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내가 고를 거야 미래의 고전 25
김해우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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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문구가 떠오르는 동화다.
어느덧 이혼이나 재혼이 가까운 현실이 된 요즘이다. 당사자인 어른들에게도 녹록치 않은데 하물며 어린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혼란스러운 일일까.... 더구나 자신들로서는 어찌해 볼 여지조차 없는, 그저 부모가 (결정)하는대로 따르고 받아들일 밖에.
부모들은 하나같이 온전히 자신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결국엔 이혼을, 재혼을 선택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할까. 아마도 자신들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부모들만의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까.
이혼이나 재혼이 일상처럼 일어나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어쩌면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그 어떤 위로보다 더 효과적이지는 않을까.

입술이 삐뚤어지도록 야무지게, 그러나 표정만은 새치름한, 표지에 그려진 아이의 모습이 굳은 결심을 느끼게 한다.  아빠는 자신이 고르고야 말거라는......
작년에 아빠가 재혼하여 새엄마의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는 같은 반 친구 미혜에게 "새엄마 약 오르게 밥이라도 많이 먹어. 빨리 어른 돼서 복수해야지."라며 당돌한 충고를 하는 주인공 은지는 역시나 보통내기는 아닌 것 같다.
2학년 때 엄마 아빠의 이혼한 탓인지 항상 꾀죄죄하고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준구와 짝이 된 것이 지지리 운이 없어서라면서도 라면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처지를 안쓰러워하는 따스한 마음씨의 소유자이기도 한 은지.

자신 역시도 엄마 아빠의 이혼이라는 동병상련을 겪은 이유때문일까.... 미혜가 책상에 이마를 박은 채 코를 골며 자는 모습에도, 준구가 지저분한 것도 마냥 웃거나 외면할 수없는 속내를 털어놓는 은지의 모습에 왠지 나이보다 훌쩍 커버린 듯하여 마음이 싸~해져온다.

다소 기분파적이고 즉흥적일 것같은 엄마의 결혼이야기에 언니와는 다르게 팔짝 뛰며 반대하는 은지. 은지의 예감이 적중이라도 한 것일까.... 엄마의 가슴을 설레게 한 바바리맨(?)은 다름아닌 준구의 아빠!
찌질한 준구와 남매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은지에게 묘안처럼 다가온 창민오빠.
본의 아니게 창민오빠의 생명을 구한 은인이 된 은지는 대담하게도 창민오빠의 아빠를 새아빠 후보로 낙점을 한다. 그리고 은밀하게 엄마와의 만남을 우연처럼 꾸며내고 마침내 두 사람은 만나게 된다.

그러나, 엄마의 남편감(은지에게는 새아빠가 될)을 직접 고르겠다는 은지의 결심은 그냥 결심으로 끝나고야 만다. 엄마와 아저씨가 그냥 친구로 남기로 했다는 현실에 실망한 은지는 학교를 뛰쳐나와 무심코 아빠에게로 가지만 뒤늦은 후회만 안고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그리고 향한 곳은 천안의 할머니댁.

엄마와 아빠에게서 한동안 푸근함을 얻지 못한 탓일까....할머니가 해주는 맛있는 밥만큼이나 은지에게는 든든한 편인 할머니의 따스한 정을 가슴 한가득 담고 돌아온 은지.
어느새 은지의 가슴 속엔 사랑에 꿋꿋하게 맞서겠다는 용기가 피어난다.
'엄마처럼 약속도 하고 결혼도 하고 사랑도 할 거'라며 의지를 불태우는 은지의 한껏 용감해진 모습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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