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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독서 -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ㅣ 여행자의 독서 1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영원히 내 품안에 머물것 같던 딸아이는 어느새 부쩍 자라 사춘기의 바람앞에서 저항은커녕 당연하게 순응(?)해 가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 딸아이와 달리 나의 가슴엔 갑작스런 허전함이 밀려와 나를 당혹케 한다.
무엇보다 건강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몇년째 하고 있는 운동(수영)의 멤버들과 그나마 수다를 떨기도 하고 근처 마트에도 함께 가고 점심도 함께 먹노라면 시간 만큼은 휘리릭~ 잘도 간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나의 허전한 마음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는 처방은 아닌지라 다시 혼자의 시간이 되면 이자가 붙듯 그만큼 더 허전함은 농도가 진해져 있다.
그다지 아이에게 올인~을 한 것도 아닌데 혹시 서서히 중년이 시작되려는 전조증상인가 싶어 바짝 긴장하게 된다. 여태껏 한 것이라고는 평범한 주부로, 엄마로 부지런히 산 것뿐인데.... 이렇게 어느날 갑자기 중년이 된 자신과 마주해야 한다니.. 안타까움보다는 왠지 억울함이 밀려온다.
억울함이 밀려오니 마음마저 급해진다. 언제나 그렇듯 남편은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근래에는 오히려 자신만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찾은듯 일과 여행에 열심이다) 하나있는 딸아이도 자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바쁘고... 이제야 비로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마음 깊은 곳에 품고만 있던 '여행'에의 갈증이 더는 참을 수 없을 것처럼, 아니 더이상 참을 필요가 없다는 듯 가슴 속 허전함을 단방에 몰아내버린다. 또 하나, '독서'도 기다렸다는듯 고개를 쳐든다. 여태껏 딸아이의 책을 읽느라 책꽂이에만 꽂아두었던 책들이 난리라도 쳐댈듯.....그래서인지 더욱 반갑게 읽게 된 이 책!
제목조차도 '여행자의 독서'라니.... 요즘의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여행'과 '독서'에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과연 여행자는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까... 제목만으로 떠오르는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 책을 펼쳐들었다.
무엇보다 의도된 혹은 갑작스레 떠나게 된 여행길에 저자는 거기에 맞춤하는 책을 나름 선택해서 여행의 필수품처럼 챙겨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여행하면서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이미 읽었던 책에서의 여운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곱씹기도 하고 또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흠.. 그러고보면 저자는 이미 지독한(?) 독서가는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때와 장소에 따라 작가는 물론 책의 부분을 딱딱 걸맞은(저자의 지독히 주관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내용을 상기시켜주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도대체 이 사람(저자)은 책을 어떻게 읽기에 이렇게 많은 책들의 내용을 적시적소에 펼쳐내 보여줄 수 있을까... (지독한) 독서가의 여행이라고 제목을 붙여도 무방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구원, 사랑, 이야기 그리고 나...를 찾아 떠나는 그의 여행들 중에 어느 것 하나 지나치고 싶은 곳이 없다. 시간적 금전적 그리고 기타 등등...여유가 허락한다면 그가 알려준 책을 읽고 또 그 어떤 필수품보다 중요하게 챙겨넣고 떠나고픈 여행이다.
어느덧 여행에의 설레임이 주는 가벼운 흥겨움보다는 삶에 대한 진한 이야기가 더 가슴을 파고드는 나이인 탓일까... 저자가 짚어주는 인용구절이 그 땅에서의 삶을 더 궁금하게 한다.
결국, 인간은 얼마나 사는 걸까?
천 년? 단 하루?
일주일? 수 세기?
인간은 얼마나 오랫동안 죽는 걸까?
'영원히'라는 말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 파블로 네루다의 시, <영원의 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