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원하는 것이란
데이브 배리 지음, 정유미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책의 표지가 굉장히 눈에 띄는 책이다. 샛노랑과 새빨강의 사이에 핑크색 헤어와 핑크립, 블루 썬글라스를 낀 꽤 눈에 확 띄는 독특한 비쥬얼의 여성이 보인다. 책방이나 서점에서 책들을 주욱 둘러 볼 때 단번에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비쥬얼. 이런 비쥬얼을 가진 책은 무슨 내용일까 마음이 동했던 게 사실이다. 데이브 배리라는 이 낯선 이름이 '스티븐 킹'이라는 굉장한 네임벨류의 사람이 재미있다고 칭찬할 정도의 글이라니. 표지에 적힌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만으로 급 신뢰감 상승. 미국에서 가장 웃기는 사나이라고 지칭하던데, 안 웃기면 고소할거야...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근데 이 아저씨, 꽤나 웃기다. 책을 읽으면서 피식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이 그걸 증명한다. 사람을 웃기기 위한 DNA라도 몸 속에 존재하는 건지, 서문부터 데이브 배리는 소소하게 웃음을 유발했다. 미국에서 가장 웃기는...까지는 모르겠고 글로써 여러사람 웃기는 사람인 건 확실했다. 예상 가능하지만 또 어김없이 터지는 포인트들이 산재해 있는 책 속에서 웃지 않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일단 글이 재미있으니 급작스레 재미를 느끼게 되고, 그래서 더더욱 몰입하게 됐고, 글쓴이 아저씨에게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글 속에 드러나는 화자는 글쓴이 본인이다. 이 화자는 굉장히 오락가락 하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도 하면서 뒤돌아서서 마음을 바로 바꿔 먹기도 한다. 혼자서 웅얼거리는 버릇도 있고, 굉장히 강조할때는 반어법을 즐겨쓴다. 이해심 많은 아빠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전전긍긍하는 딸바보의 전형성을 드러내면서 어떤 면은 좀 시니컬 하기도 하다. 사실 목차를 볼 때 '칼럼이랬는데 왜 이렇게 목차가 단출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긴 분량의 내용들이 잘 이어지면서 글이 지루하지 않았다. 확실히 재미 하나는 보장되어 있는 책이다. 단 조건이 붙는다. 그 재미는 아주 소소하다. 기본적으로 나는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데이브 배리의 아저씨에게 호감을 가진 채로 글을 읽어도 극복되지 않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다. 아저씨의 유머가 대한민국의 정서와는 그리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학개그 비슷하게 하면서 허세도 좀 들어가 있고, 뭐라고 해야하지. 피식 웃을 수는 있으나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것..? 유머의 시작과 전개, 끝이 비슷하니까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글의 흐름도 비슷해지고, 그래서 지루해지는 감도 없지 않았다. 데이브 배리의 유머코드가 나와 맞지 않았다는게 정답일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순 다섯이라는 나이를 듣고 글을 다시 읽으면, 이 아저씨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대에 뒤쳐지지 않은 마인드를 갖고 있으면서 절대로 강압적인 아빠나 어른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가 무색하게 어린아이 같을 때가 종종 등장한다. 그 귀여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자라면 비단 가져야 할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위해, '남자다움'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 뒤의 꿍얼거림은 피식거림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데이브 배리는 자신만의 유머능력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통할만한 이야기를 끌어낼 줄 아는 사람이니까.

책의 제목은 그저 수록되어 있는 글들의 제목 중 하나일 뿐이라 제목에서 의의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책을 내려놓기를 바란다. 이 책엔 그런 거 없어-
자신의 생에서 사소한 글감들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고, 읽으면 즐거우면서, 잠깐동안 근심을 덜어낼 수 있는 책. 생각할거리가 많지 않아서 머리가 복잡할 때 술술 읽어내려가는 것도 꽤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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