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소년 조르디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2
얀나 카리올리 글, 마리나 마르콜린 그림, 김현좌 옮김 / 봄봄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바다. 잇닿아 있는 것이라고는 하늘뿐. 바다도 하늘도 온통 푸른색 일색이라면..... 그나마 햇살이라도 눈부시게 비춰주는 날이라면, 시원한 바람이라도 한 줄기 불어주는 날이라면 다행일까?
햇빛도 사그라지고 칠흑은 어둠이 몰려오는 바다의 밤은 상상만 해도 오소소 소름이 돋는듯 공포가 아닐까... 

한 줄기 희미한 빛조차 간절한 밤바다에서 만나는 등대의 빛줄기에 그야말로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 그러고보면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수고가 또 다른 이의 무사한 항해를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등대지기가 아닐까 싶다. 

바다에 나갈 일이, 특히나 어두운 밤을 헤쳐가야 할 일이 결코 없는 사람들에게 등대는 아무런 느낌조차 불러일으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망망한 대해를 바라보는 소년 조르디의 이야기는 등대 자체보다는 세상 어느 바다 위에 있을지도 모를 등대 하나를 그리게 한다. 더불어 등대지기의 어린 아들 혹은 어린 딸의 마음을 새삼 헤아리게 할지도 모르겠다. 조르디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느낀 것처럼 말이다. 

친구라고는 바다가 유일하고 가끔 파도에 실려오는 나뭇조각이 바다로부터의 특별한 선물인듯 독수리 부리도 만들고 용의 머리도 만들과 도마뱀의 발가락도 만드는 조르디.
지나가는 배 한 척 보이지 않는 바닷가에 앉아 있는 조르디의 뒷모습에 여유로움보다는 쓸쓸함이 묻어난다. 

병에 편지를 담아 바다에 흘러보내는 조르디. 아빠가 혹은 엄마가 가르쳐 주었을까... 온종일 혼자서 노는 조르디에게 재밌는 놀이라도 되는 듯 새로운 놀이를 말이다.
종이도 귀한 걸까?? 신문지나 종이쪽, 가게 영수증의 뒷면에 쓴 편지.
망망한 바다 건너 그 누군가의 손에 닿기를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기대조차 하지 않는 걸까?
그러나 조르디의 가슴 속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한 줄, "거기 누구 없어요?"
짧은 한 줄에 담긴 조르디의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보내고 또 보내도 대답없는 바다를 향해 조르디는 다시 편지를 쓴다. "정말로 거기 아무도 없어요?" 
나 자신이 어린 조르디의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어느 바닷가에 있었더라면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정말로 거기 아무도 없어요?" 

아.. 그러나 얼마나 다행인지..바다 이편에 있다는 소녀 마리 오세안느로부터 답장이 배달된다. 편지배달부는 당연히 바다!
마리가 살고 있는 등대를 향해 마침내 자신이 편지가 되어 배를 타고 떠나는 조르디~
마침내 마음 속 그리움의 더께를 털어내듯 바다 저편을 향해 출항한다~ 

또 다른 등대에 살고 있다는 소녀 마리를 잘 만났을까??
아니면 아직도 마리의 등대를 찾아 친구 바다의 품에서 항해중일까??
이젠 등대를 떠올리면 등대소년 조르디가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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