건너기'니까 한 번 더 눈길이 갔는지도. 근데 찬찬히 글 내용을 읽어보니까 읽어보고 싶더라. 특히 이부분.

 

생은 아마도 길고 지루할 것이다.
그때 손을 내밀면 맞잡을 손이 있어 다행이다.
당신의 하늘과 나의 하늘이 몸을 섞어 같은 색인 것이 다행이다.

 

이런 글들이 가득한 책이라면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짧게 책에 대해 남기는 100자평도 책을 선택하기 전에 참고하는 편인데 여기엔 애정가득한 독자의 100자평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그 100자평도 퍽 마음에 들어 주목신간 목록에 추가.

 

 

 

 

 

 

 

너의 세계를 스칠 때

정바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인디음악을 모르는 사람들은 잘 모를 이름일지 모르는 정바비라는 이름. 하지만 인디음악을 아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정바비라는 이름은 절대로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그의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말이다. 화제를 바꿔보자. 가을방학의 '가끔 미치게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라는 가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많이 유명한 이 가사 또한 정바비의 작품이다. 이런 가사를 쓰는 사람의 에세이.. 기대된다. 기대된다고!!! 오렌지색의 강렬한 표지 색깔은 개인적으로 정바비가 좋아하는 색이라고 하던데. 가을방학 음악만 즐겨 듣는 나에게 정바비라는 사람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은 책이다.

 

 

 

 

 

 

 

 

토요일은 회색 말

온다 리쿠 지음, 박재현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4년 6월

 

 

온다리쿠라는 소설가의 이름은 왜인지 많이 익숙하다. 그가 1년에 200여편의 영화와 책을 섭렵한다니 조금 의외이기도 하고 어쩌면 당연한 것인것 같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책과 영화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한다. 어머 이건 사야해!! 서평을 쓰면서 누누히 이야기 해 왔지만 나의 책 취향은 일관적으로 편향되어 있어서 누군가의 서가를 들여다 보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다. <빨간책방> 팟캐스트를 듣는 이유 또한 그런 것일지도. 이동진이라는 영화평론가이자 책과 마이구미 덕후인 그의 책 취향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그의 글솜씨야 의심할 바 없으니... 강력하게 보고 싶다.

 

 

 

 

 

 

 

 

시인의 사물들

강정 외 지음, 허정 사진 / 한겨레출판 / 2014년 6월

 

이게 도대체 몇 명이야!!!! 저자 소개 부분 때문에 스크롤이 굉장히 작아졌다. 추천글을 보고나서야 알았다. 쉰 두명. 와우...! 시인들의 에세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흔한 것이긴 하지만, 한 시인의 글이 아닌 여러 시인의 글, 그것도 어떠한 사물을 정해두고 그것에 얽힌 자신의 기억을 풀어내 놓는 글들을 실은 책은 흔한 것이 절대 아니다. 흔할 수가 없다. 쉰 두명의 시인들과 쉰 두 개의 사물들의 조화. 이렇게 유니크한 책이 또 어디있어. 책을 읽게 하는 것은 호기심이 반.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반이다. 호기심이 충분히 자극되고도 남았다. 이 책 궁금해-

 

 

 

 

 

 

 

+++

덧)

새벽 4시에 글을 남겨서 그랬는지 정신이 오락가락한가보다..............

작가 이름을 완전히 헷갈려서 잘못 기재하다니. 완전한 실수-

바로 잡아주신 신간평가단 toy님 감사드린다.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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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3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4 13: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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