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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생활 문화재 학교 - 박물관으로 간 조상들의 살림살이 ㅣ 재미있게 제대로 시리즈
이재정 지음, 신명환 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무엇보다 조상들의 삶 구석구석을 들여다볼 수 있는 풍부한 사진자료가 박물관을 찾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울 책이다.
아닌게 아니라, 어린아이들에게 좋은 체험이 되고자 모처럼 날을 잡아 박물관을 찾아도 붐비는 인파와 딱딱한 박물관의 분위기 때문에도 아이들에게는 집중하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반갑기만 하다.
이제는 특별한 지역을 찾아야만 볼 수 있는 한옥을 비롯해 한옥의 집안 곳곳에서 우리 조상들의 살림살이가 되었던 장과 농, 궤와 함, 서안과 탁자, 책과 문방사우, 소반과 식기는 물론 몸을 보호해 주고 꾸며주던 한복과 관모, 장신구까지 그 유래와 함께 특징과 장점까지 세심하게 담아내고 있다.
때로는 과학적이고 지혜롭기까지 하고(한옥) 또 멋스럽고 실용적인(장과 농, 서안과 탁자 등) 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생활 문화재는 우리 조상들의 당시 삶의 모습까지 보여주는 듯하다.
남녀가 유별한 시대를 반영하듯 사랑채와 안채가 구별되어 있고, 각 지역의 기후에 따라 집의 구조가 다르고, 바람을 막아주고 방안을 장식하는 병풍에는 소원하는 내용을 그림으로 담아낸 멋까지 느낄 수 있다. 또 둘러치는 병풍에 따라 혼례도 치르고 초상도 치르니 실용성까지 두루 갖춘 다기능 생활 문화재인 셈이다.
특히, 한복은 좌식생활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옷으로 살이 좀 찌거나 빠져도 입을 수 있어 경제적이기까지 할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는 신분제도에 따라 입은 옷이 까다롭게 정해져 있었다니 당시의 생활상을 제대로 알려주는 증거물인 셈이다.
신분과 용도에 따라 다르게 썼던 모자(관모)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증거물이다.
무엇보다 3첩 반상을 기본으로 5첩, 7첩, 9첩, 12첩으로 반찬의 가짓수에 따른 상차림과 더불어 상판 모양과 다리 모양에 따라 다양한 소반은 요즘과는 확연하게 다른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요즘에는 소반은커녕 식탁이 보편화 되었고 반찬의 가짓수를 염두에 둔 상차림보다는 영양소 위주의 상차림이니 말이다.
하나하나 살펴보자니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조상들의 살림살이가 새삼 애틋하게 느껴진다. 실용성은 물론 지혜와 멋까지 담겼던 살림살이들이 왜 지금에는 멸종이라도 된듯 찾아볼 수 없을까..하는 의문이 절로 밀려왔다. 이렇게 책으로나 아니면 박물관에서나 만나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갑작스레 무너진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멸망과 같은 개화기의 혼란과 일제의 강점과 한국전쟁까지 걷잡을 수없는 시련으로 생활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탓이 아니었을까.... 우선은 먹고 살기 급급해진 생활로 이미 일제에 의해 상실된 옛 삶을 돌이킬 여유가 없었던 탓이리라.
한편으로는, 무너진 신분제도로 과거와 달라진 의식(생활)은 신분제도에 따른 옛 살림살이를 굳이 되찾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오히려 신분 차별이 깃들어 있는 흔적들을 지우고 없애고자 하지는 않았을지.....
어쨌거나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아니면 이렇게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는 조상들의 생활 유산들을 통해 조상들의 삶을 짐작하고 그려볼 수 있으니 어찌 소중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