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로드 - 라이더들을 설레게 하는 80일간의 일본 기행
차백성 지음 / 엘빅미디어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처음엔 두 말할 것도 없이 뻔~한 책이려니 했다. 언젠가부터 붐처럼 일고 있는 자전거로 떠나는 배아픈(?) 여행기려니 했다. 어쨌든 시간이나 기회가 주어지고, 비록 금전적으로는 여유롭지 못하더라고 자전거라는 다소 소박한(정겨운) 매(개)체를 앞세운 저자의 넘치는 열정을 담은 그림 좋은 일본 여행기려니 했다.
그래서인지 선뜻 읽어보고픈 마음보다는, 일종의 개인적인 뿌듯함이 넘쳐나는 여행후기쯤이 아닐까 지레짐작이 앞섰다. 

사실, 어느 누구인들 마음 한 켠에 여행에 대한 바람을 품지 않고 살까? 그것이 바다 건너 하늘 저편의 머나먼 이국 땅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주말이나 휴일에 가족과 함께든 혼자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허락된다면 누구인들 떠나고 싶지 않을까..... 아웅다웅하는 현실을 훌훌 떨치듯 털어버리고 말이다. 비록 여행이 끝나면 다시 돌아와 마주해야 할지라도.
결혼전부터 뚜렷한 목적도 없이 막연하게 그 언젠가의 여행을 꿈꾸며 살고 있는 내게는 더욱 그림의 떡과 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같아 선뜻 펼쳐들지 못한 책. 

그러나 묵직하고 두툼한 책의 두께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어떻게 얼마나 달렸기에...하는 궁금증에 쭈뼛하며 읽기 시작한 책. 무엇보다 앞표지 날개에 적힌 그의 이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는 자신의 오랜 꿈을 위해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회사를 떠나 여러 나라를 여행...특히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한 가지씩의 컨셉을 잡아 자신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여행담을 담아오는 여행방식은 그의 전매특허다. 테마가 있는 세계 자전거 여행을 위해 그는 매번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끊임없이 도전한다.....국내1세대 라이더인 그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자전거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 2008년에 북미 대륙과 하와이 여행기를 담은 <아메리카 로드>로 수많은 라이더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는 국내1세대 라이더라는 저자가 이번 <재팬 로드>에서는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자전거의 페달을 밟을지 사뭇 궁금했다.

크게 세 개의 테마로 구성된 목차를 살펴보자니  일본 속 우리 역사의 흔적을 더듬고자 하는 그의 이번 목표가 한눈에 들어오고, 목차를 넘기면 두 장 가득 앞으로 달려야 할 일본 곳곳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라도 하듯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저자의 모습과 함께 얼마나 보고 또 보았는지 손때가 충분히 묻은 듯한 일본관련 책자가 인상깊게 눈에 띈다.
책을 펼치기 전의 쭈뼛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오로지 일본 열도를 두 바퀴로 달려가는 저자의 뒤꽁무니에 편승이라도 하고픈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규슈, 시코쿠, 혼슈, 홋카이도, 4개의 큰 섬을 비롯하여 부산에서 50Km 거리의 쓰시마와 저 멀리 오키나와 등 모두 6개의 섬을 3차에 걸쳐 돌아본 듯한데, 저자가 시큰한 땀냄새와 함께 들려주는 일본 곳곳에서 만나는 우리의 역사는 우리와는 어쩔 수없이 '가깝고도 먼 나라'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되새기게 된다. 

역사를 돌이켜보아도 관계 좋은 이웃나라로보다는 우리의 영토를 호시탐탐 노리며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침략자이자 마침내는 우리의 주권은 물론 셀 수없는 목숨을 유린하고도 당당한 파렴치범으로서의 모습이 우리 민족의 뇌리 깊숙히 각인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 영토 곳곳에서 남아있는 우리 역사의 흔적을 만나는 것은 저자의 '과거사 충격 극복 장애증'이라는 희귀한(?) 병명을 공감할만큼 아프고 잔인하고 애통하게 다가왔다. 

사실, '일본'하면 개인적으로 경험한 적도 없으면서 어려서부터의 세뇌적인(?) 교육때문이었을까... 무조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회만 있으면 우리 영토를 침략하고 강제로 조약을 맺고 국모까지 시해하고 마음대로 식민지 삼았던 괘씸한 놈들일 뿐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은커녕 당당하기만 하지 않은가.. 아직도 우리 영토(독도)를 제 것이라하고 역사마저도 왜곡하니... 이쁘게 봐줄래야 봐줄 수가 도무지 없는 놈들. 무엇보다 우리의 자주적인 근대화의 기회를 송두리째 앗아가버린..... 

대학 때 교양과목이었던 일본어 수업도 마지못해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마디로 알고도 배우고도 싶지 않았던... 생각할수록 부글부글 왠지모를 화가 치밀어 오르고 억울한 마음만 생겨나는 탓에 말이다.  

그러나 강과 산, 계곡을 두 바퀴로 힘차게 구르며 보여주는 풍경만큼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고, 만나는 사람들 또한 여느 모습과 다르지 않게 정감있게 다가왔다. 대화가 안되면 필담으로라도 이방인에게 친절을 베풀려는 모습이 오히려 인상적이기 까지 하였다. 

그러고보면, 나에게 심어진 무조건적인 일본거부증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국민들 개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일부의 정치세력 혹은 기득권세력이 저지른 역사적 만행 그 자체에 대한 것이리라. 무조건적인 세뇌교육이 '일본'하면 무조건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자전거에 편승하듯 돌아본 일본 속 우리 역사의 흔적은 잊고 있던 혹은 묻혀 있던 역사의 흔적을 다시금 깨우치고 발견하는 기회로 다가온다. 저자가  두 바퀴를 굴리며 일본 구석구석에 흘린 땀방울이 결코 헛되지 않은 것은 자신의 목표한 바를 이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으로 인해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 보기에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막연하게 품고있던 '무조건일본거부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일본이란 나라 역시도 '무조건' 거부가 아닌 알 것은 알고 취할 것은 취해야 할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빠지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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