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하라 고양이 - 가끔은 즐겁고, 언제나 아픈, 끝없는 고행 속에서도 안녕 고양이 시리즈 2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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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고양이가 재수 없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고양이가 무섭다고 말한다. 그런 분들에게 나는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의 눈을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새벽하늘을 닮은 라임색 눈동자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눈망울과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그 눈빛을 보면 당신의 편견도 사르르 녹아버릴 것이다. (본문 306쪽)' 

'고양이'하면 나 역시도 왠지 모를 두려움부터 떠오른다. 아마도 어릴 때 읽었던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검은 고양이>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신을 미워한 사람에게 죽어서도 철저히 앙갚음하는 내용을 읽으며 오소소 소름이 돋던..... 

그래서였을까... 확실한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새끼 고양이를 집에서 키웠는지 아니면 옆집 고양이를 데려왔는지 아무튼.. 정말 작고 귀여운 새끼 고양이였는데도 내 옷에 고양이의 발톱이 걸려 잘 떨어지지 않아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그 순간에도 함부로 대하면 꼭 복수를 당할 것만 같아 어쩌지도 못하고 엄마가 떼어낼 때까지 바들바들 떨던 기억만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그 뒤로 고양이는 그저 나와는 관계가 없는 동물일 뿐이다. 날로 늘어가는 애묘족에 관한 기사를 보아도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제 아무리 이쁘고 고고한(?) 고양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아도 내게는 별 감흥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고양이의 삶을 담은 이 이야기가 새로운 관심과 색다른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마땅히 집이 없이 떠도는 고양이를 길고양이로, 그래도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는 고양이는 마당고양이로, 또 그들이 머무는 곳에 따라 축사고양이, 개울냥이, 교회냥이로 나름의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이 고양이에 대해서 전혀 무심하던 내게는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더불어, 주변의 길고양이들의 특징(턱시도, 삼색이, 고등어 등의 무늬로)을 일일이 구분하고 또 가계도(가족관계)까지도 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행동거지 하나 특징 하나까지도 세세하게 담아내는 저자의 능력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고양이에 대해 무지한 내게는 전혀 새로운 능력이 아닐까 싶다. 물론 고양이에 대한 남다른 관심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내게는 그 고양이가 그 고양이로만 보여지는데 말이다. 

자신의 주변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의 삶을 묘생(猫生)으로 존대하며 우리의 삶인 인생(人生)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우쳐주는 저자가 평범치 않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일정하게 머무는 곳없이 동네 이곳저곳을 배회하는 것같아도 결국엔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에 마음조차 찌르르 해온다. 추운 겨울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건네주는 저자의 손길이 그 어떤 것보다 절실한 구원은 아닐지.... 

저자의 집마당을 찾아와 사료를 먹는 바람이는 그나마 다행이다. 빈집이 철거되어 둥지를 떠나야 했던 까뮈네 식구들이 갑작스레 자취를 감춘뒤 다시 만난 새끼 고양이들이 김칫국물 벌건 총각무를 씹어먹는 모습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인듯 다가왔다. 사람들 역시도 하루아침에 보금자리에서 쫓겨나 막막한 현실에 부딪치기도 하니 말이다. 

특히, 이웃 마을에서 만났다는 '궁극의 접대냥'이자 시도 때도 없이 발라당을 하는 봉달이의 개울을 나는 이야기에는 개발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자연을 마음대로 파헤치고 파괴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함께 담아내고 있어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우연히 알게된 고양이로 인해 고양이 책까지 내게 된 저자는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이 사연 없는 고양이는 없다'고, '묘생도 인생처럼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 그 속은 지옥 같을지 모른다'고, '고양이도 내색은 하지 않지만 펑펑 울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찍은 고양이들의 사진과 그가 들려주는 고양이들의 사연은 그것이 터무니 없는 짐작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길 위의 고양이들의 삶도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증명하는 진솔한 다큐멘터리!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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