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왠지 대박날 것만 같아! - 20년차 드라마 PD가 알려주는 하이퍼 리얼 현장중심 드라마 작법 노하우
손정현 지음 / 이은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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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좋아하고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요즘은 아니더라도 과거에 그랬던 적이 있을 테고, 지금까지 아예 없었다면(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진짜로 아예 없었다면) 미래까지 일생을 통틀면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히트 드라마가 나왔다. 내 기준으론 상반기엔 <SKY 캐슬>, 하반기엔 <호텔 델루나>다. "어제 그 장면 봤어?", "이번에 이 드라마 재밌더라." 드라마는 말투나 옷차림, 성대모사 같은 것부터 OST, 촬영장소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듬뿍 받는다. 드라마는 생각보다 우리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드라마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나 관심을 많이 받는 드라마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드라마 제작 환경이라든가 드라마 작가가 되는 법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을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관심이 있다면 열심히 검색해 직접적인 교육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드라마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려면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게 아닌 가벼운 상식 정도 혹은 일반 교양서에서 다루는 정도를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은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물론 내가 못 봤던 것일 수도 있다.) 요즘엔 촬영현장 비하인드라든가 작가 인터뷰라든가 그런 것들이 많이 활성화되어 있어 예전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는 있다지만, 그것들이 모든 호기심을 해결해 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다 <나는 왠지 대박날 것만 같아!>라는 책을 알게 됐다. 저자는 20년차 현직 드라마 PD로, 최근엔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란 OST가 대히트했던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연출을 맡았었다. 아직도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PD가 이야기하는 '드라마 작가가 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사실 이 책은 드라마에 대한 일반적 상식들을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PD가 되기 이전에 작가에 도전했었던 바, 책 속에 자신의 흑역사를 거침없이 꺼내어 늘어놓고는 '너는 이거 절대 하지마!'라고 이야기한다. 머릿말에도 이렇게 적어놓았다. '이제 막 드라마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들이 너무 먼 길을 돌아가지 않게 적절하고 효율적인 방향타가 되고자 했다'고. 부제로 달려 있는 '20년차 드라마 PD가 알려주는 하이퍼 리얼 현장중심 드라마 작법 노하우'를 보면 책의 지향점이 투명하게 보인다. <나는 왠지 대박날 것만 같아!>는 드라마 현장직이 쉽게 풀어 전하는 드라마 쓰는 방법이다.

하지만 책이 어려울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구어체로 되어 있어서 이야기를 듣는 듯 하다. 마치 술자리에서 독자X가 "저는 꿈이 드라마 작가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뭔지 하나도 모르는 햇병아리입니다. 팁 같은 거 주실 수 있습니까?"라고 또롱또롱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그 눈빛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이야기해주는 선배의 언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글쓰기 근육을 늘리는 방법이나 소재를 찾는 방법 같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부터, 플롯이나 매력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 같은 꼭 필요한 이야기, 추천하는 대본, 꼭 명심해둬야 할 것 등등이 쉬운 언어로 적혀있다. 나는 드라마에 대해 1도 모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도 퍽 재미있게.

내가 봤던 드라마의 어떤 장면에서 이런 대사가 쓰였는데, 사실 알고 보니 그 장면 자체가 앞에서부터 잘게 뿌려둔 복선들이 쌓아올려져 만들어진 하나의 씬이었다. 이런게 톡톡 튀어나오니까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레퍼런스로 쓰인 드라마를 모른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그저 아, 드라마는 이렇게 쓰여지는구나 새롭게 알게 됐고, 드라마의 모든 것들은 적어도 작가가 아무 생각없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아니구나 라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깊게 봤던 건 '비주얼 스토리텔링'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패턴이 있기 때문에 클리셰와 플롯을 공공재라고 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이야기의 포인트는 'WHAT'의 관점이 아니라 'HOW'의 관점에 있다는 얘기.(69쪽) 표절이란 단어가 주는 공포감은 무언가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클텐데, 작가는 그런 건 0.1퍼센트도 갖지 말길 권한다. 그대로 가져다 쓰라는게 아니라 기존의 것에 이것 저것 그것까지 갖다 붙여보고 섞어보고 하면서 새로 만들어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생각이 뻗어나가는 길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클리셰에서 시작했더라도 풀어나갈수록 다른 길로 간다고도 설명했다. 클리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어서 그런지 꽤나 인상깊었다.

뒷쪽엔 현직 드라마 작가들의 인터뷰를 담아 생생한 작가의 노하우들을 엿볼 수 있기도 하고, 보너스로 드라마의 시놉이라든가 스크립트가 담겨 있어 본문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레퍼런스들도 담아두었다. 저자는 츤츤대면서도 자상한 츤데레의 성격을 가진 선배가 아닐리 없다. 뭐라도 하나 더 이야기해주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그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던 책이다. 작가를 준비하는 지망생들은 옆에 두고 읽어도 좋을 것 같고,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본이 어떻게 쓰여지고 짜여지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중간중간의 개그 혹은 재밌으라고 으레 주는 윽박지름(?)은 애교로 넘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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