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주식회사 - 질병과 비만 빈곤 뒤에 숨은 식품산업의 비밀
에릭 슐로서 외 지음, 박은영 옮김, 허남혁 해설 / 따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한마디로 우리가 매 순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이 진실한 음식인가?...하는 의문이 절로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어린시절,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한 것만으로도 인류 역사상 그 어떤 것보다 기적적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건으로 세계를 열광하게 만들었던 그때, 다음으로 정복(?)해야 할 것으로 떠오른 것은 다름아닌 하루 세 번만 먹으면 식생활이 해결되는 알약이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도 우주인들의 먹을거리에 기인한 발상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아무튼 그때의 내 기억으로는 먹기만 하면 하루 세 끼 꼬박 찾아먹어야 하는 먹을거리에 대한 부담감을 한 방에 해결해 줄 신비의 알약이 머지않아 개발될 것이란 희망에 부풀었던 것 같다. 적어도 내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이야깃거리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절대로, 결코' 그런 명약(?)은 개발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다만 그것이 인간의 능력 부족때문이 아닌 인간(식품기업)의 끝모르는 욕심과 그 어떤 것보다 무서운 (정치적) 야심이 복합적으로 얽힌 음모(?)에 의한 것이리라. 

오늘날 우리가 먹는 음식 한 조각, 마시는 음료 한 모금에 얽힌 생생한 현실을 읽다보니 <식품주식회사>라는 제목은 오히려 착한(?) 제목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식품제국주의>정도는 되어야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일깨우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다른 영토를 침략하던 과거의 정치적 제국주의와는 달리 한나라 안에서 (식품)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정치권과의 적절치 못한 동맹을 맺고, 자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생명을 담보로 사업영역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미국의) 현재 전체 식품시장의 60%가량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약 다섯 개의 유통업체다. 합병의 결과는 손에 꼽히는 몇몇 회사들이 식품생산자(공급자)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본문 231)'

이것이 자유(무한)경쟁이 가능한 21세기 자본주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극소수의 업체가 전체 시장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우리가 수긍하기 어려운 현실이 숨겨져 있다. 그 어떤 것보다 소비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조작된 저가'와 아무리 영세한 규모의 경쟁자까지도 궁지로 몰아 '항복'을 받아내는 것!
공룡같은 거대기업에게는 일말의 동정심은커녕 아량조차도 없다. 자신들의 제품(식품)이 전국을, 세계를 점령하는 것만이 지상최대의 목표일뿐! 심지어 이주노동자들의 불법이민을 부추기고, 개인 농가의 고유의 종자마저도 철저하게 약탈할 뿐이다. 

그러고보면 지금 우리가 먹는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거대기업의 무서운 욕망이 숨겨져 있고, 소수 농업종사자들의 한숨과 눈물이 젖어 있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거대기업과 결탁한 정치적 음모가 들어있는 음식이 과연 우리의 신체를, 정신을 건강하게 살찌울 수 있을까?? 

음식은 순수히 고유의 맛과 영양을 간직할 때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하고 우리의 육체를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지 않을까.......
온갖 욕심과 음모가 버무려진 음식이 어찌 우리를 건강으로 이끌 수 있을까.... 

진실한 음식, 우리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진짜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리란 생각이 절로 든다. 포장지에 명기된 가격만 믿어서는 안 될 때이다. 기업의 화려한 광고문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어리석은 식품소비자도 이제 그만이다.
진짜 합리적인 가격을 판단할 줄 알고, 기업의 정치적 결탁을 더이상 묵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간편하고 값싸게 포장된 음식에 숨어있는 불편한 진실(노동자들의 평균이하의 임금, 열악한 근무환경, 건강하지 못한 원료..등)을 외면하기보다는 좀 번거롭더라도 먹을거리의 본질과 정당한 가격을 볼 수 있는 '진실한 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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