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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더 느리게 2 - 베이징대 인생철학 명강의 ㅣ 느리게 더 느리게 시리즈 2
츠샤오촨 지음, 정세경 옮김 / 다연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철학이라는 단어는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도 같아서 요즘에는 '철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들에 눈이 많이 간다. 그래서 선택한 책 <느리게 더 느리게2>. '베이징대 인생철학 명강의'라고 표지에 적혀 있었고, 출판사 서평을 읽었을 때의 느낌도 괜찮았기에 선택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아주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좋은 책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인생철학은 행복이라는 것. 그리고 그 행복이라는 것은 포기하고, 내려놓고, 주고, 베풀면서 얻게 되는 것이라는 것.
살아가면서 인생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흔들려야 청춘이라는 말이 있듯이 요즘 청춘들은 더더욱 미래에 대해 앞길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하는 시기다.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것을 쫓아가기까지도 너무 버거운 단계를 거치고 있다는 얘기다. 앞에 놓인 한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는지 과연 어른들은 알까. 흔들릴 때 혼자서 답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여기저기서 답을 구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럴때 인생을 많이 살아온 누군가에게 조언을 얻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인데,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눈길이 갔다.
책의 내용은 일련의 자기계발서들이 그러하듯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베이징 대학교 출신의 학자 혹은 선현들의 말을 제목 아래에 적어놓고, 그에 관련한 이야기를 두 가지 정도 보태어 설명하는 식의 내용이다. 사실 이미 내 글을 보고 예상했을 지 모르지만 색다를 것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 같은 틀 속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나를 반긴다. 확실히 동양의 이야기라 그런지 조금 더 와 닿는 듯도 느껴지고, 너무 뜬구름을 잡는 이야기들이 아니어서 가깝게도 느껴진다. 가끔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들에 '이게 뭐라고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는거야'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여전히 학자들의 이야기는 돌직구이고 마음에 쿡쿡 와 닿는다.
가끔 커피에 설탕을 넣고도 제대로 젓지 않아 쓴맛에 진저리칠 때가 있다. 이럴 경우,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마셔야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인생도 이와 같아서 지금은 쓴맛밖에 느끼지 못해도 마지막에는 단맛을 느끼게 된다. ㅡ 쉬즈모 86쪽.
바깥의 적보다 두려운 것은 내부의 적, 즉 자기 자신이야말로 실패의 허다한 원인이다. ㅡ 루쉰 193쪽.
사실, 선현들이나 교수들의 이야기는 위처럼 좋은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제목으로 달린 것들이 꽤나 격해서, 언뜻보면 제목이 그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루쉰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 "바깥의 적보다 두려운 것은 내부의 적, 즉 자기 자신이야말로 실패의 허다한 원인이다"라고 적은 위에 "자기 자랑이 지나치면 사방이 적이 된다"라는 제목이 있다. 훨씬 격한 제목에 시속 300km 돌직구... 제목이 모든 글을 함축하고 있어서 글을 이해해 나가는 데 어려움은 없지만, 제목만 읽어나가면 무서울 정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긴 했지만 행복이란 단어만큼 뜬구름 잡는 말도 없는 것 같다는 게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추상적인 단어들이 갖는 애매모호함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고, 그 기준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추상적임이 구체적으로 바뀔 수도 있고 더 추상적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눈에 보이는 것들로 기준을 정해놓는다고 해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고, 정신적으로라도 행복하다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찢어지게 가난해도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정할 수 없는 것들이 가진 중의적인 것들이 싫어서 난 추상적인 단어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단어 또한 내가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읽어봄직한 책이라 생각한다. 꽤나 재미있는 일화들이 가득하니까. 거기다가 글쓴이는 동양 뿐 아니라 서양의 소설이나 시인들의 시도 인용하며 고금을 막론하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배꼽 빠지게 재미있는 자기 계발서는 아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라 읽기 시작하면 곧 빠져들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