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근의 들꽃이야기
강우근 글.그림 / 메이데이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어디까지나 관심이 있을 때만 가능한) 작은 들꽃들에 대한 대변(代辯)같은 이야기라고나 할까......
'들꽃이야기'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 등장하는 것들은 우리의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무와 풀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들꽃이라하여 정말 들에서 피는 꽃이려니 했다가는 깜짝 놀라게 되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특히,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그 존재감을 미처 느끼지 못해 '잡초'로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풀들이 있음을 새롭게 깨닫게 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러고보니 생김새는 제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이름 하나하나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어린 딸아이를 위해 이름없는(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름을 알지 못하던) 식물들에 대한 반짝 관심이 있어 가까운 들로 산으로 다니던 때도 있긴 했었다.
그러나 어느새 아이가 커가면서 그나마의 반짝 관심도 자취를 감추고 어느새 '풀'이란 이름으로 싸잡아서 부르고 있지 않은가... 

북한산 밑자락에서 초등학교 두 아이를 키우며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자연의 이야기를 쓰고, 찍고, 그린다는 저자는 그래서인지 이야기 속에 주인공이기도한 들꽃이며 풀, 나무들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그렸다. 때론 진짜 식물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고 또 사진도 담아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애쓰는 듯하다.
가끔은 익숙한 이름의 들꽃 이야기가 나오니 참으로 반갑다. 

아스팔트, 콘크리트 틈에서도 자란다는 들꽃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질기디 질긴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고, 먼먼나라 그 아득한 곳에서 언제, 어느 경로로인지는 몰라도 흘러들어와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토종보다 더 당연한듯 살아내고 있는 귀화식물들도 세계 곳곳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들꽃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삶인듯 다가오는 이야기에 새삼 들꽃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제 곧 모든 생물들이 생장을 멈추고 죽은듯 숨죽인다는 겨울이다.

그러나 차가운 도시의 담벼락 틈사이에도, 서둘러 재촉하는 우리네 발밑에도 따사로운 봄볕을 기다리는 들꽃들의 질긴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음을 이제는 알지 않을까....
 

들꽃이야기에 나오는 속삭임(?)을 들을 수 있을까 하여 집근처로 나섰다.

 

애기똥풀같기도 한 풀이 자라고 주차장 입구 쇠기둥을 감싸고 자라고 있는 이름모를 풀도 자라고 있다. 단풍나무 아래 수북하게 쌓인 마른 단풍잎 사이에 보이는 저것은 토끼풀인가??

 

버려진 담배꽁초 옆에서도 아랑곳않고 초록색을 피워내고 있는 저 풀을 보라~
마치 죽어버린듯 누렇게 위장한 저것도 땅속 깊숙이 뿌리를 박고 질긴 생명을 이어가고 있지 아니한가..... 과연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은 들풀들의 모습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콘크리트 틈사이에서도 꽃을 피워내고 있는 모습이라니... 사뭇 진지하다못해 숙연함까지 느낀다. 우리는 과연 저 들풀들처럼 질기게 살아내고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