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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할아버지 ㅣ 우리 설화 그림책 5
송언 글, 고광삼 그림 / 봄봄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평소 초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재미있게 엮어내는 송언 선생님의 글이어서 무척 반가웠으나, 익히 알고 있는 단군신화에 대한 이야기여서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하였다.
딱히 새로울 것도 없으며, 이미 출간되어 있는 책들만 해도 부족하기는커녕 너무 많아서 선택이 곤란한 지경이 아니던가? 더우기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의 출생과 관련하여 우리민족의 시조의 특별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오천 년 역사의 맨처음 우리 신화가 바로 단군신화라는 것쯤은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닌가?
그럼에도 평소 위트가 넘치는 글솜씨로 즐거움은 물론 작은 감동까지도 빠뜨리지 않는 송언 선생님의 단군 할아버지에 살짝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과연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단군신화와 무엇이 다를까?'... 순수히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기보다는 미묘한 차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치니 정말 그동안 알고 있던 단군신화가 아니다.
설화의 한 가지로, 민족이나 국가의 기원과 관련한 초자연적인 존재와 그 사적을 신성한 이야기로 구전 전승한 것을 신화의 정의로 하고 있음을 볼 때, 하늘을 다스리던 환인 임금님의 아들, 환웅이 우리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땅 위로 내려온 것은 그렇게 신기할 것도 없는 전제 조건일 것이다.
환인의 아들, 환웅이 하늘의 보물과 바람의 신, 비의 신 구름의 신 그리고 3천 명의 신하를 데리고 태백산으로 내려와 아사달에 머물며 환웅천왕이 되어 살기 좋은 아사달을 만들자 백성들이 모이고 결국엔 먹을거리가 모자라 다툼까지 벌어진다.
백성들을 위해 하늘나라의 곡식 씨앗을 훔치고 결국엔 환인 임금님의 노여움을 사 하늘나라로부터 버림을 받기에 이른다. 이 부분은 익히 알고 있는 신화의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같아 새롭기도 하다.
이 밖에도, 곰과 호랑이가 아닌 곰부족과 호랑이부족의 족장이 하늘에서 떨어진 신비한 돌의 주인을 가리기 위해 환웅을 찾아오고, 그 주인을 가리기 위해 동굴에서 쑥 한 묶음과 마늘 백 쪽(기존의 신화에는 20쪽)을 다 먹어야 하는데 곰부족이 이기게 된다는 이야기나, 곰부족의 족장이 환웅천왕과 자신의 딸을 혼인시키기고자 하였으며, 역시나 그 딸도 캄캄한 동굴 속에서 쑥 한 묶음과 마늘 백 쪽을 먹고서야 환웅과 혼인하게 된다는 내용도 기존의 이야기와 달라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웅녀가 아닌 곰부족 족장의 딸이 환웅과 결혼하여 낳은 아들이 바로 단군으로 그가 세운 나라가 다름아닌 우리 민족의 최초의 국가 '조선'이었다.
백성들에게 고기 잡는 통발을 만들어 주고, 새를 잡는 그물을 만들어 주고, 지게도 만들어 주고 약초도 알려주었다는데 이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정말 그랬을까?
무엇보다 뒷부분의 흑룡, 황룡, 머리 아홉 달린 괴몰, 청룡을 차례로 물리치는 이야기가 참으로 새롭다.
송언 선생님의 풍부한 상상력에서 비롯된 새로운 단군 할아버지 이야기일까? 새삼 궁금하면서도 단군신화(설화?)에 대한 해석과 연구가 분분함에도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바탕이 되는 이야기여서 조금 더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이야기를 담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어쩌면 영원히 확인과 증명이 불가능한 단군신화에 대해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개연성을 제공하여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