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 사진과 카메라 개화기 조선에 몰아닥친 신문물 이야기 1
서지원 지음, 조현숙 그림 / 꿈꾸는사람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이탈리아의 철학자 크로체는 '역사를 생각하는 것은 역사를 시대구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러고보면 우리의 역사(공부) 역시 무슨시대 다음에는 무슨시대라며 배우지 않는가. 그러다가 현대(현재?)에 앞선 근대(혹은 근세?)시대를 그래도 가장 현재와 근접한 과거의 시대로 배우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역사를 배우는 우리에게 근대(시대)는 어떤 이미지로 떠오를까?
이미 한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한국근대사하면 개화기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우리만의 세계에서 깨어나 비로소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켜던 그 시기 말이다. 비록 자주적인 개화가 아니라 일본에 의한 수치스런 조약(이른바 강화도조약)때문이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람의 일생에도 우여곡절이 있듯 한 나라의 역사에도 무수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또 사람이 성장하고 변화하듯 나라도 발전하고 변화해 가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대개 사람은 일생을 놓고 볼 때, 일정한 나이를 기준으로 삶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아마도 문명의 발전, 기술의 발달이나 경제적 영향 또는 전쟁과 같은 엄청난 변화에 기인하지 않을까?? 

우리의 근대사 역시 엄청난 안팎으로의 변화를 초래하지 않았던가....그가운데서도 자급자족의 농업과 수공업에 의존하던 우리의 생활에 거대한 쓰나미처럼 몰아닥친 서방세계로부터의 신문물은 순박한(미개한?) 우리민족에겐 두려움 그 자체였으리라. 

'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라는 제목의 이 책 역시도 개화기의 서양문물에 대한 우리 민족의 순박한(미개한?)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요즘처럼 사진이 일상이 된 시대에는 코웃음치고 말 일이지만, 사진은커녕 그림도 시커먼 먹을 갈아 그리는 것이 보편적이고 색채를 넣는 것은 아주 드물고 귀한 일이었던 시절이라면 또 다르지 않을까.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바뀐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건만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던 시절보다 그 편리함이나 용이함때문인지 카메라가 보편적인 생활용품이 된듯하다. 심지어는 핸드폰에도 카메라 기능이 들어있어 언제 어느 때고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카메라 앞에서 방긋 웃으며 표정을 만들고 자세를 취하지 않는가.... 

이 책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관을 연 황철이 1800년대 말, 1900년대 초에 살았던 점을 감안하자면 우리나라에 카메라가 들어온 것이 고작해야 100년 남짓한데, 이 얼마나 놀라운 발전(변화?)인가?  

여동생 계봉이를 잃어버리고 찾아나선 쌍둥이 오빠 길삼식. 당시 흉흉하게 떠도는 소문은 다름아닌 애들을 납치해서 만든다는 마법의 상자. 계봉이도 찾고 무시무시한 마법의 상자에 대한 진상도 확인하고자 용기를 내어 삼식이 찾아간 곳은 다름아닌 우리나라 최초의 촬영국을 만든 황철의 집. 

담을 넘으려다 하인에게 붙잡힌 삼식이 황철을 만난 것은 그야말로 하늘이 도운 일. 삼식은 비로소 마법의 상자의 실체를 알게 되고 급기야는 황철에게서 사진 찍는 기술도 익히게 된다는 짐작 가능한 이야기와 함께 우리나라 근대사의 사진기에 얽힌 웃지못할 사실들을 들려주는 새로운 역사동화이다~ 

더불어 이미 18세기에 실학자 정약용의 저서 <여유당전서>에도 사진기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카메라 오브스쿠러(camera obscura)인 칠실파려안에 대한 기록이 있음도 알게 된다. (본문 71~74쪽)
또 당시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흑백사진 자료와 삽화의 배경으로도 만날 수 있는 그 시절의 풍경이 소박한듯 정겹게 다가온다. 

책 뒤에 마련된 '황철의 사진 학교'에서는 사진의 역사와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사들에 대한 이야기와 황실의 사진촬영 등 사진에 얽힌 정보와 이야기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의문 한 가지, 그런데 삼식의 여동생 계봉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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