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아빠와 지구 반바퀴'라는 제목과 아빠의 눈치를 보는듯한 아이의 표지그림에 우선 공감부터 가는 책이다. 아닌게 아니라 평소 딸아이와 남편의 관계(?) 역시도 그러한듯 하니 말이다.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함께 하는 엄마와 달리 퇴근 시간 이후 밤 시간이나 주말 또는 휴일에나 서로 마주하는 부녀는 그만큼 소통하는 방법이 서툴다고나 할까... 딸에 대한 속깊은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남편과 또 아직 아빠의 속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어린 딸아이의 관계를 고스란히 들여다보게 하는 주인공 우진이의 이야기이다. 더불어 우진이와 마찬가지로 초등4학년 때 아빠와 단둘이 보름간의 해외여행을 하고 온 딸아이 역시 우진이와 마찬가지로 아빠와의 관계가 이전보다 훠~얼씬 돈독해진 것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나라와 또 그 나라의 문화와 여행에서 만난 또래 아이들과의 짧은 만남은 딸아이의 미래를 조금은 구체화하는 효과도 있었다. 어느새 2년이 훌쩍 지난 터라 그때의 감흥은 다소 누그러진듯 하지만 그래도 가끔 그때를 회상하며 인상적이었던 장소나 기억을 떠올려보곤 하는 딸아이이다. 초등 중학년에 접어들면서 저학년때와는 사뭇 다른 교과과정과 비로소 진지해지고 구체화되는 인간(친구)관계에 다소 버겁고 힘겨워하던 딸아이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우진이도 우연한 사건(돈을 빌려준)으로 본의 아니게 문제아가 되어 간다. 그런 우진이의 마음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나 결과만으로 판단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선생님을 보며 잠시 나(부모의 역할)를 돌아보게 한다. 예기치 못한 이벤트 당첨으로 가게된 해외여행에서 만난 석주와 석주 아빠는 우진이는 물론 평소 우진이를 다그치기만 했던 우진이 아빠의 관계를 짚어보게 한다. 장애를 가진 아들 석주를 특별하게 대하지 않고 평범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사려깊게 대하는 석주 아빠. 무조건 자신의 생각대로 하지 않으면 다그치기만 하던 우진 아빠. 모두가 아들을 위하는 아빠의 모습일테지만 보다 바람직한 부모의 모습을 쉽게 판단(?)하게 한다. 처음엔 그저 장애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석주가 외국과의 만남에도 두려움 없이 대화를 주고받고, 또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리라는 분명한 희망을 가진 모습으로 어느새 장애인이 아닌 미래를 함께 하고픈 친구로 우진이의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되는 훈훈한 이야기~ 다소 교훈적인 냄새가 폴폴~ 풍기는 이야기이지만 어느새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요즘에 결코 낯설지 않은 이야기가 딸아이에게는 2년 전의 태국과 캄보디아를, 내게는 벌써 십여 년도 더 된 독일을 추억하게 한다.